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준비했던 95기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가 취소되었다. 우리의 연약함으로 인해 제자훈련 사역을 하고 있는 많은 동역자들과 형제 교회에 심려를 끼치게 되었다. 이번 CAL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시간을 비워놓고 기도로 준비하고 있었던 모든 목회자들에게 마음 깊이 사죄드린다. 이 모든 것이 제자다운 삶을 살지 못하고, 영적으로 깨어있지 못했기 때문이기에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2007년 한국 교회 100주년 기념대회 설교에서 故 은보 옥한흠 목사는 ‘이 놈이 죄인’이라며 눈물로 한국 교회의 회개와 갱신을 외쳤다. 당시 설교에서 그는 한국 교회에 만연해 있는 세속주의와 권력주의, 각종 부도덕과 병패 등을 신랄하게 지적하며, 자신을 포함한 목회자들의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설교를 마무리하면서 그는 눈물로 울부짖으며 자신이 죄임임을 고백했다. 그때 그 설교는 제자훈련의 정신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오늘 우리는 이러한 제자훈련 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무릎을 꿇고 우리의 연약함을 눈물로 고백해야 한다.
평소 은보는 제자훈련이 어려운 이유는 영적 싸움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외쳤던 제자도의 첫 번째 표지는 ‘전적 위탁’이었다. 내가 붙잡고 있던 인생의 운전대를 그리스도에게 온전히 내어 맡기는 것이 전적 위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주 넘어진다. 때때로 죽은 것이고 썩은 것인줄 알면서도 명예와 허영을 사랑한다. 우리에게 합당하지 않은 옛 생활의 찌꺼기들을 꽉 쥐고 놓지 않는 연약함이 우리에게 있다.
제자훈련을 하다 보면 변화되지 않는 사람들이 정말 있다. 1년 동안 함께 말씀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데도 도무지 변화되지 않는다. 오래 전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 제자훈련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생글생글 웃는 집사였다. 남들이 말씀에 자신을 비추어보고 눈물을 흘리며 삶을 내어놓을 때에도 그 자매는 늘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그 자매에게는 부족한 것이 없었다. 남편 잘 만났고, 자녀들은 문제가 없었고, 인간적으로 봐서 부족한 것이 없는 자매였다. 말씀을 보면서 자기 자랑은 늘어놓아도, 자신의 부족한 이야기는 절대 꺼내놓지 않았고 심지어 자신에 대한 기도제목도 없었다. 그렇게 생글생글 웃다가 제자훈련을 마쳤다.
오늘 그 자매의 모습 속에 나의 모습이 보인다. 어쩌면 제자훈련을 인도하는 내가 매너리즘에 빠져 스스로 변화되지 않고, 이론적인 이야기나 주절거리고 있진 않았는지 회개한다. 나의 영적 교만과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삶, 세상 사람들의 기준에조차 미치지 못하는 도덕적 수준때문에 주님의 몸 된 교회가 많은 사람들의 뭇매를 맞고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허물을 인정하지 못하고, 가진 것들을 내려놓지 못해 같은 길을 걸어가는 많은 분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겨드렸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연약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제자훈련은 계속되어야 한다. 주님은 오늘도 제대로 자신을 위탁한 제자들을 찾고 계신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람들을 수백, 수천 명씩 남겨놓고 목회를 잘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한 번뿐인 인생 정말 속히 지나갈 것이다. 한 번뿐인 사역의 기회를 부질없는 일에 쏟아 부어서는 안 될 것이다. 축도를 하기 전에 성도들에게 주었던 은보의 마지막 멘트를 되새겨 본다.
“우리는 세상에서 부름 받은 하나님의 백성이며 동시에 세상으로 보냄 받은 그리스도의 제자입니다. 우리의 삶의 모든 영역을 주님께 맡기는 전적 위탁자가 됩시다. 누구를 만나든지 예수를 그리스도라 고백하는 증인의 삶을 삽시다. 무릎을 꿇고 엎드려 형제들의 발을 씻기고 섬기는 종으로 살아갑시다. 오늘도 우리 주님은 이런 제자들을 찾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