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작고하신 존 스토트 목사의 일화다. 스물아홉이라는 젊은 나이에 올소울즈교회의 교구 목사로 부임하게 된 존 스토트는 사역을 시작하자마자 자신에게 부여된 사역의 무게에 압도되어 버렸다. 아직 어린 나이인데다 경험이 없었던 그에게 긴급하고도 중요한 일들이 파도처럼 밀려왔기 때문이다. 주어진 업무에 대해 미리 준비되지 못했던 그는 과중한 업무의 무게에 눌려 거의 신경쇠약에 걸리기 직전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목회자를 위한 일일수련회에 참석해 그는 소중한 충고를 듣게 되었다. “한 달에 한 번 조용한 하루를 가져 보라”는 것이었다.
그는 이 조언을 하나님께서 주신 음성으로 받고, 즉시 실천에 들어갔다. 수련회에서 돌아오자마자 매월 하루를 조용한 하루로 정하고, 자신의 일정표에 ‘Q’라고 적어 넣었다. ‘quiet’의 이니셜이었다.
존 스토트는 Q라고 적힌 날마다 어떤 사람에게도 방해받지 않은 장소로 가서 12시간 정도를 홀로 보냈다. 그에게 Q-Day는 자신의 삶과 사역을 하나님의 관점으로 되돌아 보며 분별하는 시간이었다. 주님이 주시는 비전에 따라 앞으로의 일을 계획하는 시간이었다. 주어지는 사역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점검하는 시간이었다. 부딪히는 어려운 문제들을 놓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시간이었고, 연구하며 글을 쓰는 시간이었다. 나중에 정말 바쁠 때에는 한 주에 한 번꼴로 Q-Day를 가졌다고 한다.
제임스 보트킨은 “시작하기 전에 15분 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면, 나중에 4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미리 하루의 일을 생각해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하루의 업무를 조직화한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하루를 보낸 사람들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조언한다.
사도행전 6장에 나오는 초대 교회 지도자들도 교회가 급성장하면서 교인들 간에 갈등이 생기게 되자 우선순위를 선포했다. 사도들이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었다. 반드시 해야 할 본질적인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욕심을 내려놓아야 했다. 사도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최우선 순위의 일에 최대 시간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을 위임했다.
이렇게 우선순위가 분명하면 선택이 쉬워진다. C. S. 루이스가 말한 것처럼 먼저 해야 될 것을 먼저 하면 두 번째 것은 자연스럽게 따라오지만, 두 번째 것을 먼저 하면 첫째와 둘째 모두를 잃게 된다. 우선순위가 분명하면 정말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지혜로운 자는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지나쳐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다.
이제 여름휴가 기간이 다가온다.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사역자들에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휴가를 또 다른 바쁜 일로 채우지 말고, Q-Day로 보낼 수만 있다면 사역과 삶을 재활성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여름에 자신의 삶과 사역을 향해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는 Q-Day를 가져보자.
- 진정한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기 위해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 내가 헌신하여 섬기고 있는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 지금 하고 있는 사역을 좀 더 잘 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 나는 지금 적절한 사람들에게 시간과 물질을 투자하고 있는가?
- 내가 욕심을 버리고 내려놓을 것과 위임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고요함 속에서 위와 같은 질문을 통해 자신과 대면할 때, 삶의 우선순위가 바로 잡히고 진정한 회복이 임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