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그룹 안소영 기자
J 순장은 걱정스러운 순원이 하나 있다. 말이 없는 이 순원은 자기 이야기를 안 한다. 단답형 질문에는 그럭저럭 대답해도, 적용문제가 나오면 입을 꾹 다문다. 마치 방패막이 있는 것처럼 무슨 이야기를 해도 튕겨져 나오는 느낌이다. 마음속 깊은 부분을 끌어내고 싶은데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 깊이 묻기 힘들다. 자연스레 적용문제는 그를 피해 다른 이들만 시키게 된다.
소그룹에서의 성장은 자기 오픈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기초 작업인 자기 오픈을 못하는 구성원이 의외로 많다. 이들의 마음을 먼저 여는 것은 순장의 부담이자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사랑의교회 순장들을 케어하고 있는 순장장 김혜연 집사가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조언을 했다.
이유 | 원인을 찾아라
리더에 대한 신뢰가 없거나 내성적인 성격이다. 인내심을 갖고 일관성 있게 관심과 사랑을 기울여야 한다. 지나친 친밀감을 갖게 하기보다 한결같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내성적인 사람인 경우 아주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 이야기 내용이 대수롭지 않더라도 두 눈을 마주치며 경청한다. 활발한 사람 곁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말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신상에 어떤 일이 생겼다. 얼굴이 어두운 순원이 있을 경우 우선 마음으로 기도하며 다락방을 인도한다. 순원이 자연스레 이야기를 하면 자신의 일처럼 함께 기도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등 실제적인 도움을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모임이 끝날 때까지 오픈하지 않으면 주중에 안부 전화나 문자 메시지, 엽서 등으로 일상의 대화를 나누며 개인적으로 오픈할 기회를 만들어 본다.
말을 잘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을 끌어내 표현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단답형의 대화가 차차 길어질 수 있도록 격려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중간 중간 “아, 이렇다는 말이군요” 하면서 동의하는 듯 정리해 주며 말을 이어가게 한다. 그러다 보면 점차 자신의 말에 스스로 자신감을 얻고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자신의 신앙이 다른 조원들보다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교회를 다닌 연륜은 다른 순원들보다 긴데 반해 믿음의 확신이 약하고 성경적 지식이나 체험이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런 이유로 말을 안 한다. 자신의 부족함이 드러날까 봐서다. 이럴 때는 그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한 질문을 던져서 나눔에 끼도록 했다.
감정에 이끌려 지나치게 오픈한 뒤 다시 그들을 보기 힘들어한다. 자신의 감정 폭발이 민망해서 오픈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미리 순원들에게 스스로가 추스르지 못할 정도의 감정적인 오픈은 자제시킬 필요가 있다. 순장이 대화의 수위를 조절시키며 대화를 이어가게 진행한다.
어린 시절 배척당한 경험이 있다. 그들은 자기에게 다가오는 사람을 경계하고, 심지어 순장마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이들은 순장에게 지나치게 의지하다가 실망하기도 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서 순장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큰 보람을 안겨 줄 확률이 가장 높은 순원이기도 하다. 그래서 때론 울고 웃으며 껴안고 가게 된다.
다른 순원과 상황이나 여건이 너무 다르다. 경제적 차이, 결혼 여부, 나이 차이 등 여건이 많이 다른 경우는 오픈이 쉽지 않아 다른 다락방으로 옮기는 경우도 많다. 한창 유아 교육문제로 고심하는 순원에게 자녀의 결혼을 앞둔 순원이 그런 건 문제도 아니라고 일축해 버리기도 하고, 젊은 순원들 앞에서 나이를 의식해서 점잖게만 앉아 있는 일이 생긴 적도 있었다. 이럴 때는 서로 신뢰하는 궤도에 오를 때까지 민감한 부분을 피하며 나눔을 유도한다.
자기 점검 | 나 때문은 아닌지 점검한다
리더가 권위적이거나 말이 많지는 않은가? 리더가 말이 많으면 순원이 자신의 이야기를 못 털어 놓는 것 같다. 많은 것을 순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욕심에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다 이야기하는 것은 순원들의 말을 막는 것이다.
자신의 연약함을 잘 오픈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 늘 승리한 것만 간증하며 다락방 전체적인 분위기가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만사형통한 분위기로 나가면 순원들이 힘든 점, 삶 속에서의 실패를 말할 수가 없다.
순장이 원칙적으로 경직된 신앙생활만 강조하지 않는가? 순원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이해받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말을 하지 않는다.
순장이 지나치게 똑똑하며 아는 체하지 않는가? 처음엔 기가 죽어 오픈 못 하고 나중에는 지겨워 아예 말 안 한다. 순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 않고 성급히 도중에 결론을 내리지 않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순원이 말하기도 전에 이미 다 알고 있다는 태도도 좋지 않다.
순장이 세속적이라 영적 권위를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리더부터가 중심이 바로 서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다.
그 자리에 없는 다른 순원의 이야기를 한 적은 없는가? 다른 장소에서 예를 들어서 설명할 일이 있을 때도 순원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오픈 안 하는 순원이 자신의 이야기도 언젠가 들춰지지 않을까 염려하게 된다.
성장 | 순장이 더욱 다듬어져야 한다
영적 예민함을 갈고 닦으라. 순원의 오픈을 방해하는 장애 요소를 빨리 파악해야 한다. 적절한 타이밍에 문제를 내어놓게끔 변죽을 울리며 질문하고, 때론 순장 자신이 갖고 있는 비슷한 문제도 이야기해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금세 오픈 안 해도 그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늘 눈여겨보며 모임을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순장 자신이 영적 긴장감을 갖고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힘들지만 결국 이 작업이 순장 자신의 영적 성숙에 큰 도움이 되기에 기꺼이 수고의 짐을 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너그러운 포용력을 갖추라. 무슨 말을 해도 다 들어주고, 이해받고, 용납될 수 있으리란 믿음과 따뜻함이 전해져야 한다. 순장 파송 받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되는 기도의 제목이 바로 “담요같이 따뜻한 순장이 되게” 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아직도 힘들다. 그러나 하나님께선 이 순장 사역을 통해 손수건 같던 내 마음의 넓이를 스카프같이 만들어 주신 것 같다. 담요가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내 안에 선한 일을 시작하신 그분이 이루실 줄을 확신한다.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기다리라. 여러 부정적인 경험과 상처로 오픈하지 못하는 순원들을 기다려 줄 수 있어야 한다. 빨리 그 순원이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여 다락방 식구 모두가 은혜를 맛보고 싶지만, 모든 것이 하나님의 때가 있음을 인정하며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마음만 앞서다가는 오히려 관계를 그르친다. 나 같은 죄인을 기다려 주신 주님의 인내를 기억하며 기다려주자. 그리고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 아플 때 국이라도 끓여다 주고, 비 오는 날 불러내 차라도 한 잔 나누고, 매일 아침 말씀을 핸드폰에 문자로 넣어 주며 주님의 사랑을 실천해 보자.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지금도 하나님께선 그 순원에게 간섭하고 계심을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안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