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그룹 송정헌 목사 _ 태안 사랑의교회
소그룹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나이, 고향, 학력, 재산, 소득, 직업, 자녀 등 서로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문제는 이러한 다양성이 조화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기반이 되기도 하지만, 갈등과 이에 따른 상처를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적인 생활환경의 차이는 신앙과 교제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사단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소그룹 지도자는 생활환경의 차이가 큰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 소그룹을 인도할 때, 다음과 같은 원리들을 충분히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1. 어떤 경우에도 두려워하지 말라
생활환경의 차이가 큰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치자. 소그룹 경험이 부족한 지도자는 걱정과 염려부터 할 것이다. 다른 어떤 것보다, 생활환경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서로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환경이 좋지 않는 사람들은 열등감에 쉽게 사로잡히게 되고, 환경이 좋은 사람들은 우월감에 지배받을 수 있다. 이것은 꼭 의식적인 영역에서만 일어난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쩌면 더 자주 무의식적인 영역에서 일어난다.
예를 들어, 환경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의도하지 않은 어떤 사건에도 자기도 모르게 상처를 받을 수 있다. 환경이 좋은 사람들은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의 우월감으로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이 각자 자기가 속한 환경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활환경의 차이가 큰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말라. 조금만 시각을 바꾸면 무조건 염려할 일이 아니다. 이런 소그룹을 맡은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생각하라. 이 소그룹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우리를 어려움에 빠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훈련시키고 성장시키기 위해서 이 소그룹을 허락하신 것이다. ‘사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이 사람들이 언제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법을 배우겠는가?’라고 생각해보라. 감사가 터져 나올 것이다.
더군다나 하나님은 지도자에게 감당할 수 없는 소그룹을 주셔서 그를 궁지에 몰아넣으시는 분이 아니다. 하나님은 감당할 소그룹을 허락하시며,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될 때에는 얼마든지 능력과 지혜를 주실 수 있는 분이시다. 따라서 혹 갈등이 생길 때에라도 당황할 필요가 없다. 하나님이 이런 상황을 낭비하실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반드시 이런 상황 속에서 모두가 승리하는 길로 인도하실 것이다. 하나님께서 선하게 바꾸시지 못할 악한 상황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나님을 신뢰하는 마음으로 소그룹을 인도하면, 어떤 경우에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2.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라
이 땅에서 움직이는 것은 무엇이든 저항을 받게 되어 있다. 변화하려는 힘에는 항상 그것을 저지하려는 힘이 작용한다. 이것이 바로 변화와 저항의 법칙, 즉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다.
영적인 영역에서도 이러한 법칙은 예외가 아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변화시키려고 하시지만, 사단은 우리의 변화를 저지하고 방해하려고 한다. 따라서 영적인 변화가 시작된다면, 분명히 그것을 저지하려는 사단의 저항도 시작된다. 저항과 반작용이 작동하는 것이다. 생활환경에 큰 차이가 있다면, 사단이 이 호재를 놓칠 리 없다. 분명히 어떤 계기를 가지고 공동체 안에 시험과 상처와 분열이 일어나기를 획책할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사단이 우리를 마음대로 공격하고 유린하도록 놔두시지 않는다.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가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구하면 주신다고 약속하셨다. 하나님은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분이시다. 이것을 아는 지도자라면, 더욱 열심히 기도하게 될 것이다. 기도를 통해서 하나님의 놀라운 도우심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기도해야 하겠는가? 소그룹 구성원들이 시험에 들지 않게 모두가 영적으로 깨어 있기를 기도하라. 시험에 드는 순간 그 시험을 재빨리 분별하고, 포착할 수 있는 센스를 달라고 기도하라. 시험에 들었을 때, 그것을 세상적인 시각이 아니라 하나님의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라. 또한 그 시험을 잘 이겨낼 수 있는 지혜와 능력, 사랑을 주시도록 기도하라. 그 시험을 통해서 지도자와 구성원들 모두가 예수님을 닮아가는 유익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도하라.
3. 예방에 최선을 다하라
처방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 일어난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보다 문제가 덜 일어나게 하는 편이 낫다. 상처를 있는대로 다 주고 받은 다음에야 서로를 이해하도록 놔두는 지도자는 훈련을 잘 시키는 지도자가 아니다. 지혜로운 지도자일수록 예방을 최우선시 한다.
물론 완전한 예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의 수나 강도를 줄이라는 말이다. 백신을 맞아 질병을 예방하는 것과 같이, 문제를 쉽게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지도자는 어떻게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소그룹 초기부터 구성원들에게 소그룹이 어떤 곳이며, 그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이고, 왜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문제를 극복해야 할 것인지 미리 가르쳐 주어야 한다.
소그룹 구성원들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모였으니까 세상 사람들 속에서 받는 상처는 경험하지 않을 거야’와 같은 착각에 빠져 있거나, ‘사람들끼리 모여 있으면 다 상처를 주고받게 되어 있어. 그것을 감안하고 소그룹에 참여해야지!’라는 자조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소그룹지도자의 책임이다. 미리 충분히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기중심성이 있어서, 이런 상처를 주고받지 않을 수 없구나. 하지만, 이런 부대낌 없이 어떻게 사랑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겠는가? 이것을 통해서 우리는 모두 철이 날카롭게 하는 것처럼 다듬어지리라’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도자는 소그룹을 하는 중간 중간마다 “나이, 학력, 직업 등 모든 계급장을 떼라. 관계를 통하지 않고는 결코 사랑을 배울 수 없다. 세상적인 눈으로 서로 비교하지 말라. 우월감이나 열등감밖에 더 느끼겠는가? 문제는 둘 다 하나님을 무시하는 교만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들 모두가 존귀하다. 바로 이 하나님의 시각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을 보라. 그러면, 모두가 소중하고 존귀한 자라는 자존감을 누리게 될 것이다”라고 언급해줘라. 할 수 있다면, 소그룹의 초기에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수용하겠다는 서약을 하는 것도 중요한 방법이 될 것이다.
4. 평소에 불편부당하게 대하라
지도자는 구성원들을 편애하지 말아야 한다. 모두를 불편부당하게 사랑해야 한다. 그렇다고 똑같은 분량의 사랑을 표현하라는 말은 아니다. 환경이 어려운 구성원들에게는 좀 더 많은 사랑이 필요할 수도 있다. 편애가 아니면서도 긍정적인 차별(positive discrimination)을 해줄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할 때 유의할 점이 하나있다. 너무 드러내 놓고 사랑을 표현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환경이 어려운 사람들은 자격지심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지나치게 사람들의 눈에 띄는 사랑을 표현하면, 그것을 동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지도자가 상처를 주는 원인제공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본인만 인식할 수 있는 속사랑을 잘 표현하는 것도 센스이고 지혜이다.
예컨대, 소그룹 모임 후에 전화해서 격려하고 칭찬하는 것도 좋다. “오늘 하루 참석해주셔서 감사했다. 이렇게 열심히 참여하시는 모습이 저에게 얼마나 기쁨이 되는지 모른다. 혹 어려운 일 없었느냐? 특별한 기도제목이 생겼으면 이야기해 달라”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이런 표현을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동일하게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지도자의 사랑을 모든 공동체 구성원들이 느끼고 있다면 서로간의 차이가 아무리 커도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5. 피해자와 가해자를 가르는 실수를 하지 말라
그럼에도 생활환경이 큰 사람들끼리 상처를 주고받았다 치자. 그냥 놔두면 그 상처가 아물지 않고 더 커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자가 주의할 일이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가르는 식으로 처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피해자와 가해자는 나누는 일은 판사나 검사, 변호사가 하는 일이다. 그것은 영적인 목자가 하는 일은 아니다.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 생겼을 때, 누가 먼저 잘못하고, 누가 더 잘못한지를 따지는 것은 지도자의 역할이 아니다.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 생겼다면, 이것은 이미 계속 누적되어 온 문제일 수 있다. 가해자가 없이 피해자만 생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따라서 지도자의 역할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평가하는 일도 아니고, 실제로 누가 진짜 피해자이고 누구는 진짜 가해자라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잘못의 선후나 경중을 따질 수는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일방적인 피해자나 가해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도자는 상처를 주고받은 모든 구성원들의 감정을 공감해 주고, 그들의 생각을 이해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이것이 지도자가 사용할 지혜로운 언어이다. 아니, 생활환경의 차이가 큰 사람들끼리 사용해야 할 언어이다. 지도자는 이렇게 승패와 잘잘못을 가르는 사람이 아니라 모두가 서로의 차이점을 이해하는 리더가 되도록 돕는 사람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송정헌 목사는 서울대학교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사랑의교회 부교역자와 국제제자훈련원 컨설팅 담당으로 섬겼다. 현재 태안 사랑의교회 담임목사로 시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