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와설교자

2023년 03월

설교와 제자훈련 - 가장 위대한 투자

설교와설교자 류병재 목사_ 시드니 실로암장로교회

한 아이를 찾아온 한 선생님

“이 아이의 어머님 되십니까? 아버님은 어디 계시나요? 꼭 만나야 할 일이 있습니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초등학교 5학년 겨울 방학에 있었던 일이다. 주산 학원 선생님께서 눈길에 수없이 미끄러지시면서 우리 집에 찾아오시더니 다짜고짜 아버님을 만나겠다는 것이다. ‘내가 무슨 잘못을 크게 저질렀기에?’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당시 내가 살던 읍내의 주산 학원은 학교에서 추천받은 10여 명의 학생을 한 달간 무료로 수업을 받게 한 뒤 계속 학원에 다니려면 학원비를 내라고 했다. 어려운 형편에 당연히 대부분의 학생이 그만뒀고, 나도 아버님의 눈치를 보다가 그만뒀는데 다음 날 학원 수업을 마친 선생님이 찾아온 것이다.

두 시간 가까이 밖에서 추위에 떨며 기다린 후 아버님이 오시자 함께 방에 들어가셔서 대화를 나누셨다. 나는 가슴을 졸이며 밖에서 귀를 붙이고 엿들었다. “아버님, 이 아이는 제가 한번 키워 보겠습니다. 학원비 안 내셔도 됩니다. 책값만 조금 도와주시고 학원에 보내기만 해 주세요.” 그렇게 나는 다시 학원에 다닐 수 있게 됐고, 최선을 다해 주판알을 두드려서 주산 경시대회마다 입상하며 학원의 이름을 알리는 홍보 대사가 됐다. 지금도 그 덕에 가정 살림도 도맡아 하고, 교회 일 년 예산이 한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성함도 잊고 그저 ‘한 선생님’이라고만 기억하는데, 그 옛날 시골에 그렇게 훌륭한 선생님이 계셨다는 사실...

* 더많은 내용은 <디사이플> 2023년 03월호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