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장리더십 김길자 권사_ 수서은혜교회
첫째, 마음의 빗장을 열 때까지 찾아가라
5년 전, 심방 차 오신 목사님이 4명의 성도를 섬기는 순장이 돼 보라는 갑작스런 제안을 하셨고 나는 순종했다. 그때 나는 순원들의 얼굴도 알지 못했다. 내가 맡은 순원들은 오랫동안 아파서 교회에 안 나오거나 나오더라도 가끔 나오고, 교회 안에서 관계가 안 좋다는 이유로 잘 나오지 않는 분들이었다.
그들은 교회 안에서나 밖에서나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들 중 어떤 이는 집에 찾아가도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아파서 안 열고 함께할 마음이 없어서 열지 않았다.
그들의 마음을 어떻게 열어야 할까 고민하다 가까운 가락시장에 가서 멸치 한 박스를 사서 모두 볶아 반찬 그릇에 담아 선물했다. 감사하게도 순원들은 멸치볶음 선물에 감동했다. 자주 아프고 혼자일 때가 많아 만족스러울 만한 반찬을 만들기 힘들었던 순원들이 반찬 선물로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 줬다.
그해 여름에는 순원들 집에 갈 때마다 직접 싼 건강식 김밥을 준비해 함께 먹으면서 예배드렸고, 예배 후에는 식구 수대로 가져가서 먹을 수 있도록 챙겨 주기도 했다. 또 심방을 갈 때마다 비싸지는 않지만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 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순원들은 마음의 문을 열고 나를 받아들여 줬다.
하루는 마음에 감동이 있어 한 여 집사님에게 말했다. “집사님, 제가 집사님 집에 매일 가서 예배드리면 어떻겠어요?” 당시 집사님 남편은 이틀에 한 번씩 신장 투석을 하고 있었다. 집사님은 임대주택으로 받은 좁은 아파트 문을 사람들에게 쉽사리 열어 주지 않았었다. 다행히 집사님은 내 제안을 수락했고, 집사님 집에서는 매일 찬송과 기도의 소리가 울렸다. 그해 집사님은 주일예배에 빠지지 않고 출석하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갑작스런 암 발병으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집사님이 교인들과의 왕래가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목사님과 많은 교인이 장례식에 적극적으로 참석해 가족들을 위로해 줬다. 나는 이 일로 깨달은 것이 있었다. 순장이 맡겨진 순원에게 관심을 가지면, 교회도 그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그 순원은 교회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
둘째, 사랑하고 용서하며 진실하게 대하라
반복해서 찾아가며 먹이고 대화를 시도하자 모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던 순원들이 순모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정작 모이는 수는 많지 않았다. 매년 목사님은 내게 섬길 분들을 조금씩 더 붙여 주셨다. 많이 모였다가도 이런 저런 일들로 어떤 사람들은 모임에 오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다들 인간관계 맺는 것을 힘들어했다. 나 역시 순원들의 행동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께서 내게 힘을 주셨고, 그래서 나는 다시 순원들을 섬길 수 있었다. 나는 기질상 내 생각을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자존심이 강하고 고개 숙이는 것이 힘든 사람이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이런 나를 41년 전에 인격적으로 만나 주셨다. 그 후 기도할 때마다, 나를 용서하신 주님을 생각하면 힘들어도 능히 이길 수 있는 힘이 주어졌다.
또한 수십 년 동안 신앙 교제를 하고 있는 신실한 분들이 계시는데, 그분들과의 교제가 많은 위로가 됐다. 그분들이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것처럼, 나도 교회 안에서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들의 문제와 가정의 기도제목을 붙들고 기도하고 있다.
셋째, 순모임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말라
순모임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항상 먹고 마시지만, 이것만으로 끝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리 교회는 집에서 이뤄지는 순모임과 더불어, 교회에서는 화요일 오후에 ‘열린기도모임’을 갖는다. 나는 기도 모임에서도 순원들이 자신의 기도제목을 가지고 간절히 기도할 수 있도록 인도한다. 집에서 갖는 순모임에서도 참석하지 않은 분들의 기도제목까지 꼭 기억해 그분들의 기도제목을 두고 함께 기도한다.
물론 기도하지 않거나, 기도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분도 있다. 그러나 서로를 위해서 기도하다 보면 믿음의 동역자 의식을 갖게 되고, 기도를 통해 주님께서 그분의 방법과 때에 이루시는 것을 함께 기대하게 된다. 그래서 순모임 시 기도 응답을 나누고, 주님의 역사를 나누는 것은 너무 귀하다. 생각하면 할수록 기도 현장은 순장 사역의 원동력이 돼 나로 하여금 사람들을 사랑하고 용서하게 하는 것 같다.
넷째, 순장이 아닌 주님을 의지하게 하라
4명으로 시작된 우리 순은 이제 9명이 됐다. 지금도 내키지 않으면 모임에 오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꾸준히 모임을 가지려 한다. 5년 동안 순장으로서 교회에 나오지 않은 순원들, 관계가 틀어진 순원들을 챙기면서 그들이 신앙 안에서 바로 서도록 권면하지만 쉽지는 않다.
이렇게 사역하면서 주의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순원들이 나를 의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교회의 많은 분이 영구임대아파트에 거주해 돌봄을 필요로 하기에 사람을 의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한 돌봄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이럴 때 참 난처하다.
그동안의 사역을 통해 상대방에게 맞춰 주는 것은 좋지만, 항상 맞춰 주기만 하면 상대방이 나태해지는 것을 경험했다. 그것이 인간의 죄성이다. 그래서 나는 2달에 한 번 정도는 교회에서 거리가 있는 우리 집에서 순모임을 갖는다. 다들 멀고 교통비가 든다며 불평한다. 하지만 이 일은 교통비도 아까워하는 이들에게 차비로 돈을 쓰게 해 순모임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려는 나의 노력이다.
5년여 동안 순장으로 사역하며 진실함으로 순원들에게 다가가고자 노력할 때, 순원들이 조금씩 자신의 진실한 마음을 보여 주는 것을 경험했다. 또한 순장을 하면서 순원들이 순장이 아닌 주님을 의지하도록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달았다. 그것이 순원들이 주님의 복을 받는 진정한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김길자 권사는 수서은혜교회에서 목장모임 인도자로 섬기며, 여전도회 주중기도회와 축호전도, 주일 애찬봉사(식사 준비)로도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