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행전

2004년 10월

딸이 경험할 권리

전도행전 디사이플

거듭난 자로서 가정 혹은 사회에서 믿음, 소망, 사랑의 삶의 모습을 보여 주도록
노력해 보라. 그리고 그러한 노력을 통해 얻은 결과와 깨달음을 적어 보라.

 

월요일 아침, 딸이 학교 간 뒤 베란다를 보니 실내화가 그대로 있었다. 순간이긴 하지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당황스럽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동안 일탈 행위 없이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잘 따르던 아이니 무척 부끄럽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겪은 일이 떠올랐다. 학교 가다가 어떤 몸집 큰 아저씨와 부딪쳐 하필 웅덩이에 넘어진 적이 있었다. 온몸이 흙탕물 투성이가 되어 울면서 집에 돌아가서 씻고 옷 갈아입고 가방 바꿔 메고 학교에 갔다. 이미 수업은 시작된 시각이어서 운동장은 텅 비어 있었다. 그렇게 조용할 수가 없었다. 잊을 수 없는 그 공포감. 집으로 돌아갈까 교실로 들어갈까 몇 번이고 망설였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얼마나 놀랐으면 지금껏 잊혀지지 않을까. 그때의 그 공포스런 기억이 유난히 생생한 나는 길에서 혼자 울며 가는 아이를 보면 예사로 넘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겪어야 하는 일들이다. 내 딸도 겪어야만 한다. 그러나 세상에 버려진 듯 공포에 떠는 어린 시절이어서는 안 된다. 그런 일들을 겪되 하나님을 생각하며 겪어야 한다. 하나님 없는 위기 극복은 자립심을 줄 수는 있어도, 겸손과 감사를 빼앗아간다. 나는 그것을 위해서 기도했다. 나는 내 딸이 비록 작은 일이더라도 자기에게 닥치는 어려움들을 맞을 때는 꼭 기도하고 지혜를 얻어 담대히 극복하기를 바란다. 다윗이 물맷돌을 던지면서 골리앗 앞에 설 담력을 키웠듯이 말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딸을 큰길에서 기다렸다. 오늘 하루 맘고생이 심했을 테니 위로해 주고 싶었다. 학교 버스에서 내리면서 날 보고는 반가워 어쩔 줄 몰라 하는 딸에게 팥빙수를 사 주었다.
 “실내화 없었을 텐데…….”
 “네, 그래서 발바닥이 새까매요. 친구들이 빌려 주기도 했어요.”
 “그래?”
 “그런데 엄마, 기대하지도 않았던 친구가 빌려 준 거 있지? 다른 친구랑 둘이서 자기 것 신으라고 한 짝씩 빌려 줘서 난 화장실도 가고 급식 당번도 잘 했어요. 그 애들은 한 발로 앉아 있었고. 어떨 때는 두 짝 다 빌려 준 적도 있어요.”
 “와, 정말 고맙구나.”
 “그런데 그 애들은 나한테 그림을 원하지도 않았어요. 뭔가 주고 싶어. 나한테 매일 그림 그려 달라고 하면서 내 옆에 붙어 있던 애들도 아닌데….” 

 

 딸은 그 친구들을 축복하는 기도를 했다. 교회를 다니는 아이들이니 전도할 필요는 없었다. 역시 하나님은 애들을 참 잘 키우신다. 이번 일을 통해 딸은 얻은 게 많아 보였다. 앞으로 살면서 누군가 곤경에 처한 것을 보면 기꺼이 자기 몫을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딸애의 그 ‘경험’을 존중하며 기도한 것, 주님이 시키신 일일 것이다. 

 


Comment

자녀를 믿음 안에서 양육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또한 자녀의 실수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사랑으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모습도 보입니다. 특히 “내 딸이 비록 작은 일이더라도 자기에게 닥치는 어려움들을 맞을 때는 꼭 기도하고 지혜를 얻어 담대히 극복하기를” 바라시는 집사님의 모습에서 잔잔한 감동마저 느껴집니다. 앞으로의 삶 속에서도 계속해서 믿음으로 자녀를 양육하는 집사님의 모습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