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행전 박시온 기자
“저희는 포르투갈 목장이에요.” 목장 앞에 포르투갈이라는 국가의 이름이 붙었다. 의아해하며 다시 한 번 이름을 물어봤더니, 포르투갈 목장뿐만 아니라 덴마크 목장, 몽골 목장, 케냐 목장 등 세계 각국의 목장들이 한데 모여 있다. 세계를 품고 기도하기 위해 각 목장(다락방) 별로 이렇게 각 나라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멀리 있는 세계뿐만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지역 사회의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늘은 소양제일교회(담임: 이주호 목사) 포르투갈 목장 식구들과 ‘기쁨의 집’을 찾았다.
‘기쁨의 집’은 말기환자들을 돌보는 사역을 하는 무료 호스피스 시설이다. 이곳은 소양제일교회를 비롯해 춘천의 많은 지역 교회들이 뜻을 합하여 운영하는 곳이기 때문에, 시설 직원들 외에도 각 교회의 봉사자들이 이 사역에 동참하고 있다.
포르투갈 목장(다락방) 식구들은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 이곳에 방문하여 청소를 하기도 하고, 매월 발행되는 소식지를 발송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또한 환우들을 만나서 직접 그들을 도와주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 어느 소그룹과 마찬가지로 함께 예배를 드리고 서로 교제도 하지만, 이렇게 함께 봉사를 함으로써 더욱 기쁨이 넘치는 목장 식구들을 만났다.
70, 순장하기에 나이가 너무 많죠?
포르투갈 목장의 목자(순장)는 올해 73세가 된 이영순 권사다. 30, 40대의 젊은 목원(순원)들과 함께 하는 그녀의 나이에 놀라지 않을 수 없지만, 그녀의 고운 찬양 소리와 순수한 신앙, 헌신적인 섬김이 어떤 젊은이 못지않다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소양제일교회에 온 지 7년이 됐는데, 이곳에서 제 신앙생활이 새로워졌어요. 목사님께서 70대가 된 저에게 제자훈련을 하라고 권하셨을 때, 저 같은 늙은이를 지금 교육시켜서 뭐하시려고 하냐고 했어요. 그런데 목사님께서는 제가 할 수 있다고, 또 제가 시작하면 그 뒤에 할 사람들이 많으니까 꼭 해보자고 하셔서 하게 됐어요.”
그렇게 시작하게 된 제자훈련. 이를 통해 이영순 권사는 참 즐거운 1년을 보냈다. “있는 힘을 다해서 열심히 했어요. 하나님의 말씀으로 지혜가 생기고 또 말씀 앞에 제 자신을 내려놓게 되니까 너무 은혜롭고 감사했죠”라고 말하는 그녀. 목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녀의 큐티책은 날마다 그녀가 묵상한 내용이 깨알 같은 글씨로 빽빽하게 채워진단다.
박소혜 집사를 비롯한 목원들은 “목장 모임 때마다 음식을 아끼지 않고 나눠주시고, 늘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보여주세요. 또 저희를 위해 열심히 중보기도도 해주시니까 정말 감사하죠. 그런데 너무 많은 섬김을 하고 계셔서, 집에서나 교회에서 적당히 쉴 줄도 아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목자를 아끼는 마음을 전한다.
깊은 나눔과 기도로 하나가 됐어요
이 목장에는 부목사의 사모인 정인순 사모도 함께 하고 있다. 그녀는 처음에 다른 목원들이 부담스러워 할까 봐 걱정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늘 관심 있게 지켜봐주고 편안하게 대해주는 목장 식구들 덕분에 정인순 사모도 마음을 열게 됐다. 그녀는 “이 목장에서 제가 막내거든요. 집사님들도 자녀를 키우시고, 권사(목자)님도 며느리를 대신해서 손자를 돌보시기 때문에 어린 자녀를 키우는 제 심정에 공감을 잘해주세요. 또 여러 가지로 배려와 위로를 많이 해주세요”라고 한다.
그녀에게 “그동안 목장에서 우리와 함께하면서 어땠는지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아도 괜찮다”던 다른 목원들도 “처음엔 우리가 목사님 사모님께 혹시 말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함께 나누고 또 기도하기 때문에, 이제는 모두가 동네 언니와 동생처럼 지낼 수 있는 것 같아서 감사해요”라고 말한다.
박소혜 집사는 목장 식구들과 함께 하면서 기도응답을 많이 받았다. 제자훈련을 받을 때 둘째 아이를 낳았던 일, 시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 일 등 그동안 참 감사한 일이 많았단다. “목장 모임에서 깊이 있는 나눔을 할 수 있어서 좋은 이유는 제 문제를 객관화시켜서 볼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큰 문제 같았던 것도 아주 작아지고, 함께 기도하고 또 응답받으니까 하나님과 목장 식구들에게 신뢰가 생겨요”라고 말한다. 목장 식구들은 모임 때마다 일주일동안 큐티 했던 내용을 함께 나누는데, 이를 통해 마음과 마음이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서로를 위해서 깊고 폭넓은 중보기도를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입을 모은다.
1인 1사역, 하나님의 사랑을 배워요
“목사님께서 제자훈련과 함께 꼭 1인 1사역을 해야 한다고 하셔서 시작했어요.” ‘기쁨의 집’에서 봉사를 시작하게 된 동기에 대한 목장 식구들의 솔직한 대답이다. 하지만 모두가 동의했기 때문에 이렇게 다함께 봉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처음에 자의로 시작했든, 타의로 시작했든 이제는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곧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고 믿으며, 모두가 기쁨과 감사를 느끼고 있다.
최에스더 집사는 “시아버지께서 위암으로 투병생활을 하셨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잠깐 ‘기쁨의 집’에 계셨어요. 그리고 잠깐 저희 집에서도 모시게 됐었어요. 그 일이 계기가 되어서 그곳에서 봉사를 하는 것이 두렵지 않고 자발적인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간혹 환우들 중에서는 암세포가 겉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고, 환우들에게서 독한 냄새가 나기도 한다. 그래서 처음엔 이런 환우들을 가까이 한다는 것이 힘들고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절망적으로 보이는 상황 속에서 끝까지 천국을 바라보는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들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자신 역시 죽음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어린 자녀를 키울 때 아이가 구토를 하면 남편이 치울 때까지 도망가곤 했다는 심경숙 집사. 그렇게 비위가 약했던 그녀는 처음 ‘기쁨의 집’에 가서 환우들의 양치질을 도와주는 일부터 쉽지가 않았다. 첫날, 봉사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저는 환자분들 돌보는 일 말고, 주방에서 봉사하면 안 될까요? 제게는 달란트가 없는 것 같아요”라고 했단다. 하지만 곧 기도를 하지 않고 찾아갔던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게 됐고, 기도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 “저 혼자서는 시작할 수 없었던 일을 목장 식구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해요. 아직도 비위가 약하기 때문에, 사랑으로 하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왜 꼭 사역을 하라고 하셨는지 조금씩 이해가 되는 것 같아요.”
함께 찬양을 하면서 눈물을 보이던 신승희 집사는 “전에는 봉사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머리에서 가슴까지 너무 멀었어요. 바쁘다는 핑계로 봉사를 꺼렸는데, 잠을 덜 자더라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시간 나면 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쪼개서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제가 제대로 하는 건 없지만 감사해요. 도와드리러 가면 오히려 제가 많이 배우고 돌아와요”라고 말한다. 또한 그녀는 가족 같은 목장 식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사역 속에서 그리고 삶 속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는 것도, 이웃을 사랑하는 법을 알아가는 것도 바로 이렇게 목장 식구들과 함께 하면서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쁨의 집’에 방문하는 날은 환우들과 함께 예배를 드린다. 몸을 움직이기 힘든 환우는 침대에 누운 채로 예배를 드렸지만, 오늘도 거실에 모여 다함께 예배를 드렸다. 목장 식구들은 오늘 말씀을 마음에 새기기로 했다. 아픈 사람이든 건강한 사람이든 죽음을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라고 말씀하셨던 예수님처럼 우리 영혼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목장 식구들은 ‘기쁨의 집’에 방문하면서 그동안 함께 깨달은 것이 있다. “그곳에서 지속적으로 사역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저희는 작은 일을 하고 있는 거죠. 그곳에 가서 도울 수 있다는 것, 지금 우리가 건강하다는 것 자체로 감사해요. 하지만 나도 그들처럼 언젠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오히려 죽음 앞에서 담대한 환우들을 만나면 도전을 받고 도움을 받아요. 고통을 참고 견디면서 하나님을 신뢰하는 모습을 보고 느끼고 배우게 되니까요.” <박시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