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이야기 이명숙 사모_ 다일교회
예수를 믿고 배우자 기도를 드리다
나는 불교를 믿는 대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린 시절, 집 근처에 있던 구세군교회에 나가면서 하나님을 만났다. 당연히 많은 어려움과 핍박이 있었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 때 교회 부흥회에서 받은 말씀의 은혜가 내 인생을 바꿔 놓았다.
부흥회 말씀 중에 야곱 이야기가 있었다. 야곱이 외삼촌의 집을 향해 외롭게 여행하는 모습이 마치 신앙의 자유를 갈망하며 외롭게 걸어가는 내 모습과 같았다.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네가 어디로 가든지 내가 너와 함께하리라”라고 하신 말씀에 나는 눈물을 흘리며 주님께 헌신의 기도를 드렸다.
“주님께 나의 생을 바칩니다. 평생 주님을 위해 살겠습니다. 주님과 함께라면 무섭고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이 고백 이후 성령님의 강력한 임재를 경험했고, 모든 교회 봉사와 예배에 전심을 다했다. 특히 토요일이면 강대상 청소를 도맡아 섬긴 일은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은 나의 기쁨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배우자를 위한 기도를 드렸다. 온 집안이 중매결혼만 했기에 가족들에게 먼저 선포를 했다. “앞으로 내 배우자는 믿는 가정에, 주의 일을 하는 사람이라야 하니 절대 중매할 생각하지 마세요. 나는 하나님께서 중매해 주실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가장 순수하고 큰 믿음을 지녔던 시기인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에서 신학교를 다니며, 교육전도사로 사역을 시작했다. 교육전도사로 섬기던 중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그러나 당시 남편은 대학선교단체(IVF)의 간사였고, 신대원도 가지 않았던 터라 많은 부분에서 내 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때 묻지 않은 믿음이 마음에 들어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 나중에 깨달은 것이지만 하나님께서는 10대 시절 드렸던 배우자 기도를 모두 응답해 주셨다. 남편은 믿는 가정에서 자라, 순수한 믿음으로 주의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오랜 시간 전도사로 살며 독립적인 사역을 하다 목회자의 아내로, 돕는 배필로 살아가는 일은 내게 새로운 부르심이었다. 나는 부교역자인 남편이 섬기는 청소년들과 청년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리고 학생과 청년들을 우리 가정에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음의 문이 닫혀 있던 아이들도 표정이 달라지고 마음이 열리는 것이 보였다. 이에 나는 기쁜 마음으로 거의 매주 식사 초대 사역을 섬겼다.
밥퍼 사역을 하다 다일교회 담임으로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부터 밥 짓는 사역이 시작된 것 같다. 하나님께서는 노숙인 밥퍼 사역을 하시는 다일공동체 최일도 목사님을 교회 부흥회로 부르시고, 우리 부부를 만나게 하셨다. 그리고 하나님의 강권적인 인도와 섭리로 2008년, 우리 가족은 가평의 다일공동체에 들어가 1년 동안 공동체 훈련을 받았다. 사모라는 이름을 완전히 내려놓고 밥순이로, 농사꾼으로, 청소부로 온갖 노동을 하며 1년을 지냈다.
힘들었지만 우리 부부에겐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인생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 후 남편은 청량리 밥퍼 본부장과 다일복지재단 사무국장으로 임명됐다. 그리고 정말 의도치 않게, 교회를 은퇴하시는 최일도 목사님의 후임으로 다일교회의 담임목사가 됐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이력서조차 쓰지 않고 순식간에 진행된 일이었기에 오직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라고밖에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자훈련, 은혜와 성장을 선물하다
올해로 다일교회에 부임한 지 7년째가 됐다. 지난 7년 동안 크고 작은 많은 일들과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보다 큰 은혜와 소중한 변화들이 있었다. 매 주일 예배 때마다 말씀과 찬양과 기도의 은혜가 넘치고, 소그룹으로 모일 때마다 말씀과 간증이 나눠지며, 성도들의 얼굴에 기쁨과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다일교회의 가장 큰 축복은 무엇보다 5년 전부터 시작한 제자훈련이다. 많은 성도가 제자훈련을 통해 새로운 신앙인으로 다시 태어났고, 교회가 교회다워지는 변화의 열매들을 경험했다.
나는 감사하게도 100기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이하 CAL세미나)와 체험학교를 다녀온 후, 작년부터 남편과 함께 제자훈련 인도자로 섬기고 있다. CAL세미나에 신청할 때만 해도 사모인 내가 제자훈련을 인도하리라는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제자훈련에 대한 성경적 근거와 원리, 현장의 이야기와 비전을 들으며 제자훈련이야말로 교회의 가장 본질적인 사역이라는 확신으로 기대와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나를 준비시키셨고, 지난해 제자훈련 여직장반을 섬기게 하셨다. 나는 처음 부임한 사역자처럼,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한 주 한 주 최선을 다했다. 감사하게도 생애 첫 제자훈련이었지만, 훈련생들과 함께 평생 잊을 수 없는 은혜와 성장을 경험했다.
하나님께서 주신 두 자녀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다. 부교역자 시절부터 지금까지 교회 일과 심방으로 아이들에게 제대로 엄마 노릇을 해 주지 못했고, 아이들은 각자 목회자 자녀라는 부담과 상처를 받았다. 그러나 힘들고 아팠던 사춘기 시절을 통과하고 지금은 각자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준비를 하고 있다. 내 자녀의 성장통을 지켜보며, 교회 안에 있는 많은 가정의 어려움을 더욱 이해하고 격려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돌아보면 모든 것이 다 주님의 섭리와 은혜다. 주님께서는 철부지 같은 부족한 인생을 세우시고 견인해 주셨다. 일체가 은혜요, 감사거리다. 그러나 아직 달려갈 길이 멀다. 바울 사도의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라는 고백은 이제 나의 고백이 됐다.
고상한 지식과 품격이 부족해도, 푼수같이 누구든 품에 안을 수 있고, 긍휼의 마음을 나누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는 목회자의 아내이고 싶다. 주님께서 인도하시는 길을 따라 사역을 허락하실 때까지 기쁨으로 섬기며, 복음과 사랑의 바구니를 들고 주님 오시는 길을 예비하리라.
이명숙 사모는 다일교회 김유현 담임목사의 아내이며, 1989년부터 2002년까지 부산에서 교육전도사로 사역했고, 현재 다일교회 제자훈련 인도자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