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이야기

2015년 05월

“하나님의 행복한 홍보대사”

사모이야기 이영미 사모_ 상도제일교회

나는 대전 새로남교회에서 13년 동안 교회학교 사역을 감당했던 부교역자의 아내와 세 아이의 엄마로 앞만 보고 정신없이 살아왔다. 그러던 중 2007년 10월 전혀 예상치 못했던 하나님의 특별한 인도하심으로 서울에서 50년 전통을 가진 합동 교단 상도제일교회 담임목사의 사모로 부임했다. 생각지 못한 청빙이었지만 하나님의 놀라운 인도하심이 있었기에, 비록 잘 준비되지는 못했지만 하나님의 응답이라 확신하며, 평안함 가운데 담임목사 사모로서의 첫 발을 내딛었다.

 

어르신들을 섬길 때 행복하다
전에 부교역자로 섬겼던 교회가 젊고 활기찬 교회였다면 상도제일교회는 50년 역사를 지닌 전통 교회로 성도 대부분이 어르신들로 구성돼 있어, 30대 후반의 어린 사모였던 나로서는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행동 하나하나가 어려웠다.
담임목사의 사모로서 어떻게 하면 성도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 성도들은 내게 무게 있는 모습을 원할까? 아니면 모든 것을 갖춘 것처럼 보이는 완벽한 사모를 원할까? 담임목사의 사모로 행동하는 것은 내게 참으로 부담스럽고 힘든 숙제였다. 그런데 이 숙제의 해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담임목사 사모가 됐기에 못하는 것을 개발해 더 잘하려 하기보다는 내 장점을 강점으로 만들면 됐던 것이다.
내게는 어릴 때부터 사람들에게 칭찬을 들었던 몇 가지 장점이 있었다. 엄격하면서도 사랑으로 자녀들을 양육하셨던 부모님의 가정교육 덕분에 “항상 예의 바르다”, “언행이 반듯하다”, “잘 웃는다”라는 말을 사람들로부터 들었고, 이 같은 행동이 습관으로 몸에 배 있었다. 탁월한 영성이나 해박한 성경 지식 등 완벽한 사모로서의 조건은 갖추지 못했지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이자, 그것이 어느새 내 강점이 됐다.
그러자 자신감도 생기고, 성도들과 어르신들을 대하는 게 더 이상 부담스럽지 않게 됐다. 나는 성도들을 만나면 환한 미소로 겸손히 인사하고, 손을 잡아 드리고, 안아 드리며, 따뜻한 격려의 말로 기쁨을 드린다. 남편은 강단에서 설교로 성도들을 끌어가고, 나는 뒤에서 섬김으로 밀어 준 것이 바로 전통 교회에 부임한 나의 첫 번째 행복이었다.

 

전도할 때 행복하다
나는 하나님께서 불러 주셨으면 하고 바라는 별명이 있다. “하나님의 행복한 홍보대사 이영미 사모”다. 나는 전도할 때 가장 행복하다. 내가 받은 구원의 기쁨을 전하고, 내가 누리는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축복의 통로로 쓰임 받을 때 행복하다. 그래서 전도할 때마다 나도 모르는 에너지가 솟아난다. 부임 이후 꾸준히 전도는 해 왔지만 본격적으로 열심히 전도를 시작한 것은, 2012년 교회 근처에 2,441 세대의 아파트 단지가 생기면서부터였다. 나는 특별한 심방이나 중요한 사역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입주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하나님을 전하고 우리 교회를 소개했다. 무더운 한여름에도 쉬지 않았고, 눈이 펑펑 쌓이고 영하 15도가 넘는 매서운 추위에도 핫팩을 몸에 붙이고 찬송하며 기쁜 마음으로 전도했다. 때론 얼음판에 미끄러지기도 하고, 때론 사람들의 냉담한 반응을 감수해야 하기도 했지만 늦은 시간이라도 아파트 단지를 한 번 돌고 와야 마음이 평안해졌다. 나는 2,441 세대를 수없이 돌고 또 돌았다. 아마 아파트 주민들보다 내가 더 많이 그 땅을 밟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전도하는 노하우도 많이 생겼다. 물론 선물과 주보, 교회학교 소개, 교회 소개 등도 했지만 이사하는 사람들을 위해 맛있는 차도 준비해 다녔다. 무엇보다 방문한 가정들에 대한 연령, 종교, 가족 수, 마음 문이 열린 정도, 방문 횟수를 꼼꼼히 기록해 2,441 세대에 관한 정보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해 다녔다. 그러다 보니 내가 가진 데이터가 우리 교회 공식 데이터가 되기도 했다. 담임목사 사모가 전도하면 다들 놀란다. “어머, 담임목사님 사모님이 전도하세요?”
이렇게 사람들의 놀란 입에 순식간에 복음을 넣으면 된다. 이것이 담임목사 사모만이 할 수 있는 전도법이다. 그리고 담임목사 사모의 전도는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 사람들은 그 기억을 찾아 교회로 온다. 이런 전도는 담임목사 사모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난 이 행복이 너무나 좋다.

 

쓰임 받을 때 행복하다
과거에 윤항기 목사님이 불렀던 “난 참 행복합니다”라는 노래는 내 노래다. 이 땅에서 섬길 수 있는 교회와 섬길 수 있는 성도가 있음이 참 행복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하나님 품 안에 내가 거하고 있다는 게 행복하고, 부족한 내가 사모로 쓰임 받는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하다.
대부분의 성도들은 전통 교회 담임목사 사모는 조용해야 하고, 뒷자리에 앉아야 하며, 나서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말에 동의도 하지만, 그렇게 하면 정말 행복한 사모가 될 수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녹슬어 없어지기보다 닳도록 쓰임 받기 원한다. 이는 주도하거나 나선다는 의미가 아니다. 꼭 필요한 장소에서 쓰임 받는 것을 말한다. 
나는 매주 월, 화, 목요일에는 새벽예배 반주로 하나님을 섬긴다. 교회 규모가 작지 않은데 담임목사 사모가 반주한다며 미안해하시는 장로님들도 계신다. 아마도 그분들은 내가 하나님께 쓰임 받는 행복을 모르시기에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나는 반주가 있는 새벽에는 남편보다 먼저 일어난다. 그리고 거실에 있는 피아노에 앉아 그날 새벽예배 때 남편과 성도들이 부를 찬송가를 연습한다. 아이들이 깰까 봐 소리 줄이는 페달을 누르고 연습한 후, 교회에 가서 반주한다.
남들은 힘들지 않느냐고 하는데 나는 행복하다. 손에 물을 묻히지 않고 어떻게 밥을 지을 수 있는가? 손에 물이 묻고, 손은 점점 더 투박해지지만 그것이 가정을 위한 아내이자 엄마의 행복이다. 아무도 빼앗을 수 없는 나만의 쓰임 받는 행복! 가나 혼인 잔치에서 물 떠온 하인만 아는 그 행복을 알기에 난 오늘도 이 노래를 부른다. “난 참 행복합니다! 정말 정말 행복합니다!”

 

 

이영미 사모는 매주 화, 목요일에 있는 화목한 전도팀의 대원임을 자랑스러워하며, 현재 3남매의 친구 같은 엄마이자, 상도제일교회와 서울 CAL-NET 총무인 조성민 목사의 아내로 행복하게 교회를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