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ICK
문화를깨운다 신국원 명예교수_ 총신대학교
오늘날 포스트모던 시대는 학문의 중립성을 신화로 여긴다. 이성의 객관성과 중립성에 대한 믿음이 깨졌기 때문이다. 보편적 진리에 대한 신뢰 또한 사라졌다. 오히려 상대주의 관점만이 난무한다. 냉소적이고 회의주의적인 분위기도 팽배하다. 이런 세태 때문에 그리스도인 중에는 근본주의를 옹호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끼는 이들조차 있다. 이런 상황이 비춰 보면 이 책은 오해의 소지도 있다. 어쩌면 세태의 뒷북을 치고 있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종교적 중립성은 신화일까
이 책의 논제는 사실 단순하다. 모든 학문적 이론의 배후에는 세계관이 있는데, 그것은 종교적 신앙 위에 서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저자의 독창적이거나 새로운 주장도 아니다. 학문의 뿌리를 신앙으로 보는 전통은 오래됐다. 멀리는 “알기 위해 믿는다”(credo ut intelligam)라고 했던 4세기의 어거스틴과, 이성을 ‘창녀’라고 부른 마틴 루터도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리스도인만 그런 주장을 한 것은 아니다. 사실 철학자 니체가 루터와 같은 주장을 했을 때만 해도 과장이라고 여겼을 수 있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학문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낱낱이 파헤쳐 폭로해 이론의 중립성 주장은 근본적 신뢰를 잃었다. 20세기에 들어서 포스트모더니스트에 의해 종교적 중립성은 신화라는 사실은 상식이 돼 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