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컬쳐 유민주 기자
포털 사이트에 김명호 목사를 검색해 보았다. 많지는 않더라도 그에 대한 자료를 꽤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국에서 손꼽히는 대형 교회에서, 그것도 옥한흠 목사라는 거장의 곁에서 목회 평생을 살아온 그가 국제제자훈련원의 대표라는 직함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뷰를 잘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김명호 목사가 책을 냈다. 그것도 ‘나는 잇는다’는 제목이라니. 지금까지 수면 위로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그의 행보를 생각할 때 의아함이 먼저 들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처음으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은 자서전인가, 아니면 故 옥한흠 목사에 대한 회고록인가.
이 책은 제자훈련 전문 사역자로 살아온 저자가 자신의 50대 이후 사역 행보를 놓고 고민하던 기억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 기억은 옥 목사의 소천 당시로 이어진다. 자신의 롤모델이자 멘토였던 이의 마지막을 지키며, 그는 미래의 자신이 아닌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부친이 목회하던 경기도 오산의 한 시골 교회를 떠나, 서울 강남은평교회(개척 초기 사랑의교회)로 향하던 20대 신학생 김명호 말이다.
처음 옥한흠 목사의 설교하는 모습을 보고 한마디로 ‘뿅’ 간 이 신학생은 곧바로 사랑의교회에 정착해 주일학교 교사로 섬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1979년 9월 “너, 전도사 해라!”라는 뜬금없는 말로 시작된 옥 목사와의 첫 대면에서부터 함께 동해를 즐기며 천렵놀이를 하던 기억, 때로 눈물이 쏙 빠지게 혼이 났던 기억, 그리고 자신에게 제자훈련 전문 사역자라는 길을 제시해주던 기억, 그 길을 위해 계약서 한 장 없이 유학을 보내주던 기억, 긴 세월 함께 CAL세미나 사역을 했던 기억까지…. 저자가 풀어놓은 이 기억의 퍼즐들은 곧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어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것은 김명호라는 그림도, 옥한흠이라는 그림도 아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자서전도, 회고록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의 목회 인생 이야기를 하자면 어느 순간에서도 옥한흠 목사를 빼놓을 수 없고, 옥 목사를 회고하다 보면 그의 한 사람을 향한 열정, 즉 ‘제자훈련 목회철학’이라는 큰 그림이 그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총 2부로 나누어진 이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우리가 왜 제자훈련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신학적인 설명을 함으로써 그 당위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리고 CAL세미나 이후 이어져야 할 ‘제자훈련 체험학교’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와 함께 마지막에는 ‘반드시 성공하는 제자훈련 노하우’까지 담아냈다. 또한 해외 CAL세미나 현장을 짚어나가며 제자훈련 목회가 실제적으로, 그리고 국제적으로 뻗어 나가고 있음을 보여주기에 이른다.
이제 『나는 잇는다』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감이 올 때가 되었다. 저자가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은 이유는, ‘나’만, 혹은 ‘내’가 선두에서 제자훈련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것이 아니다. 한국을 넘어 이 땅에 존재하는 목회자들이 ‘모두’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제자훈련 정신을 붙잡고, ‘함께’ 이어나갔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소망이 그 바탕에 있는 것이다.
이런 그의 소망처럼, 이 책을 접한 목회자들이 『나는 잇는다』의 ‘나’에 자신의 이름을 넣고 선포하며, 함께 제자훈련 정신을 이어나가길 기대해 본다. <유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