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컬쳐

2015년 02월

2월 신간소개 * 『샴고로드의 재판』 외

북&컬쳐 편집부

전능하신 신을 심판하다
『샴고로드의 재판』 (엘리 위젤 저/ 포이에마)

인류에게 일어난 처참하고 잔인한 사건들. 이른바 대학살이나 전쟁, 테러 같은 재난을 목격한 인간은 신음하며 신께 이런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살아 있다면 왜 이런 일들을 그냥 보고만 있습니까?”
이 책은 그런 의문에 빠져본 이들을 위한 것이다. 엘리 위젤은 자신의 아우슈비츠 경험을 담은 『나이트(La Nuit)』라는 작품으로 국내에 이름을 알렸고, 노벨 평화상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받았다. 그의 이번 희곡 『샴고로드의 재판』 역시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랍비들의 재판 장면을 목격한 경험담을 살려 기록한 작품이다. 대신 무대의 배경은 1949년 2월, 동유럽의 한 마을 ‘샴고로드’의 여관이다.
샴고로드는 얼마 전 끔찍한 유대인 대학살을 겪었고, 유일하게 남은 자는 여관 주인 베리쉬와 그의 딸 한나다. 그 마을에 세 명의 음유시인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부림절 연극을 하려 했던 음유시인들의 의도와 달리 상황은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 그들은 전능하신 신을 피고석에 앉혀 재판을(아니, 연극을) 시작한다. 낯선 나그네가 신의 변호인을 자처하며 공방은 더욱 치열해지고, 마침내 그의 정체가 드러나며 막이 내린다.  
고통과 절망이 인간을 사로잡아 하나님의 선하심을 의심하게 만들 때, 무신론자들의 “신은 없다”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릴 때 주를 믿는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백지희 기자>

 


두려움에 떨고 있는 다음 세대에게
『두려움에 답하다』 (김상권 저/ 국제제자훈련원)

요즘 청년들의 사망 원인 1위는 바로 자살이라고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답답한 현실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지친 삶의 끈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이 시대의 청년들. 그들은 왜 그토록 초조해 하며 힘겹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인 부산 수영로교회 대학부 디렉터 김상권 목사는 사면초가의 현실에 놓인 청년들의 두려움을 8가지로 분류하고, 창세기의 지혜로 그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찾아간다. 비전, 상처, 세상의 유혹, 관계, 삶의 예배 등 삶과 긴밀하게 연결된 영적 부분들을 다루며 청년들과 공감하고 위로한다.
그뿐 아니라 구약 시대 창세기의 등장인물들이 상황을 온전히 하나님께 맡겨드릴 때 하나님께서 그들을 인도하시는 장면들을 통해, 그들과 함께하셨던 하나님께서 오늘도 우리와 함께 하시고 우리를 이끄시는 하나님이심을 다시 한 번 확신하게 한다. 이 책은 지금도 우리의 청년들이 하나님의 말씀에서 인생의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모른 채 남들과 똑같이 숨 가쁘게 뛰고 있는 그리스도인 청년들에게, 또 한국 교회의 다음 세대를 사랑하는 청년 사역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하늘의 참 평안으로 두려움을 벗어버리고 빛나는 청춘을 살아가는 다음 세대들이 세워지길 바란다. <김하림 기자>

 

 

당신의 삶에는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심플』 (빌 하이벨스 저/ 규장)

많은 사람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여유 있는 삶을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새로운 일들은 계속 쌓이고, 그에 바쁘게 맞서다 보면 여유 있는 삶과는 더욱 거리가 먼 삶을 살게 된다. 그러다 탈진해서 쓰러지기 일보 직전에 가서야, 우리는 잠시 숨을 돌리며 어수선한 문제들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단순한 삶’을 꿈꿔 본다. 하지만 윌로우크릭교회의 빌 하이벨스 목사는 이 ‘단순한 삶’을 조금 다르게 정의한다.
“단순한 삶이란 일을 적게 하는 것 정도가 아닌 그 이상의 삶을 의미한다. 하나님이 계획하신 대로 되는 것, 전심전력을 다해 외골수 같은 집중력으로 하나님이 뜻하신 바로 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심플』은 에너지관리, 일정관리, 재정관리, 직장 생활, 용서, 두려움 극복, 대인관계, 소명, 인생의 시기 파악, 진정한 만족감 주는 것 찾기 등의 10가지 주제를 통해 평소에 스스로 하기 힘든 자기평가를 할 수 있게 하고, 우리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목적에 걸맞게 진정으로 ‘단순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인생의 수많은 선택지에서 최우선으로 하나님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 진리를 굳게 붙들고 삶의 가지치기를 하다 보면 한 번뿐인 인생의 마지막 날, 미소 지으며 “나는 만족한 삶을 살았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방선주 기자>

 

 


화제의 책


십자가 앞에 독대하게 된 ‘청년 하용조’의 병상 고백록
『나의 하루』(하용조 저/ 두란노)

 

『나의 하루』를 읽으면서 참 오랜만에 복음에 열정적인 한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고, 덩달아 그의 순수한 구령의 열정에 전염된 기분이 들었다. 그는 바로 고(故) 하용조 목사다. 그의 생전 그 어느 책보다도 그의 일면을 잘 알 수 있도록 돕는 책이 바로 『나의 하루』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스물셋 청년 하용조 목사가 1968년 8월 1일부터 1969년 5월 2일까지 9개월간 걸쳐 쓴 친필 일기로, 폐결핵에 걸려 인천의 한 병원에 입원해 성경 읽기와 기도에 전념하며 십자가로 돌아간 청년 하용조 목사의 고독하지만 진솔한 고백록이다.
평소 시간만 되면 전도하기로 유명했던 청년 하용조 목사는 병원에 입원해 환자들에게까지 복음을 전했던 다양한 에피소드를 일기에 썼다. 또한, 청년 시절 그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던 CCC 김준곤 목사에게 보낸 친필 편지도 수록돼 있어, 가난한 민족을 복음으로 구원하기 위해 기도하던 한 청년의 심령도 엿볼 수 있다.
병원에 입원해 거리 전도나 캠퍼스 사역을 할 수 없었지만, 그는 오히려 병상의 시간이 십자가 앞에 다시 붙들린 계기가 돼 감사하다며, 고독과 외로움 속에서 주님을 더욱더 묵상하게 됨을 고백한다. 이 책은 에콰도르 선교사로 헌신했던 짐 엘리엇의 생애를 그린 『전능자의 그늘』보다 더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아마도 저자가 한국 교회에 친숙한 거목 중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리라.
특히 이 시대 청춘들에게 어두운 현실에 무릎 꿇지 말고, 주님을 의지하며 복음을 위해 하루를, 한 시간을 값지게 살 것을 고인의 46년 전 일기장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정말 일독을 권한다. 

 


본회퍼가 안내하는 그리스도인의 하루
『본회퍼와 함께하는 하루』(디트리히 본회퍼, 만프레드 베버 저/ 홍성사)

연초이다 보니 ‘하루’와 관련한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온다. 『본회퍼와 함께하는 하루』 역시 그런 묵상집 중 하나지만, 본회퍼의 생각이 묵상으로, 묵상이 행동으로 연결시킨다.
‘독일의 양심’으로 불리는 디트리히 본회퍼의 이름만으로도 이미 이 책은 독자의 손이 가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세로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도록 제작된 제본과 감각적인 디자인 때문에 365일 동안 묵상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왠지 소장하고 싶은, 독자의 마음까지 훔치는 책이다.
이 책은 본회퍼의 묵상, 설교, 연구서, 편지, 기도와 시, 비망록 등에서 영성이 넘치는 글들을 발췌한 묵상집이다. 교회력을 따르며 주제에 따라 월별로 묶어 하루하루 1년간 묵상하도록 엮었다. 특히 현실, 책임, 죄책, 대리라는 말이 이 책에는 자주 나오는데, 1월 5일의 묵상 한 편을 살펴보도록 하자.
“한날의 괴로움은 그날에 겪는 것으로 족합니다”(마 6:34, 새번역). 내일은 전적으로 하나님 손에 맡기고 오늘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받는 사람이 진정한 의미에서 안전을 보장받은 자입니다. 하루하루 하나님께 받은 삶은 나를 내일로부터 자유하게 합니다. 내일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은 끊임없이 염려하게 합니다.
2015년 『본회퍼와 함께하는 하루』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묵상하며 죄와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희망의 새날을 맞도록 하자. <우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