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읽기 박영근 대표 _ 아담재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인기가 대단하다. 트위터 이용자는 이미 1억 3천만 명을 넘어섰고, 페이스북 가입자는 5억 명에 달한다니 실로 놀랄 만하다. 주말의 시작인 금요일을 감사한다는 의미의 TGiF(Thanks God It’s Friday)가 이젠 Twitter-Google-iphone-Facebook라는 색다른 의미로 해석되기에 이르렀다.
시공간과 공사의 경계도 허물다
이 놀라운 인기는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시간, 공간, 인간의 무한대 확장’에 그 비밀이 숨겨져 있다. 전 세계를 거미줄처럼 연결해 준 인터넷 덕분에 존재조차 알 수 없었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네티즌들은 ‘거리의 소멸’을 경험한다.
최근 사망자의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가족이나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제출되었다는 소식은 죽어도 죽지 않는 사이버 세상의 ‘시간의 소멸’을 입증한다. 만나기 어려웠던 유명인사들과 1촌을 맺는 순간 사회적 경계의 벽을 뛰어넘는 짜릿한 흥분을 느끼기도 한다.
과거에도 녹음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전화가 도입되었을 때 시간과 공간의 확장을 경험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한 사람과의 연결이 줄줄이 사탕처럼 또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로 이어져, 계속 커져만 가는 눈덩이처럼 끊임없이 형성되는 네트워크야말로 새로운 소셜미디어(social media)의 위력이다.
최근에 일어난 공영방송 KBS와 개그우먼 김미화 씨 사이의 정치적 ‘블랙리스트’ 논란에서 새로운 매체의 또 다른 힘을 확인할 수 있다. 김미화 씨가 트위터에서 “KBS 내부에 출연금지 문건이 돌기 때문에 출연이 안 된답니다”라고 주장하자 KBS는 곧바로 김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는 법정에서 밝혀지겠지만, 단순한 개인적 의견이 트위터를 통해 널리 확산되는 순간 더 이상 개인적 의견이 아니라 공적인 논쟁으로 비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TGiF는 ‘시간, 공간, 인간의 한계’와 함께 ‘공과 사의 경계’마저 허물어 버렸다는 이야기다. 굴레를 싫어하는 젊은이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소셜미디어 중독자 등장
새로운 매체의 등장은 커뮤니케이션의 환경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변화가 바람직한 것이냐’ 하는 점이다. 매체가 아무리 놀라운 힘을 가졌다 해도 매체는 매체일 뿐이다.
변함없는 커뮤니케이션의 주체는 사람이다. 주체가 매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매체가 주체를 부려먹는 사태가 벌어진다. 아름답고 유익한 소식을 널리 전파하여 할 TV가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주체를 도와야 할 매체의 역할을 도외시하고, 시청률로 발생하는 자신의 이익만을 목표로 한 까닭이다.
수많은 TV 중독자들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희생자들이다. 소셜미디어 또한 마찬가지다. 벌써부터 TGiF 중독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괴력의 이 새로운 매체를 매체답게 활용하는 일이야말로 우리 주체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도전임을 시사한다.
이 힘겨운 싸움에서 승리하는 비결 또한 자명하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과 시간, 공간, 인간을 무한대로 확장하는 것이다. 과거에 집착하거나 현재의 이익에 눈멀어 내일을 바라보지 않는 근시안. 우리 집안, 우리 교회, 우리 회사, 우리나라만을 고집하는 폐쇄주의자들. 공공의 이익보다는 사리사욕에 목매는 이기주의자들. 이들이야말로 TGiF를 저질 싸움판으로 타락시키고 결국은 중독의 희생제물이 되고 말 것이다.
대한민국의 커뮤니케이션 실정은 비참하다. 세계 최고를 기록하는 이혼율은 남편과 아내 사이의 뼈아픈 싸움의 증거이고, 노사 간의 전쟁 같은 치열한 싸움과 여야의 치졸한 싸움으로 세월 가는 줄 모른다.
집안 꼴이나, 회사 꼴이나, 나랏일이나 살맛 안 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자살률이 OECD 국가 가운데 최고다. 젊은이들이 결혼하고서도 애를 낳지 않아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을 배워라
이런 판국에서도 스마트폰을 배우러 학원을 찾는 이들은 많지만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을 배우겠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커뮤니케이션은 다른 사람과 하는 것이다. 동창, 동향, 동기만을 찾는 이들에게 TGiF는 돼지에게 던져진 진주일 뿐이다.
다른 사람을 만나면 먼저 ‘다른 것은 다른 것일 뿐 틀린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점보다는 공통점을 먼저 찾을 일이다(求同存異). 그리하다 보면 대동소이(大同小異) 함을 알게 되어 결국 서로 화목(和而不同) 하는 군자가 된다.
그러나 공통점에 눈 감고, 차이점만을 보는 사람에게는 적은 차이(小異)가 전부가 되어 결국 동이불화(同而不和) 하는 소인배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더 멀리, 더 넓게, 더 많은 사람들과 화목하려면 ‘바로 지금 여기 내 앞에 있는 너와 함께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만군의 주 여호와께서 “사람이 친구와 이야기함같이 모세와 대면하여 말씀하셨음”(출 33:11)을 기억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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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근 소장은 연세대 철학과와 동대학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남미시시피주립대학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세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임했다. 기독교방송에서 CBS저널과 CBS집중토론을 진행했으며, 현재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위해 아담재(我談齋) 대표 컨설턴트 겸 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