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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나실인의 삶, 순종이 관건

과월호 보기 이의수 목사(사랑의교회 사랑패밀리센터)

대학교 캠퍼스에 가면 제복을 입고 검정색 007가방을 들고 다니는 학군장교 후보생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은 학생으로서 지켜야 할 교칙과 장교 후보생으로서의 규칙 모두 철저히 지키며 생활한다. 마치 흐트러질 수 없는 삶의 규칙들이 그들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그들처럼 이스라엘 가운데 구별된 삶을 살기로 서약한 사람들이 바로 ‘나실인’이다.

선민 이스라엘이 제사장 나라가 되기(출 19:6) 위해서는 거룩한 삶을 사는 실제적인 모델이 필요했다. 이에 하나님께서는 나실인을 통해 성도의 삶의 표준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셨다(민 6:1~21). 그들은 평생 또는 일정 기간에 오직 하나님을 위해 힘쓰고 헌신하는 삶을 살았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만이 내 삶의 즐거움이요, 주인이며, 영광이라는 사실을 삶으로 살아 내겠다고 서원했다. 

남성 중심으로 기록된 성경에서 나실인에 대해서는 남자와 여자(민 6:2)를 같이 언급했다. 거룩한 삶을 사는 일에 있어서는 신분이나 성별에 따른 차별이 없기 때문이다. 분명한 서약과 실천이 있을 때, 누구든지 진정한 나실인이 될 수 있었다. 

나실인으로 사는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님께 헌신된 삶을 살아 그분께 영광 돌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포도주와 독주를 멀리하고(민 6:3~4), 머리에 삭도를 대지 않았으며(민 6:5), 시체로 자신을 더럽히지 않도록 했고(민 6:6), 세속으로부터 자신을 완전히 분리시켰다. 이것이 나실인의 법이었고, 그들의 삶은 엄격함 그 자체였다.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이 “나는 나실인과 상관없다”라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가 나실인이 아니더라도, 나실인처럼 거룩한 삶을 살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으로부터 부름받아 구원받은 존재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나실인의 삶은 선택이 아니라 순종의 문제다. 

우리가 세운 서약이 생활 가운데 실천하지 못해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얼마나 아쉽겠는가. 열매로 이어지지 못하고 떨어진 과실수의 꽃들처럼 열매 없는 인생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만을 바라고 사는 100% 헌신된 한 명의 그리스도인은 90% 헌신한 백 명보다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실인이다. 내가 하나님 앞에서 약속했던 작은 믿음의 약속들을 지키며 나를 점점 새롭게 만들어간다면, 나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실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