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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선으로 악을 이기게 하신 은혜

과월호 보기 이대준 집사(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내 삶은 2010년, 청천벽력(靑天霹靂) 같은 아내의 대장암 선고를 기점으로 나뉜다. 이전의 나는 일 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젊은 나이에 성공을 맛보면서, 자만심에 빠져 하나님을 잊은 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내게 아내의 병과 커다란 고난이 찾아왔고, 병원에서 내민 아내의 생명 포기 각서를 보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동안 가족을 위한다며 흘린 땀과 열정도 아내를 살리는 데에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헛된 곳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음을 깨달은 나는 뒤늦은 후회와 절망 속에 있었다. 하지만 아내는 하나님의 역사하심과 은혜로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이후 우리 부부는 이사한 집에서 가까운 교회를 찾아 정식으로 등록하며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하나님께서는 공동체에서 훌륭한 신앙의 선배들을 보고 배울 수 있도록 만남의 축복도 허락하셨다. 건강한 신앙 공동체에 속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내게 큰 감사임을 고백한다.
그렇게 하나님 앞에서 믿음을 회복하고 다시 회사에 복귀하니, 내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 있었다. 수십억 원의 공금 횡령을 일으킨 후배가 대부분의 우량 거래처들을 빼돌려 동종 업종에서 새로운 사업을 몰래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다시 쓰디쓴 절망을 맛봐야 했다. 아침마다 분을 삭이며 힘겹게 편 성경에서 하나님께서는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로마서 12장 21절 말씀으로 위로하셨다. 말씀으로 하나님을 만나니 후배를 향한 분노의 칼이 점점 무뎌져 갔고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다.
이제는 매일 아침 큐티를 하며, 오늘은 하나님께서 어떤 말씀을 주실지 기대함으로 하루를 열고 있다. 아직도 선으로 맞서는 것이 힘겨워 악한 방법에 눈을 돌리기도 하지만, 날마다 날 선 검과 같은 말씀으로 나를 깎고 다듬어 가실 하나님을 바라본다. 이 세상 끝나는 날까지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자로 살아가기를 다짐하며, 오늘도 믿음의 걸음을 한 발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