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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맘을 위한 힐링 캠프 ‘러빙유’를 진행했다. 절반은 이혼, 절반은 사별한 여성들이다. 이혼 후 석 달 만에 딸이 하늘나라로 간 여성, 남편의 폭력과 외도 끝에 힘들게 이혼했더니 아들이 자살을 시도한 여성, 남편과 사별하고 다른 남성과 재혼했는데 또 이혼한 여성, 정신분열증에 걸린 아들로 인해 가슴이 너덜너덜해진 여성, 이혼 후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삶의 끈을 힘겹게 이어가는 여성 등등.
다들 홀로 자녀를 양육하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밤낮으로 뛰어 다녀야만 했다. 온몸은 어디 한 군데 성한 곳이 없다. 당뇨, 고혈압, 암, 손상된 관절, 디스크, 시력 상실 등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다.
아무리 “코끼리에게 한 짐이 개미에게도 한 짐”이라지만, 이들이 견뎌 온 삶의 무게는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전쟁같이 치열한 삶을 오직 자식 하나 바라보며 버텨낸다. 그런데 그 자식이 가슴에 돌팔매질을 한다. “다 엄마 탓이야. 아빠가 떠난 게!”
소리치는 아들을 바라보며 그날 그 엄마는 저녁 내내 상처 난 가슴을 쥐어뜯는다. 숨죽이며 흐느낀다. 목 놓아 실컷 울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럴 수도 없다. 엄마가 힘들어 하면 아이들이 더 힘들까 봐, 애써 밝게 웃는다.
혼자라고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더 절제되고 정돈된 삶을 산다. 힘들어도 내색조차 하지 않는다. 찢겨진 가슴이 들통 날까 봐 두껍게 가면을 쓴다. 누군가 자신을 그렇게 소개했다. 연고대 수석졸업생이라고. 연단과 고난의 대학이란 뜻이다. 이들이 당한 고난보다 수석 졸업생답게 보이려 애쓰는 것, 그것이 더 힘들게 만든다.
이 여성들이 자신들을 ‘불쌍히’ 여기는 주님의 사랑을 만나게 된다. 주님 앞에서까지 수석졸업생일 필요는 없다. 시커멓게 타들어간 속을 내보이며 난생 처음 목 놓아 소리치며 운다. 아이처럼 온몸으로 운다. 울고 또 울다 보면 어느덧 마음이 말갛게 된다. 자신을 위한 눈물은 어느덧, 자식을 위한 통곡으로 변한다.
“우리 아이가 불쌍해요. 엄마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사는데 왜 도와주지 않느냐고 소리치며 화만 퍼부어댔거든요. 의지할 사람이라곤 엄마밖에 없는데 날마다 야단만 쳤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엄마와 자식은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하나가 된다. 싱글 맘들은 다시 일어선다. 오늘도 ‘불쌍히’ 여김 받고, ‘불쌍히’ 여겨 주어야 할 가족은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