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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 1.
중년 여성이 시장에 갔다가 밍크코트 가게 앞을 지나는데, 너무 마음에 드는 게 눈에 들어온다. 일단 가격이나 보자고 들어갔다. 동그라미가 7개나 붙어있다. 눈이 휘둥그레져 서 있는데 종업원이 말한다. “저… 손님, 이게 좀 비싼 거라.” 순간 가슴에 불이 확 치밀어 오른다. ‘아니, 이게 날 뭘로 알고?’ 카드를 꺼내서 얼른 그어버린다. 그리곤 집에 돌아와 밤새 가슴을 쥐어뜯는다.
# 에피소드 2.
사돈 내외와 호텔에서 식사를 했다. 부유한 사돈이 음식 값을 지불하겠다며 말리는데도 굳이 우겨서 계산을 한다. 한 달 생활비에 가까운 돈을 지출해 놓고 집에 돌아와 목 놓아 운다.
# 에피소드 3.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에 빠졌다. 양가 모두 뜯어말린다. 그럴수록 둘의 사랑은 더 뜨겁게 불타오른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퇴색될 사랑의 감정이 세기의 사랑으로 진화했다.
에피소드들의 공통점은 청개구리 심리다. 심리학자 브렘은 말한다. “외부로부터 자유가 위협당하거나 자존심이 손상되면 심리적 반발로 금지된 행동을 발현하게 된다.”
예수님께 이방여인이 찾아왔다. 귀신 들린 딸을 고치고 싶어서다. 그런데 예수님은 인격모독에 가까운 말을 한다.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아니하다.”
이 말은 여인 속에 잠들어 있던 투지를 불사른다. 매몰차게 거절당할수록 딸을 고쳐야 한다는 절박함이 불타오른다. “개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로 배불리니 나에게 부스러기라도 달라”고 요청한다. 결국 여인은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
거절도 주님의 응답이다. 상처도 주님의 사랑이다. 흔들어서 채운다. 예수님은 이미 여인의 마음속에 믿음의 불씨를 심고 계셨던 것이다. 배부른 아이들이 넘쳐난다. 거절을 통한 결핍을 체험하지 못해서다. 원하는 건 뭐든 부모들이 알아서 채워 준다. 한발 앞서서 넘치도록 공급한다. 배고픔을 느낄 틈이 없다.
일본 의학박사 나구모 요시노리 박사는 공복상태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면 생존유전자인 시르투인이 작동하게 된다고 말한다. 부모는 자녀 속에 잠자고 있는 이 생존유전자를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 무분별한 “Yes”가 아닌, 단호한 “No”를 통해. 결핍학습은 부모의 최대 미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