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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내의 하소연이다. “하여튼 정리정돈 안 하기로 유명해요. 현관문에 들어서자마자 가방 집어 던지고, 소파에 앉아 넥타이 풀어 놓고, 부엌에 들어와 와이셔츠 벗어서 던져 놓고, 안방 침대에 바지 벗어 던진다니까요. 그것도 다 뒤집어서. 특히 양말 뒤집는 데는 질렸어요. 그렇게 말하는데도 안 고쳐요. 도대체 그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아내 부탁 하나 못 들어 주냐구요? 지 애비가 저러니 애들도 똑같아요. 매사가 저렇게 허술하니 직장에서도 인정을 못받죠.”
그 남편의 호소다. “왜 그렇게 말을 잘 뒤집는지. 같이 큐티하자고 약속했으면 해야 할 것 아닌가요? 하여튼 꾸준히 하는 게 없어요. 그래놓고 시시콜콜 잔소리는 얼마나 많은지, 걸핏하면 물건 잃어버리고 오질 않나, 지난번에는 결혼기념일에 사준 커플링도 잃어버리고 오더라구요. 살림을 제대로 하나, 애들을 잘 키우길 하나. 뭘 제대로 하는 게 있어야죠. 하여튼 한심해요. 한심해!”
결혼의 연수가 많아질수록 손가락질도 많아진다. 기대하는 바는 많은데 채워지는 것은 없으니 서로 고자질하는 것이다. 이때의 자세를 보았는가? 빳빳하게 치켜든 고개, 쏘아보는 눈짓, 오만하게 내민 턱,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 한 발 내민 공격적인 발. 온 몸은 말한다. 당신이 얼마나 무능한 남편이고, 형편없는 아내인지.
서로에게 손가락질 한다는 것은 각자에게 부족하고 모자라는 것이 있다는 말이다. 손가락 하나를 내밀어 흔드는 동안 나머지 네 개의 손가락은 나를 향한다. 부족하긴 매한가지다. 배우자의 부족은 손가락질의 대상이 아니라 섬김의 소재다. 정리정돈 안 되어 있다고 불평하는 아내는 정리정돈에 탁월한 은사가 있다는 말이다. 일관성이 없다고 불평하는 남편은 일관성에 탁월한 은사가 있다는 말이다, 은사는 왜 주셨는가? 은사 없는 사람을 공격하라고 주신 무기가 아니다. 은사 없는 사람을 섬기라고 주신 선물이다.
손가락을 흔들면서 요구만 하는 부부에게 행복은 없다. “내 탓이에요. 내가 잘 할게요”라며 손가락을 내려놓고 섬기는 부부에게 행복이 있다. 결혼은 부족한 둘이 남편과 아내로 만나 나의 은사로 당신을 섬기겠다는 약속이다. 인자는 섬기러 오셨다. 그 인자가 남편과 아내의 주인이 될 때 행복은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