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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골방에서 드린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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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결실의 기쁨을 맛보게 하신 주님
환희와 기대가 현실로 부딪히는 이 순간
우리의 사랑이 영원으로 화하게 하소서
주여
원컨대
꿈을 간직하되 현실을 무시하지 말게 하시며
사랑의 감미로움과 동시에
인생의 아픔과 고통도 볼 수 있게 하소서
때때로 권태와 안일이 우리를 엄습할지라도
하늘의 지혜로 극복할 수 있게 하시며
서로의 끊임없는 성숙을 기뻐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삭막한 대지 위에 포근한 사랑의 산실되어
지친 영혼에 안식을
메마른 가슴에 사랑의 풍성함을
힘을 잃은 자에게 용기를
주를 알지 못하는 자들에게 주님 자신을
나타내 보이는 우리 되게 하소서
천상의 면류관을 향한
우리의 꿈이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결혼을 생각하며 썼던 시다. 올해로 결혼 30주년. 하객들 앞에서 수줍게 낭독했던 그 기도문대로 남편과 내가 살아가고 있음을 본다. 혼수 장만으로 분주한 나머지 혼수상태에 빠져 혼인예식을 치르기 쉬운 때다. 조용히 골방을 찾아들라. 결혼식이 아닌, 결혼을 묵상하며 기도하라. 먼 훗날, 그 기도가 현실이 되었음에 기뻐하고 또 기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