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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히스토리컬과 히스테리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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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히스테리컬(hysterical) 했던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히스토리컬(historical), 즉 역사적인 시각으로 돌아보면 히스테리컬한 시간에는 그의(his) 스토리(story)가 담겨 있다. 게다가 일맥상통한 주제로 관통돼 있다. 하나의 결말을 향해 가고 있다. 이를 일러 하나님의 섭리라 한다. 
‘웰리빙 교육사’ 과정 중 나의 인생 그래프를 그리게 됐다. 젖이 부족해 늘 배고파 울었던 영아기, 부모와 떨어져 친척집에서 지내며 외롭고 서러웠던 유아기, 낯선 집에서 생소한 얼굴들과 만나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적응해야 했던 아동기, 하루가 멀다 하고 다툼과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부모들에게 거칠게 반항했던 청소년기, 세상과 하나님에 대한 분노, 그리고 자신에 대한 열등감으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준비했던 청년기, 그러다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다.
이후 결혼을 통해 난생 처음 사랑과 행복을 경험했던 신혼기, 우울증과 원가족 상처, 성격차로 극심한 부부 갈등을 겪었던 결혼 5년차, 가정사역을 만나 회복과 치유의 시간을 보냈던 결혼 10년차, 파괴되는 가정들을 남편과 함께 회복하며 신바람 나게 사역했던 결혼 20년차, 말기 유방암 선고를 받고 오진임이 판명되기까지 죽음을 경험했던 결혼 25년차, 갱년기 우울증에 걸려 다시 시작된 부부 갈등, 그러다 무용/동작치료를 만나 회복되면서 과거의 덫으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동역의 기쁨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고 있는 결혼 30년차.
참 많이도 아우성쳤었다. 상처받았고 더는 못 살겠으니 헤어지겠노라고. 그러나 히스테리컬 했던 순간들을 히스토리컬한 시각으로 다시 바라보니, 그 속에는 하나님의 스토리가 숨겨져 있었다. 육신의 사랑에 결핍이 있었기에 하나님의 사랑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었으며, 이토록 다른 두 남녀가 만났기에 더 풍성한 하모니를 완성할 수 있었고, 죽음의 문턱을 넘어 보았기에 죽음의 문턱에서 머뭇거리는 영혼의 고통을 알 수 있었다.
나의 인생 그래프는 치유받은 사역자, 가르침과 삶이 일치하는 사역자, 가슴이 있는 사역자로 다듬어내기 위한 하나님의 잠재적 교육과정(hidden curriculum)이었다. 바울은 말한다. 잠시 떠났지만, 실은 영원히 두기 위함이라고. 히스토리컬한 시각으로 10년, 20년, 30년 전 하나님의 섭리를 헤아릴 때 우리 모두는 감사하게 된다. 히스테리컬한 반응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