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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마음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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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집에 돌아와 보니 또 게임을 하고 있다. 벌써 며칠짼지 모르겠다. 참고 또 참았는데…. 나는 스마트폰을 빼앗아서 방바닥에 확 내동댕이치며 고함을 질렀다. ‘내일모레가 시험인데 지금 제정신이야? 어서 가서 공부해!’ 녀석은 나를 괴롭히려고 작정한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사사건건 내 말을 이렇게 듣지 않을 수 있는가? 걸핏하면 소리도 지르고 어떤 때는 물건까지 집어던진다. 정말이지 꼴도 보기 싫다.”
최근에 시작한 ‘감정코칭’(Emotional Coaching)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머니의 고백이다. 참았다가 한꺼번에 폭발하기를 반복하다가 지친 것이다.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중년 여성들이 자신의 감정을 처리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이 모두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그래서 성경은 말한다. 무엇보다 “네 마음을 지키라”고. 마음을 파괴하는 ‘억압-폭발’ 패턴은 다음과 같은 자동단계를 통해 작동된다. 일상생활에서 걱정, 염려, 불안감, 좌절감, 절망감 등의 부정적 감정들이 만들어진다 → 참는다 → 부정적 감정들이 마음 안으로 들어온다 → 참는다 → 부정적 감정들이 마음속에 쌓인다 → 억눌러 참는다 → 부정적 감정들이 마음을 가득 채운다 → 한꺼번에 폭발한다 → 폭발조차 못하면 우울증이 찾아온다.
풍선을 계속 불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특히 많이 부풀어 오른 지점을 따라 폭발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억지로 참는 것이 마음을 지키는 것은 아니다. ‘참을 인’(忍)자는 ‘마음 심’(心) 위에 칼질한다는 뜻의 ‘칼날 인’(刃)자를 얹은 모양새다. 참는다는 것은 마음을 칼로 찢어 피를 토하듯 마음이 아픈 것이다. 무조건 참다가는 마음에 칼질을 당해 돌이킬 수 없는 병을 얻게 된다.
근육이 뭉치면 통증을 유발한다. 마음의 근육도 마찬가지다. 우선, 마음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가야 한다. 무방비상태에서 부정적 감정들이 무시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지기를 세워야 한다. 이미 마음이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변했다면 재빨리 비워내는 것이 최선이다. 이 작업을 함께 하자고 주님은 우리를 초대하신다. “백성들아 시시로 그를 의지하고 그의 앞에 마음을 토하라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로다”(시 62:8).
마음의 묵은 때가 씻긴 자리에 새로운 생명의 싹이 움튼다. 올 한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는 최고의 예식(ritual)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