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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하나 되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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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3년차 신혼부부가 찾아왔다. 아내가 먼저 남편의 이기적인 모습을 고발했다. “밥도 내가 차렸죠. 설거지도 내가 했어요. 과일도 내가 깎고. 그런데 어쩜 한번 먹어보란 말도 안 해요. 깎는 대로 자기 입에만 계속 집어넣는 거예요. 나는 한 쪽도 못 먹었는데. 그래서 ‘하나 더 깎을까?’라고 물었더니 ‘됐어, 배불러!’ 이러잖아요. 이런 이기적인 남자랑 어떻게 한평생을 살아요? 애 생기기 전에 빨리 이혼하는 게 상책이죠.”
남편도 억울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어쩌다 한번 밥하고 설거지 해 놓고는. 도대체 집안 살림이라고는 안 해요. 엉망진창으로 어질러 놓죠. 어떡해요? 답답한 사람이 치워야죠. 웬 잔소리는 그렇게 해대는지… 무서워요. 도대체 여자가 나긋한 맛이 있어야지, 아니, 사과 먹고 싶으면 깎아 달라 그러면 되잖아요? 그걸 가지고 이기적이라느니 배려심이 없다느니 공격하는데, 이젠 정말 지쳤어요.”
사과를 나눠 먹지 않았다고 다투다 이혼까지 간 것이다. 별거 아닌 사소한 일이 별거할 큰일로 발전했다. ‘사과’는 핵심 이슈가 아니었다. 둘 사이에는 정서적 친밀감이 결핍돼 있었다. 평소 마음이 하나로 연결돼 있으면 대부분의 문제는 해프닝으로 그친다. 그러나 마음이 각기 따로 분리된 상태에서는 작은 걸림돌에도 넘어지게 된다. 이런 정서적 친밀감은 성적 친밀감으로부터 온다. 몸과 몸이 만났을 때만 생겨나는 것이다.
예측한 대로 둘 사이에는 성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아직 신혼부부였음에도 부부관계를 거의 가지지 않았다. 아내는 직장생활로 고단해서, 남편은 아내가 무섭기만 하지 전혀 여자로 느껴지지 않아서라고 했다. 마음밭이 가뭄에 쩍쩍 갈라터진 논밭처럼 메말라 있었다.
“너는 네 우물에서 물을 마시며 네 샘에서 흐르는 물을 마시라”는 말씀은 아내와 성관계를 가지라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샘물과 도랑물이 집 밖으로 흘러넘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잠 5:16). 그러므로 “즐거워하라”(잠 5:18)고 한다. 불충실은 단지 결혼생활 밖에서 벌어지는 일뿐만 아니라 결혼생활 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부부 사이에 적극적으로 성을 나누고 즐기지 않는 것 또한 불충실이라는 말이다. ‘불충실’이라는 말에 “외도한 적 없다”며 항변하던 부부는 잠잠해졌다.
성(性)으로 서로를 축복할 수 있는 부부야말로 최고로 행복한 부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