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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이 모여 학교를 세웠다. 교과목은 수영, 달리기, 오르기, 날기. 학생들은 모든 과목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토끼는 반에서 달리기를 가장 잘했다. 그러나 형편없는 수영 실력 때문에 물에서 너무 오래 훈련하느라 다리 통증이 심해져 결국 달리기에서 꼴등했다. 오리는 수영엔 탁월했다. 그런데 달리기는 너무 느려 밤늦게까지 개별 과외를 받았다. 1주일 후, 오리는 수영마저 탈락 위기에 처했다. 물갈퀴가 다 닳아버렸고 날개 깃털이 남김없이 빠져버린 것이다.
다람쥐는 오르기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러나 날기만 하면 좌절을 맛봐야 했다. 나무 사이를 뛰어다는 건 식은 죽 먹기지만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느라 죽을 맛이다. 지칠 대로 지친 그는 결국 오르기, 달리기에서도 낙제점을 받았다. 독수리는 문제아였다. 날기 외에는 아무것도 하려 들지 않았다. 청소를 하라고 하면 다른 아이들에게 시킨다. 야단을 치면 덤벼들기까지 한다. 결국 퇴학당했다. 동물학교는 개교한 지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전교생이 진급을 못한 것이다.
동물학교 같은 가정이 수두룩하다. 부모는 교장, 아이들은 학생이다. 교장인 부모들은 멋대로 교과과정을 만든다. 미술, 수학, 영어, 과학, 음악 등 전 과목 영재가 되길 원한다. 혹독한 훈련을 한다. 뛰고 놀 틈도 없이 교장이 만들어 놓은 교육과정을 따라 움직인다. 이러니 집을 뛰쳐나오는 자퇴생이 속출한다.
이수성 전 총리는 『사랑만한 교육은 없다』에서 “겸손을 가르치면서도 어머니는 ‘우리 수성이는 지도력이 뛰어나서…’라는 말을 항상 입버릇처럼 하셨습니다. … 어머니는 자식들의 장점을 지나가는 말처럼, 아이들의 뇌리에 심어 주셨습니다. 수억이는 어릴 적부터 끈기 하나는 아무도 못 따라갔어. 수인이는 목소리가 우렁차 나중에 한몫할 거야. 수용이는 머리가 비상해서…, 수전이는 꼼꼼하고 계산이 빨라서…”라고 회상했다.
결국, 수성의 지도력은 정치인으로, 수인이는 국회의원, 머리가 비상한 수용이는 철학교수, 수억이는 방송국 편성국장, 셈이 빠르고 꼼꼼한 수전은 국제통화기금(IMF)에 들어가 30년 동안 세계경제에 기여하게 된다. 각기 귀히 쓸 그릇이라 여기며 장점을 찾아 주는 부모가 있는 곳, 그곳이 가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