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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8월

완장을 벗으면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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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흥길 작가의 장편 『완장』이라는 소설이 있다. 주인공 임종술은 뚜렷하게 하는 일 없이 낚시로 세월을 축내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저수지의 감시원에 임명된 뒤 새로운 삶에 눈뜨게 된다. 평생 완장 찬 이들에게 쫓기기만 했던 그가 이제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 위에 군림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만난 한 퇴직 남성은 자신이 회사 생활을 하면서 찼던 완장을 퇴직 후 3년이 지나도 못 벗고 있었다는 고백을 했다. 가족들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결국 일방적인 훈계로 끝나는 일이 빈번했고,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일들을 보면 차곡차곡 분노가 쌓였다는 것이다. 자원봉사를 시작하면서도 ‘내가 어떤 사람인데 이런 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설득하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고 한다. 항상 본인이 대접받아야 한다는 고장 난 생각이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괴롭게 했고 우울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완장을 벗어 버리자 오히려 더 행복해졌다고 했다. 멀어졌던 가족들이 자신을 가까이하고 따뜻하게 대해 주기 시작했다. 그뿐 아니라 자신 역시 대접받기보다 섬기고 싶은 마음이 더 커져서 이제는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즐거움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 가운데 노란 완장을 찬 박지성 선수가 있었다. 그는 주장으로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보다 동료 선수들이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지친 동료들을 격려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완장을 차고 지시만 하지 않았다. 모두가 제 몫을 다했지만, 가장 최선을 다한 선수는 주장인 박지성 선수였다.
중년 남자들은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완장을 차고 있는 주장과 같다. 만약 지금 권력의 완장을 차고 있다면 박지성 선수처럼 섬김의 완장으로 바꿔 차자. 나의 미소가 가족들에게 행복의 출발점이 되고, 나의 친절과 배려가 사람들에게 감사의 이유가 된다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오늘부터 나의 섬김을 통해 누군가 자신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자긍심을 갖게 된다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
완장을 벗는 순간, 긴장은 사라지고 인생이 즐거워진다. 함께 있고 싶은 사람, 만날 때마다 즐거움을 선물하는 사람이 되자. 그 사람은 세상 최고의 인생 부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