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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이신칭의 복음과 믿는 자의 행함을 가르친 바울

과월호 보기 박삼열 목사(사랑의교회)

바울이 전하는 복음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신칭의(以信稱義) 복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신칭의 복음은 이론과 실천으로 무장한 바리새인이자, 율법에 대해 흠이 없었던 유대인 출신 바울의 눈에서 비늘이 벗겨지는 깨달음이었다. 바울은 로마서를 통해 이신칭의 복음의 놀라운 진리를 다른 어느 곳에서보다 선명하게 전하고 있다.


‘믿음’이 전부라면 행함은 무엇인가?
하나님 앞에 의롭게 되는 것은 구약 전체의 과제였다. 그런데 의롭게 되는 일이 율법의 행위가 아니라 믿음으로 되며, 그것도 율법에서 하나님의 저주로 규정하는 십자가(참조 신 21:23)에 달려 죽으신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과 메시아로 믿어야 의롭게 된다는 주장은, 당시 유대인에게 당황스러움을 넘어 모욕적이고(참조 눅 11:45), 없어져야 마땅한 가르침이었다(참조 행 8:1).
바울의 가르침은 율법에 대해 여러 의문을 불러일으켰으며, 무엇보다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얻는 그리스도인에게 ‘행함’은 무엇인지를 질문하게 했다. 바울은 먼저 율법의 의의에 대해 답한다. 그는 율법이 죄를 깨닫게 하며(참조 롬 3:20), 의롭다 함을 얻기 위해 예수님께 가도록 기능한다고 말한다(참조 갈 3:24).
문제는 율법의 행위가 아니라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얻은 그리스도인에게 ‘행함’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오직 ‘믿음’이 전부라면 행함은 없어도 되는가? 아니라면 도대체 믿는 자가 해야 하는 행함이란 무엇이며,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 어려운 질문에 대해 바울은 로마서를 통해 두 가지 중요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은사를 따라 행하고, 사랑으로 행하라
바울은 믿는 자의 행함에 대한 가르침을 교회 안과, 그 외의 영역으로 나눠 설명한다. 바울은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는 은사를 따라 행하고, 교회 밖의 불신자들에게는 사랑을 행하라고 가르친다.
로마서 1~8장을 통해 이신칭의 복음을 드러낸 바울은 9~11장에서 동족인 유대인에 대한 심정을 토로한다. 그리고 12장부터 시작되는 로마서 후반부에서는 복음의 적용과 실천적 가르침을 다룬다.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는 교훈으로 잘 알려진 로마서 12장은 바울이 지금까지 말한 교리적 가르침에 덧붙여 실천적 가르침을 시작하는 부분이다. 즉 이신칭의 복음이 초래하는 새로운 삶에 대한 가르침인 것이다.
바울은 이신칭의 복음을 믿는 그리스도인에게 두 가지 삶의 방식을 안내하며, 믿음의 공동체인 교회 안에서 어떻게 행해야 하는지를 가르친다. 먼저 교회 안에서 성도는 은사를 따라 행해야 한다(롬 12:3~13). 이신칭의 공동체인 교회는 성령님께서 주시는 은사를 따라 세워지는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바울은 교회 밖 불신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의 현실에서 성도가 어떻게 행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데, 그것은 한마디로 사랑이다(롬 12:14~21). 바울은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롬 13:9)고 말하며, “사랑은 율법의 완성”(롬 13:10)이라고 결론짓는다.


율법으로부터의 해방을 선포하다
바울은 어떻게 그리스도인의 새로운 법, 곧 ‘은사’와 ‘사랑’으로 행하는 삶의 법을 확신하는 인물이 될 수 있었을까? 바울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하고 심각한 과제인 죄와 의롭게 됨의 문제가 율법의 행위가 아니라, 믿음에서 해결된다는 것을 깨닫고 ‘율법으로부터의 해방’을 선포했다.
로마서 후반부에서 우리는 바울의 인물 됨에 대해 적어도 두 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바울이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인물이었고(롬 15:5, 참조 요 13:34), 또 하나는 구약의 율법은 결국 이웃 사랑임을 깨달은 인물이었다(롬 13:9, 참조 마 22:34~40)는 것이다.
종종 어렵다고 느끼는 로마서 묵상을 통해 바울이 걸어갔던 길을 따르며, 이신칭의 복음이 가져온 새로운 삶을 감격스럽게 만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