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14년 08월

‘들음’과 ‘물음’으로 출애굽 역사를 이끈 자, 모세

과월호 보기 박삼열 목사

이스라엘은 430년 그 기나긴 시간동안 뿌리를 뻗으며 만든 문화와 익숙한 삶의 자리를 뒤로하고, 어떻게 모세를 따라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을까? 당시엔 세대가 바뀌어(4:18) 모세를 아는 백성이 별로 없었고, 모세로 인해 이스라엘 백성은 더욱 힘든 노역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는데도(5:5~21) 말이다.
한편, 바로와의 대결(5:2)은 고사하고 동족의 매서운 반응(5:21, 6:9)은 모세로 하여금 소명에 대한 회의와 신앙적 의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어찌하여 나를 보내셨나이까…주께서도 주의 백성을 구원하지 아니하시나이다”(5:22~23, 참조 6:12). 이 신앙적 위기이자 실존적 의심의 상황을 모세는 어떻게 풀어갔을까? 어떻게 했기에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마침내는 “백성이 여호와를 경외하며 여호와와 그의 종 모세를 믿었더라”(14:31)는 지점에 이르게 됐을까?


들음,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미디안 땅에서 양 떼를 치던 모세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든 것은 하나님께서 그를 찾아오신 사건이었다(3:4). 이후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계속 찾아오시며 말씀하셨고, 모세는 하나님의 말씀을 ‘들음’으로써 결정적인 경험들을 하게 된다. 이제 모세의 인생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인생이 됐다.
애굽으로 내려간 모세는 바로 앞에 서서 이스라엘의 해방을 요구하며 출애굽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하지만 바로에게 일언지하로 거절당한다. “여호와가 누구이기에…나는 여호와를 알지 못하니 이스라엘을 보내지 아니하리라”(5:2). 모세는 이처럼 권력과 냉혹함, 무지함으로 뭉쳐진 마치 거대한 바위산 같은 바로와 정면승부를 해야 했다. 그러나 그를 이끌고 가는 것은 오직 하나,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14:1)였다.
바로를 무릎 꿇게 한 10가지 재앙이 모세에게는 위대한 이적이기 이전에 위대한 영적 차원의 일이었다.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내밀한 일, 곧 하나님의 음성을 ‘들음’으로부터 시작된 하나님의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나님과의 매우 은밀한 만남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모세를 통해 성도의 삶의 방식이 한마디로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다. 모세는 이 들음의 원리를 통해 소명의 길에서 만난 위협과 위기, 하나님께서 부르셨기에 더욱 이해할 수 없었던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음, 모세가 여호와께 아뢰되
모세가 직면했던 난관과 신앙적 갈등을 이길 수 있게 한 또 하나의 길은 하나님께 묻는 것이었다. ‘모세가 여호와께 돌아와서 아뢰되’(5:22), ‘모세가 여호와 앞에서 아뢰되’(6:30), ‘모세가…여호와께 간구하니’(8:30), ‘모세가 여호와께 부르짖어 이르되’(17:4), ‘모세가 여호와께 아뢰되’(33:12). 질문으로, 기도로, 울부짖음으로 표현됐던 이런 물음들은 소명자 모세의 삶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이었다. 여호와의 소명을 받은 모세였지만 그가 그 소명을 수행해 가는 길에는 피할 수 없는 위기와 고난의 현실이 가시덤불처럼 도사리고 있었다. 그리고 여호와께 ‘물음’은 모세가 이 모든 난관을 뚫고 나아가게 하는 지혜요 힘이 됐다.
결국 이 ‘물음’은 모세의 사역과 삶을 이끌었던 ‘들음’과 한 쌍을 이룬다. 또한 모세의 사명은 하나님의 말씀을 ‘들음’으로부터 시작했고, 이 들음은 다시 하나님께 ‘물음’을 던지도록 만들었다. 이 들음과 물음은 모세가 하나님의 사람이 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영적 원리였고, 언약의 백성 이스라엘에게 해방과 구원을 실현시키는 통로가 됐다.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들음의 사람’이요, 동시에 모든 것을 하나님께 묻는 ‘물음의 사람’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이번 8월호 묵상을 통해 우리의 삶을 하나님의 말씀이 이끌어가고,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말씀이 채워가는 성령의 역사가 일어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