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14년 10월

신앙 공동체의 위기를 기도로 이긴 모세

과월호 보기 박삼열 목사

이번 호 묵상 본문은 모세가 시내 산에 올라가(출 19장) 하나님께로부터 직접 받은 말씀이 계속되는 22장부터다. 400년 이상 애굽에서 터를 잡고 살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그 모든 익숙함을 내려놓아야 하는 출애굽 과정은 참으로 새로운 삶을 향한 도전 그 자체였다. 모세의 인도로 시작된 이 도전은 모세가 시내 산에서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말씀,
즉 율법으로 구체화된다. 출애굽기는 모세가 율법을 받는 사건을 크게 두 번 반복하는데, 곧 19~31장과 34~40장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32~33장이 놓여 있다.


위기의 공동체
32장과 33장 두 장에 걸쳐 기록된 사건은 이스라엘 백성이 천지의 주재이신 하나님께로부터 직접 말씀을 받는 영광스러운 사건에 비하면 너무도 수치스럽다. 마치 모세가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올랐던 첫 번째 등정의 높은 시내 산(19~31장)과 다시 만나기 위해 올랐던 두 번째 등정의 높은 시내 산(34~40장), 곧 산과 산 사이의 낮은 계곡과도 같이 이스라엘 백성의 낮음을 보여 주는 듯하다.
동시에 이것은 우리에게 하나님의 부르심이 얼마나 높은 차원인지, 또 이스라엘 백성의 현실은 얼마나 낮은 차원인지를 대조적으로 보여 주는 것 같다. 이와 같은 큰 격차의 위기 속에서 모세는 어떻게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시내 산에 오른 모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이스라엘 백성은 출애굽의 능력과 영광이 채 가시기도 전에 금송아지 상을 만든다. 그리고 그 송아지 형상을 향해 “이는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너희의 신이로다”(32:4)라고 고백하며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는 지경에 이른다. 이런 기막힌 상황 속에서 지도자 모세는 기도의 사람으로 두드러진 모습을 보여준다. 이 사건을 기록한 32~33장은 적어도 네 번에 걸쳐 모세의 기도를 기록하고 있다.

기도로 공동체를 구하다
첫 번째는 32장 11절부터 14절에 나온다. 모세가 40일 동안 시내 산에 올라 하나님의 계명을 받는 동안 이스라엘이 금송아지를 만들어 섬긴 사건을 하나님께서 보시고 “내가 이 백성을 보니 목이 뻣뻣한 백성이로다”(9절)라며 진멸하겠다고 하셨다. 이에 모세가 “…주의 맹렬한 노를 그치시고 뜻을 돌이키사 주의 백성에게 이 화를 내리지 마옵소서 주의 종 아브라함과 이삭과 이스라엘을 기억하소서…”(12~13절)라고 기도한다. 그리고 여호와께서는 “뜻을 돌이키사 말씀하신 화를 그 백성에게 내리지 아니하”신다(14절).
두 번째 기도는 32장 30절부터 34절이다. 레위 자손을 통해 백성 중에서 3천 명 가량이 죽임을 당하는 징벌이 있은 다음, 모세가 “여호와께로 다시 나아가 여짜오되 슬프도소이다 이 백성이 자기들을 위하여 금 신을 만들었사오니 큰 죄를 범하였나이다 그러나 이제 그들의 죄를 사하시옵소서 그렇지 아니하시오면 원하건대 주께서 기록하신 책에서 내 이름을 지워 버려 주옵소서”(31~32절)라며 결사적으로 기도한다.
세 번째 기도는 33장 12절부터 17절에 나온다. 모세는 “…나로 주의 목전에 은총을 입게 하시며 이 족속을 주의 백성으로 여기소서”(13절)라고 기도하고, 또 “주께서 친히 가지 아니하시려거든 우리를 이곳에서 올려 보내지 마옵소서”(15절)라고 간구한다. 하나님의 동행을 구한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네가 말하는 이 일도 내가 하리니”라고 응답하셨고, “너는 내 목전에 은총을 입었고 내가 이름으로도 너를 앎이니라”는 말씀까지 해 주신다(17절).
마지막 네 번째 기도는 33장 18절부터 23절에 나온다. 여기서 모세는 “원하건대 주의 영광을 내게 보이소서”(18절)라고 기도한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모세가 하나님의 영광을 보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의 등을 보이신다.
이스라엘 백성이 자초한 절체절명의 위기는 이렇게 모세의 기도를 통해 극복됐다. 기도의 사람 모세에게서 우리는 신앙 공동체의 위기를 하나님께 엎드려 기도함으로써 극복 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배울 수 있다. 이번 호 묵상을 통해 우리 모두 기도하는 가을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