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박삼열 목사(사랑의교회)
여호수아서는 애굽을 나온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 그곳에 정착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 들어갈 곳이 없다면 광야 40년 고통의 시간도 의미가 있을 수 없고, 가나안에 들어가서 정착하지 못했다면 바로의 권력을 꺾고 홍해를 가르며 애굽을 떠나온 것은 허망한 과정일 뿐이다.
요단을 건너 가나안 땅에 들어가고
그 땅을 정복하고 정착하는 것을 보여 주는 여호수아서는 출애굽의 완성이다. 이 과정을 빛나게 하는 인물 중 하나가 갈렙이다. 모세를 이어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가 된 여호수아와 함께 가나안 땅을 긍정적으로 봤던 인물은 갈렙 단 한 명뿐이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갈렙의 인물됨은 무엇보다 ‘한결같음’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민수기 13장에서 모세의 명령을 받들어 다른 11명의 각 지파 대표자들과 함께 가나안 땅을 정탐한다. 그의 나이 40세였다. 그리고 45년이 흘렀고, 많은 것이 변했으며 지도자도 바뀌었다. 그때는 모세였고, 지금은 여호수아다. 환경도 크게 바뀌었다. 광야에서 가나안 땅이라는 생소한 환경으로 달라졌다. 그때에는 스스로를 다스리기만 하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는 사방이 대적들이요 전쟁으로 땅을 정복해야 한다. 그럼에도 갈렙은 45년 전에 보여 준 하나님을 향한 마음을 지금도 한결같이 지니고 있었다(수 14:6~12).
어떻게 그렇게 한결같이 하나님을 향할 수 있었을까? 더욱이 그 45년의 세월이 안락하지도 않았고, 어려움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갈렙이 끊임없이 반복된 원망과 불평의 상황 속에서 한결같은 믿음의 사람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우리는 그의 고백 가운데서 찾을 수 있다. “나와 함께 올라갔던 내 형제들은 백성의 간담을 녹게 하였으나 나는 내 하나님 여호와께 충성하였으므로”(수 14:8).
여호와께 충성했다는 말은 자신의 마음을 하나님으로 가득 채웠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커다란 환경의 변화와 수많은 도전의 위기 속에서도 갈렙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믿음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었던 비결이다.
갈렙이 눈으로 본 것은 다른 사람들이 본 것과 다르지 않았다. 동일한 현상과 문제들을 보면서도 그는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붙잡았다. 자신의 마음을 하나님으로 채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갈렙은 성실한 보고서를 쓸 수 있었다(수 14:7). 갈렙이 작성한 성실한 보고서의 기초는 상황도 아니요, 인간적인 가능성도, 기발한 아이디어도 아니었다. 오직 여호와 하나님의 약속이었고,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향한 믿음이었다(민 14:7~9).
말씀을 붙잡음으로
긴 세월 험난한 상황들을 한결같이 걸어간 갈렙이 보여 주는 또 하나의 비결은 하나님께서 하신 약속을 붙잡는 것이었다. “그날에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이 산지를 지금 내게 주소서 당신도 그날에 들으셨거니와 그곳에는 아낙 사람이 있고 그 성읍들은 크고 견고할지라도 여호와께서 나와 함께하시면 내가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들을 쫓아내리이다 하니”(수 14:12). 갈렙이 45년의 세월을 믿음 가운데 지나올 수 있었던 이유다.
성경이 왜 “양식이 없어 주림이 아니며 물이 없어 갈함이 아니요 여호와의 말씀을 듣지 못한 기갈이라”(암 8:11)고 진단하는지를 알 것 같다. 갈렙에게 어려움이 없어서가 아니고, 그에게만 상황이 다르게 보여서도 아니었다. 오직 그는 말씀을 의지했던 것이다.
하나님께서 약속해 주신 분명한 말씀이 있음에도 우리의 마음이 흔들린다면 그 이유는 분명하다. 곧 그 약속의 말씀을 붙잡는 마음에 금이 가 있기 때문이다. 깨진 금 사이로 말씀이 아닌 것들이 들락거릴 때, 견고함은 허물어지고 믿음의 흔들림을 피할 수 없다. 갈렙에 비해 당시 사람들이 보여 준 마음의 금은 한마디로 ‘말씀을 말씀대로 붙잡지 못하는 것’이었다. 나름의 경험이나 합리성으로 약속의 말씀을 해석하기 시작하면서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요동쳤던 것이다.
갈렙은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그분의 말씀을 의지하는 삶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 준 인물이다. 여호수아서 묵상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그대로 듣는 은혜가 있기를 기도한다. 그래서 여호와 하나님을 온전히 좇는 복된 그리스도인의 삶이 말씀 속에서 세워지기를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