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08년 05월

세계를 가슴에 품은 그 한 사람

과월호 보기 김철우 목사

계절의 여왕 5월입니다. 지천에 피어나는 붉은 장미를 보며 주님의 검붉은 보혈을 떠올리는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만의 감성이요 영성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달은 사도행전의 남은 부분을 묵상하려고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주님의 피 묻은 복음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으로 확산되는 가슴 벅찬 말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로마도 보아야 하리라”고 선포하며 식을 줄 모르는 열정으로 땅 끝을 향하는 사도 바울의 복음행전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려 봅시다.

 

 

17장 빌립보 전도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후, 바울은 데살로니가, 베뢰아, 아덴을 차례로 방문합니다. 3주 동안 회당에서 복음을 전했던 데살로니가에서는 경건한 헬라인들과 심지어 귀부인들까지 바울이 전한 복음을 듣고 따릅니다. 유대인들의 소동을 피해 내려온 베뢰아 지역은 간절한 마음으로 말씀을 받고 날마다 성경을 상고하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베뢰아의 부흥은 다시 유대인들을 자극합니다.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는 항상 반대도 있기 마련입니다. 다음 전도지인 아덴은 우상이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바울은 격분한 마음으로 복음을 전했고, 그들 중 몇 사람만 예수님을 영접했습니다. 종교심이 참 믿음으로 이어지는 것이 쉽지 않음을 보여 줍니다.

18장 고린도에 도착한 바울은 남은 생애를 함께할 동역자 부부를 만나게 됩니다. 아덴에서 움츠러든 바울을 격려하시며,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를 예비하신 하나님의 배려가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두려워하지 말며 말하라”(9절) 하신 주님의 음성에 힘입어 집요한 유대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더 많은 날을 머물며 말씀을 가르칩니다. 1년 6개월이란 긴 시간이 흐른 후 고린도를 떠나 에베소에 도착합니다. 바울의 전도 여행은 한마디로 성령의 이끄심입니다. 전도할 지역부터 기간까지 철저히 성령께서 결정하십니다. 며칠간 복음을 전한 곳이 있는가 하면 1년 이상 머물며 복음을 전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두 번째 전도여행이 마무리가 되고, 안디옥에 도착한 바울 일행은 얼마간의 휴식과 재충전 시간을 가진 뒤, 곧바로 세 번째 전도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19장 갈라디아와 브루기아 지역을 다니며 제자들을 굳게 한 바울은 에베소에 도착합니다. 회당에서의 가르침에 비방하는 무리가 많아지자, 제자들을 데리고 두란노라는 사람이 세운 사설 집회 장소인 두란노 서원에서 날마다 가르침을 계속합니다. 두 해 동안 가르친 결과 놀라운 능력이 나타났는데, 병자들이 고침을 받고 귀신들이 쫓겨 갔습니다. 이처럼 주의 말씀이 더욱 흥왕하여 세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에베소에서 바울은 안정적으로 최고의 사역을 펼쳐 나갔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 순간, 바울은 떠날 작정을 합니다. ‘박수칠 때 떠나라.’ 바울이 발길을 돌린 것은 로마에 대한 비전 때문이었습니다. 세계를 가슴에 품은 바울에게 에베소에서의 안정적인 목회는 더 이상 그를 붙잡을 이유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 후에 일어난 데메드리오 소동은 바울의 결정을 성령께서 확증해 주시는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장 에베소를 떠난 바울 일행은 헬라와 수리아 여러 지역을 순회하며 제자들을 격려합니다. 그 후 밀레도에서 에베소 교회의 장로들을 불러 그 유명한 고별 설교를 합니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비장한 각오가 담긴 대목에서, 진실로 복음을 위해 자신의 생명조차 조금도 아까운 것으로 여기지 않았던 바울의 열정을 보며 강한 도전을 받습니다. 3년이나 밤낮 쉬지 않고 눈물로 각 사람을 훈계했다는 그의 고백 앞에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집니다. 바울은 주와 그 은혜의 말씀에 성도들을 부탁하고, 서로 목을 안고 크게 울며 작별을 고합니다. 이렇듯 아름다운 만남과 헤어짐이 우리 삶 속에도 재현되면 좋겠습니다.

 

21장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길에 바울 일행을 만류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등장합니다. 두로의 제자들은 성령의 감동으로 만류했고, 가이사랴에서는 선지자 아가보가 아주 구체적으로 고난을 예언하여 많은 사람이 바울을 말렸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일이 있다고 그 일을 피하는 것만이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르는 길은 아닙니다. 고난을 통해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바울은 예루살렘에서 유대인들에게 결박되어 로마 군인들의 손에 넘겨집니다. 이 일은 로마행을 위한 하나님의 섭리였음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바울은 아나니아의 예언처럼(9:15~ 16) 고난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지만 부름 받은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갑니다.

 

복음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붉게 물든 장미 한 송이로도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는데, 그리스도의 붉디붉은 보혈이 어찌 사람들의 마음을 바꿀 수 없겠습니까? 예수 그리스도께 사로잡힌 한 사람을 통해 세상이 변화되는 일을 묵상하면서, 우리를 향한 주님의 기대하심을 느낍니다. 세계를 가슴에 품고 ‘가든지 보내든지’ 우리 모두는 마지막 시대의 선교 주역들입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 먼저 복음을 전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5월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