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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한국적 자연주의 출산운동을 통해 행복한 가정과 자녀교육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자!

과월호 보기 우은진 기자

자연출산을 통해 오신 아기 예수
12월 크리스마스는 아기 예수의 울음이 가장 크게 울려 퍼진 날이다. 나의 죄를 십자가를 통해 벗겨 주시고자 작은 아기의 몸을 덧입고 태어나신 예수. 엄마 마리아는 베들레헴에 도착 전부터 간간이 출산 진통을 한다. 로마 황제의 명령으로 고향인 베들레헴에서 호적 신고를 해야 했던 요셉은 만삭의 마리아와 함께 베들레헴에 걸어서 도착했다.
아기를 안전하게 낳기 위해 여인숙을 알아보지만 베들레헴의 여인숙은 모두 꽉 찬 상태다. 이에 요셉과 마리아는 계속 걸어야 했다. 하지만 만삭의 여인이 많이 걸으니 호흡도 잘되고, 순산을 위해서는 더없이 좋은 방법이었다.
진통이 심해져 더 이상 걸을 수 없게 된 마리아와 요셉은 도저히 다른 거처를 찾을 여유가 없어지자 마구간에 들어가 아기 낳을 준비에 돌입한다. 사람들로 인해 시끄러웠던 여인숙보다 오히려 마구간은 출산에 방해받지 않는 한적한 공간이다.
마리아는 그 어떤 약물이나 기술 없이 자연스럽고도 안전하게 몇 차례의 진통 이후 아기 예수를 낳는다. 조용한 마구간에 울려 퍼진 아이 예수의 첫 울음소리. 오랜 기다림 끝에 아기 예수를 가슴에 안은 마리아와 요셉의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요셉과 마리아의 아기였지만 성령님께서 잉태시키시고 세상에 보내신 구세주였기에 사랑스러움과 함께 경외심으로 떨림을 경험한다.


나탈리 산모 출산 도우며 자연출산과 만남
이처럼 완전한 자연출산의 모델은 성경의 마리아와 아기 예수님이시다. 국내 메디플라워 산부인과 정환욱 원장은 한국적 자연주의 출산운동에 자신의 인생을 걸었다. 자연출산을 할 수 있는데, 많은 병원과 산모들이 제왕절개를 통해 생명 탄생의 신비로움을 경험하지 못하고, 자녀교육의 첫 단추를 잘못 꿰고 있다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그는 한양대 의대를 나와 우리나라 대표적인 산부인과 전문병원인 삼성제일병원, 미래와희망병원에서 산부인과 의사와 부인 종양학과 교수로 인정받아 잘 나가던 의사였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산부인과 수술을 하면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때 출산은 하지 않고, 부인과 진료만 하는 병원을 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졌다.
그러던 차에 2007년 11월, 나탈리라는 뉴질랜드 여성이 자신의 가정출산을 도와달라고 계속 요청을 해왔다. 번번이 거절했지만 막무가내였다. 다른 의사도 소개해주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엄마와 언니들도 모두 자연출산을 했다며, 구체적인 데이터와 자연출산의 장점들을 모은 자료들을 가지고 왔다. 그래도 그는 자연출산을 도울 수 없었다. 집에서 이뤄지는 자연출산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경험이 한번도 없었던 것이다. 20년간 산부인과 의사를 했지만 아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의료적 개입 없이 출생하는 장면을 본적이 없었다. 이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부인과 의사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일이다.
그런데 나탈리가 출산하는 날 의사가 아닌 친구로서 와달라고 말했을 때는 마음속에 갈등이 요동쳤다. 출산 당일 그녀는 아기가 나올 것 같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어떻게 그녀의 집까지 가게 됐는지 지금도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신의 힘으로 간 것은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그녀의 집에 도착했을 때, 나탈리는 호흡운동을 하고 있었고, 그녀의 남편과 자신은 눈만 멀뚱멀뚱 뜨고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 번도 가정출산을 도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의사라 탯줄을 자를 도구 등 몇 가지 의료도구를 챙겨왔다.
출산이 임박해지자 나탈리는 욕조에 들어가 남편과 함께 정말 건강한 아기를 순산했다. 그가 우려했던 상황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난생 처음 본 자연출산의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20년간 병원에서 3,000건이 넘는 출산을 진행하며 아기를 받았지만, 출산의 전 과정을 의료적인 개입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이다. 나탈리의 출산은 한국에 자연출산의 메시지를 전해준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이 여기에 있음을 운명적으로 받아들였다.


새신자 교육을 통해 예수님의 구원의 은혜 경험
그는 자신의 출생부터 되돌아보게 되었고, 자신 역시 병원에서 의료 개입을 받고 태어난 것을 알았다. 세속적인 삶을 살았던 그는 나탈리의 출산을 계기로 하나님을 만나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마련했다. 마치 양치기가 양을 몰 듯 하나님은 그를 몰아가셨다.
‘병원이 없던 시절에 인류는 어떻게 출산하며 2만 년을 살아왔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자연출산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자연출산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고, 자연출산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보내 주신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나탈리의 출산이 계기가 되어 그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의 자연출산을 돕고, 공부를 계속하다가 2010년 10월 서초동에 메디플라워 산부인과 의원과 자연출산 센터를 세웠다. 한국적 맥락의 자연주의 출산운동을 시작하며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의사가 된 것이다. 함께 일한 여의사를 비롯해 주변의 모든 사람이 크리스천이었다.
신생병원으로써의 어려움과 자연출산에 대한 산모와 가족의 이해 부족, 제도적인 지원 미비로 어려움이 컸고 경제적인 손해도 있었다. 그러나 자연출산을 시작하고, 자신과 가정의 치유(healing)를 경험한 그는 이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밤잠을 못 자가며 산모들을 돕고 있다. 출산 전 자연출산과 출산교육도 함께 병행하고 있으며, 여러 곳에 가서 기회가 있으면 자연출산의 소중함을 강의로 알린다.
그런 강의를 하다가 만난 사람들 중에 심정섭 이사(메디플라워 자연출산센터)도 있었다. 심 이사는 강남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인기 영어강사였다. 그는 성적이 꽤 좋은 아이들도 수업에 집중을 잘 못하고, 의욕이 없고, 우울증을 앓는 모습에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정 원장의 자연출산 강의를 듣고, 아이들의 주의력 저하와 의욕 상실 등이 우리나라 80년대 이후 의료적 개입을 많이 받고 태어난 아이들에게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곧 의기투합했다. 정 원장은 실제 자연출산 현장에서 출산을 돕거나 강의를 도맡았고, 심 이사는 1년간 본업인 영어강의를 접고 자연출산에 대한 국내외 자료수집과 책 출판에 몰두하기로 했다. 그리고 독실한 크리스천인 심 이사는 38세이지만 50세인 정 원장과 함께 일주일에 세 번 큐티와 기도 모임을 갖고 있다. 그는 신앙적으로 무장될 수 있도록 좋은 동역자를 보내주심을 정말 감사해 한다.
사실 그는 1993년 가톨릭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세속적 삶에 묻혀 살다 보니 하나님을 만날 기회는 많았지만 그러지 못했다. 평소 삶의 본질이 다른 사람들의 삶을 케어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돕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만나는 환자들마다 “원장님은 교회 나가셔야 한다”라는 소리를 자주 듣곤 했다. 그러나 자기중심적 삶과 무심함, 죗 값이 극에 달해 갔다. 50세에 주님이 자신을 만나주신 일은 기적 같은 선물이다.
정 원장은 2011년 사랑의교회에 등록하고 새신자 교육을 받으며 구원의 은혜를 눈물로 경험했다. 이천 년 전에 이세상에 오신 아기 예수님이 바로 자신의 죄를 위해 이 세상에 왔음을 성령님의 도우심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자연출산, 부부관계와 가족의 의미 재정립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은 지나친 의료 개입으로 제왕절개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다. WHO 권장 수치가 15%인데, 현재 우리나라 제왕절개율은 40%에 육박한다. 그는 산모들이 주체적으로 출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갖고, 한국의 자연주의 출산을 다시 회복시키고자 자신의 인생을 걸었다.
그는 자연출산을 하면서 세 가지 가치를 깨달았다. 첫째는 자연의 힘이다. 자연출산을 하는 산모들은 회복 속도가 빠르다. 불필요한 약물 사용이나 회음부 절개와 같은 시술을 하지 않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출산 다음 날 아기를 안고 집으로 간다.
그리고 요즘 산모들이 걱정하는 산후풍이나 산후 우울증이 거의 없다. 여기에다 산모는 진통과 출산 시 옥시토신이라는 행복 호르몬이 분비되어 엄청난 성취감과 모성애를 갖게 된다. 불필요한 인간의 힘과 약품, 폭력적인 출산 환경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에 의존했을 때 얻게 되는 놀라운 성과들이다.
욥기 1장 21절 말씀에도 “이르되 내가 모든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왔사온즉 또한 알몸이 그리로 돌아올지라 주신 이도 여호와시오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 하고”라고 출산 과정과 생명의 모든 일을 하나님의 섭리로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둘째는 생명 탄생의 순간에 있어야 하는 결속과 애착의 중요성이다. 르봐이예 박사는 『폭력 없는 출산』에서 분만실의 소음, 밝은 조명, 성급한 의료 행위 등이 아이에게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자연출산으로 태어나는 아기는 대부분 출산 후, 엄마 품에 안겨 자궁 속과 같은 환경을 유지하게 된다. 이는 요즘 관심을 받고 있는 캥거루 케어의 원형이다. 탯줄도 태맥이 없어지기 전까지 자르지 않는다. 이렇게 자연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상당히 안정되어 있고, 엄마와의 결속(bonding)과 이후 양육 과정에서 안정 애착(secure attachment)를 잘 형성한다.  
셋째는 평화롭고 행복한 출산이 주는 에너지이다. 자연출산은 남편을 변화시키고 가정이 회복되는 원동력이 된다. 자연출산에서는 남편이 출산의 동반자로 아내를 격려해주고, 진통에서 출산까지의 전 과정을 함께한다. 이 과정에서 부부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특히 출생의 모습을 보는 남편은 자신의 탄생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어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아내와 함께 아기를 낳았다는 ‘전우애’가 느껴지고, 이후 양육과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자연출산의 순간을 함께하는 의사와 조산사들도 자연출산을 진행하며, 자신 안에서 치유가 일어나는 것을 경험했다.


자연출산운동을 통해 ‘자탄키즈’ 증가 희망
그는 자연출산율이 높은 유럽에 비해 한국의 자연출산율이 낮은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유럽 선진국 중 네덜란드는 자연출산율이 80%이고, 이중 가정 출산이 50%이다.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범죄율이 가장 낮고, 마리화나 같은 마약 판매를 허용해도 마약중독률이 가장 낮은 나라이다. 한때 산업적 출산의 선두주자였던 미국도 2011년 현재 자연출산율이 8~10%정도까지 올라왔다. 한국에서도 2000년대 초반 수중출산과 자연출산에 대한 관심이 있었지만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서 반짝하고 사라지게 되었다.
정 원장은 “그 원인이 병원의 시스템적 한계, 의료보험 제도적인 문제, 자연출산 전문 인력의 부재, 자연출산 콘텐츠 및 교육의 부재라고 보고, 우선 자연출산의 교육과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힘쓰고 있는 중이다”고 밝힌다.
그 방법 중 하나로 그는 미국에서 자연출산의 확산에 공헌한 비의료 출산 전문가인 둘라(서번트) 인력을 한국에 안착시키기 위해 뜻있는 출산 전문가 시민 단체와도 네트워킹을 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의 자연출산은 ‘본인의 출산’을 하고 싶은 의식 있는 소수 엄마들의 선택인 것이 현실이다. 99.7%의 산모들이 전통적인 병원에서의 출산을 하는 현실에서 자연출산 운동은 문화를 바꾸는 일이고, 큰 벽을 넘어야 하는 길이다.
하지만 정 원장은 이 불씨가 살아남아 최소한 한국의 산모 5~10% 정도는 자신이 원하는 출산을 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기를 희망하고 있다. 메디플라워 산부인과에서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의료진이 항상 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147명의 자연출산이라는 귀한 통계를 얻었다. 그러나 아기에게 문제가 있어 병원에 간 경우를 빼고는 83.3%가 자연출산을 했다. 이때 회음부 절개도 최소로 행해졌고, 그 덕에 산모들의 회복율은 더 높았다.
그는 산업화된 병원에서 의료 개입을 많이 받고 태어나 가공된 음식을 먹고 가공된 교육을 받고 자라는 아이들이 아닌, 자연의 방법대로 태어나 자연의 음식을 먹고 자연의 교육을 받은 ‘자탄키즈’(자연스러운 탄생을 경험한 아이들)가 많이 늘어나 우리나라를 이끌어가 주기를 희망한다.
그는 “자연출산을 경험하며 제가 해준 것보다 오히려 더 많이 배우고 있으며, 생명출산을 지켜본 사람에게는 생명치유의 힘이 생기는 것을 매번 경험 한다”며 현재의 바뀐 삶에 감사해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로마서 12장 3절 말씀으로 자연출산운동이 이 땅에 뿌리내기를 기도한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는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