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09년 12월

희귀稀貴가치가 있다면

과월호 보기 옥한흠 목사

데날리 공원에 있을 때다. 근처에 아주 작은 호수가 있는데 석양 무렵이면 매킨리의 산봉우리들이 호수 표면에 반사되는 것이 아주 일품이라는 말을 들었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고 있을 무렵 찾아갔더니 함께 묵고 있던 촬영팀들이 미리 와서 좋은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었다. 워낙 작은 호수라 나는 가장자리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해가 지면서 산 그림자가 거울 속을 들여다보듯이 선명하게 반사되고 있었다. 알래스카의 매력적인 노을이 조금만 깔려 있었더라면 참 좋았을 것을 이날따라 하늘은 너무 무미건조해 보였다. 그럼에도 다들 열심히 찍었다. 나도 실수를 피하기 위해 노출을 바꾸어 가면서 여러 장을 찍었다.
하늘이 단조로워 원하는 작품이 되지는 못했지만 이 사진은 희귀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억만금을 주어도 볼 수 없는 풍경이 아닌가? 그리고 언젠가는 매킨리를 덮고 있는 저 눈부신 눈이 다 녹아내릴 것이라는 기상학자들의 비보悲報를 가끔 들으면서 살아야 하는 세상이 아닌가?
그래서 그런지 요즈음에는 곧 사라질지 모르는 희귀동물, 희귀환경, 희귀풍경만을 찾아서 사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자기 소명으로 생각하는 작가들도 있다. 다시 못 본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 사진을 소중하게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