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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월호 보기 옥한흠 목사
볼 때마다 한 번 더 가서 제대로 찍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는 사진이다. 캐나다 달러에 찍혀 있는 풍경으로 더 유명한 록키 국립공원의 머레인 호수Maraine Lake다. 이 사진을 전문가가 본다면 형편없는 졸작이라 할 것이다. 이곳을 찾았을 당시만 해도 나는 사진에 대해 잘 모르는 초보생이었다.
셔터를 누르면 사진이 되는 줄 알았고 잘 안 나오면 카메라가 나빠서 그런 줄로만 알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열심은 대단해서 함께 간 팀을 남겨 놓고 혼자서 어두운 새벽을 한 시간 이상 달려 찾아간 곳이었다.
워낙 아름다운 곳이라 찍는 사람이 재주가 없어도 이 정도로 나온 것 같다. 산과 숲, 호수와 그림자가 마치 일부러 조각을 한 것처럼 오목 조목 배열되어 있다. 만일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틀림없이 필터를 사용하든지 햇살의 타이밍을 잘 맞추어 저 재미없는 회색빛 하늘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다시 말해 호수 바닥에 반사되고 있는 그림자에서 보는 파란 하늘과 엷게 깔린 구름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드문드문 눈을 이고 있는 바위산들의 컬러를 한층 높은 질감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욕심을 하나 더 부리자면 젊은 연인들이 유유히 노를 젓고 있는 빨간색 보트가 오른쪽 전면에서 그 모습을 반쯤 드러내는 것까지 가능할지 모르겠다.
이처럼 모자라는 공간이 남아 있어서 공상의 붓을 들고 마음의 화폭에다 원하는 것을 그릴 수 있게 하는 사진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