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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4월

환상적인 들녘

과월호 보기 옥한흠 목사

홋카이도에는 제자훈련을 잘 하고 있는 교회들이 있어서 몇 번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거기서 일본의 유명한 사진작가 마에다Shinzo Maeda의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알고 보니 그가 일본 전국을 누비다 아름다운 농촌 풍경에 매혹된 나머지 여생을 보내며 작품 활동을 했다는 비에이美英 시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거제도의 매력적인 농어촌에서 자연이 주는 모든 것을 숨쉬며 어린 시절을 보낸 나로서는 놓칠 수 없는 선물이었다.
비에이는 높고 낮은 구릉이 마치 밀려오는 파도처럼 사방으로 이어진 기막힌 곳이었다. 구릉마다 밀과 각종 채소가 덮여 있었다. 한창 무르익고 있는 밀밭의 황금빛과 감자나 무를 심은 밭의 초록빛이 서로 어우러진 전경은 마치 모자이크 판화와 같아서 가히 환상적이었다. 일몰을 한두 시간 앞두고 대지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는 햇살에 감사하면서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그러나 스케일이 큰 들녘을 매력 있게 묘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사진은 비에이를 찾은 사람이면 예외 없이 만들어 보는 일반적인 구도요 소재라 할 수 있다. 들녘에 카메라를 들고 나갈 때 누구나 마음으로 기대하는 요소들을 거의 다 갖추고 있는 것 같다. 발상을 거꾸로 해보면 내 말의 의미를 쉽게 알아차릴 것이다. 만일 밀밭이 아직 덜 익어서 색상이 다르게 나왔다면? 감자와 무로 덮여 있는 밭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지 않았다면? 밭의 모양이 구릉으로 경사지지 않고 평평했다면? 정말 중요한 것이 있다. 혼자 서 있는 저 소나무, 마치 밭 주인이나 된 것처럼 폼을 잡고 있는 저 한 그루의 소나무가 없었다면? 그리고 한 가지 더, 하늘에 떠 있는 저 뭉게구름이 보이지 않았다면? 이 요소들 가운데 하나라도 빠진 사진을 상상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