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07년 01월

하나님의 위대한 유산을 누리고 있습니다

과월호 보기 안소영

하나님의 은혜로 거대한 역사가 일어났던 1907년 평양대부흥. 그러나 그 은혜가 무색하게 한국 교회는 곧 신사참배라는 덫에 빠지고 말았다. 이러한 역사와 함께 떠오르는 인물이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그리스도인의 양심을 지키다가 순교한 산정현교회의 주기철 목사다. 평양대부흥 100주년을 맞은 지금, 주기철 목사의 아들이자 극동방송 부사장으로 섬기고 있는 주광조 장로를 만났다.

 

아버지 주기철 목사의 어떤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가 _ 돌아가신 모습이 가장 강렬하다. 어느 날 시신이 사과 궤짝에 실려 왔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알코올로 닦으셨다. 난 옆에 있었는데 문득 보니 아버지의 발이 고문 때문인지 거무죽죽하고 문드러진 것이 사람 발 같지가 않았다. 교인들이 함께 있었는데, 그 발이 왠지 너무 창피했다. 그래서 발을 손으로 꼭 감싸고 있었다. 어머니가 닦기 위해 손을 치우라고 했을 때도 놓지 않았다. 그러다 어머니가 나무라며 내 손을 치웠는데 발이 드러났다. 어머니가 조용히 내 귓가에 “미안해”라고 하시더라. 

 

형 주영만 전도사 역시 6.25 때 순교했다. 순교자의 집안에서 자라났는데 가정 안에서 신앙생활은 어떠했는가 _ 아버지는 내가 일곱 살 때부터 줄곧 감옥에 계셨기에 어머니가 주로 가르치셨는데 좀 강압적이셨다. 3일 금식을 한 달에 두세 차례 했고, 일주일에 한 번씩 하루 금식을 했다. 어린 나이에 얼마나 싫었겠는가. 그렇지만 아버지를 생각하며 하나님께 매달렸다. 그런데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까지 돌아가신 다음이 문제였다. 그때부터 신앙 생활의 방황이 시작되었다.

 

방황의 이유가 궁금하다 _ 하나님은 우리 기도에 응답하신다고 하셨는데, 기도 응답이 고작 이거냐 할 만큼 정말 살기 힘들었다. 아버지와 함께 감옥에 들어갔다가 살아 나온 사람들이나 한국 교회가 무관심한 것도 원망스러웠다. 어머니가 암으로 오늘내일하실 때 김일성이 보낸 사람들이 돈이 잔뜩 든 보따리와 집문서, 땅문서를 갖고 온 적이 있다. 그런데 어머니가 단호하게 거부하시는 거다. 우리는 하나님께 상을 받길 원한다고. 솔직히 그때 어머니가 곧 돌아가실 것을 알고 있었던 나로서는 정말 어머니까지 원망스러웠다. 어머니가 그런 내 모습을 보시며 시편 37편 25~26절 ‘의인의 자식은 복을 받는다’는 성경 구절을 읽으라 하셨고, 그것이 내게 주는 유산이라 말씀하셨다. 그 의미를 알게 된 것은 1976년이다.

 

1976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_ 월남 이후 미 8군에서 쓰레기 치우는 일을 하며 학교에 다녔다. 폐결핵을 앓아 삶에 대한 의지를 잃어버린 상태였을 때 아내를 만났고, 아내의 희생으로 학교도 마치고 취직도 하며 승승장구했다. 세상의 부귀영화는 다 누렸다. 난 내가 잘나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1976년에 성경공부를 시작하면서 내 모든 상황을 하나님이 인도하셨음을 깨닫게 되었다. 난 참 많은 유산을 받았던 것이다. 그때 지도 목회자가 하용조 목사였다. 2년 6개월간 성경공부를 계속했는데, 말씀을 보고 암기하면서 하나님을 다시 한 번 만났다.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난 아버지처럼 목사가 될 거야”라고 말했던 기억도 나더라. 목사가 못 되었으니 대신 목회자를 키우자고 결심했다. 현재 장신대, 총신대, 고신대 등에 아버지 이름으로 장학금을 주고 있다. 사실 내 손자들 중에도 목사가 나왔으면 하고 기도하고 있다. 

 

지금 가정 안에서 신앙 교육은 어떻게 하는가 _ 사실 나도 말씀 보기가 힘들 때가 많다. 묵상집으로 하는 큐티도 매일 못하고 3일치를 몰아서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내와 서로를 이끌며 말씀 생활과 기도를 하려 한다. 졸리면 서로를 깨운다.
또 하나는 시편 23편을 갖고 드리는 가정예배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가족끼리 항상 시편 23편으로 가정예배를 드렸는데, 이 전통을 지금 우리 가정에서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온 가족이 함께 시편 23편을 읽는데, 하도 많이 읽어서 아이들은 절로 외우더라.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며 우리 가정의 목자시다. 이것이 우리 집의 위대한 유산인 셈이다. 

 

평양대부흥 100주년을 맞으며 느끼는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_ 100주년을 맞아 교계에서 축하 행사를 많이 준비하고 있는데, 행사를 뛰어넘어 실천하는 모습이 나오길 바란다. 순교 정신은 예수 사랑과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야 한다. 개인의 영광이나 감투가 드러나기보다 하나님께 집중하는 100주년을 맞았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비전은 무엇인가 _ 내 비전 중 하나는 북한 선교다. 지금 극동방송 부사장으로 13년째 거의 무보수로 일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극동방송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복음의 통로 중 하나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중에 반드시 산정현교회를 재건하고 싶다. 또 하나는 아버지 주기철 목사와 형 주영진 전도사, 그리고 내 삶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