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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7월

창조자 하나님의 옷자락

과월호 보기 옥한흠 목사

슬롯 캐니언Slot canyon은 지표면이 열려 있는 개방형 동굴이라 그 속으로 들어갈 때는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여름철에는 그처럼 메마른 사막에도 갑자기 날씨가 변덕을 부리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청명했던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폭우가 쏟아지면 금방 급류를 이루어 협곡canyon 속으로 밀려들게 되는데 이런 사실을 모르고 그 속에 있으면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 여러 명이 익사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감사하게도 내가 간 날은 들어갈 때나 나올 때나 하늘에는 구름 한 점 보이지 않았다.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메고 동굴 속 좁은 통로를 돌아다니면서 나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 프로들의 작품을 보면 동굴의 벽이나 석순石筍의 색상이 황홀할 정도로 찬란한데 막상 들어와 보니 그게 아니었다. 직사광이 미치지 못하는 침침한 굴속에서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은 죽은 자주색을 띠고 있었다. 이렇게 죽은 컬러를 어떻게 그토록 생기가 넘치는 컬러로 바꿀 수 있었을까?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들의 말로는 보이지 않는 반사광을 이용하는 것이라 눈에는 잡히지 않지만 필름은 잡아낸다고 했다. 그들의 말을 믿고 열심히 찍었다. 실력이 없어서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쩌다 괜찮은 것이 나오겠지 하는 요행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다.
이런 어려운 사진을 찍을 때에는 사진 찍는 사람만이 느끼는 묘한 쾌감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현상을 했을 때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하는 기대감이 주는 감정이다. 다행히도 프로들이 찍은 것과 비슷한 컬러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색상과 형상이 너무 화려해서 창조주 하나님의 옷자락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빛이신 하나님이 입고 계시는 옷이 이런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