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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월호 보기 옥한흠 목사
오리건 해안 북쪽에 캐논 비치Canon Beach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아름답다는 소문을 듣고 찾았지만 촬영 소재가 될 만한 것은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보기에 좋다고 다 사진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작은 언덕에 서서 내려다보니 모래사장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고 군데군데 작은 바위들이 싫지 않게 자리 잡고 있었다. 무슨 찍을 거리가 없을까 하고 유심히 살피고 있는데 모래사장으로 밀려왔다 빠지고 다시 밀려오는 하얀 물결이 그리는 포물선이 눈에 들어왔다.
약간 추상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것이 괜찮아 보였다. 언젠가 풍경 작가의 우상인 언셀 애덤스Ansel Adams의 작품에서 보았던 사진이 떠올랐다. 그것과 비슷하게 흉내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절대로 모방은 아니다. 내가 직접 찍은 것이고 똑같은 사진일 수 없기 때문이다.
망원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니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다. 다행히 바위가 하나 있어서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었다. 조금 거리가 멀기는 해도 두 마리의 갈매기는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두 놈이 조금만 더 가까이 붙어서 바다 쪽을 보고 포즈를 잡아 주기를 바랐지만 심하게 다투었는지 끝까지 노는 것이 제각각이었다.
만일 내가 좀 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었다면 물결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다리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밀물이 모래사장을 향해 더 세차게 밀려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결이 주는 메시지도, 갈매기의 연출도 오래갈 수 없었다.
이처럼 의미가 명료하지 않은, 다시 말해서 추상적인 이미지를 가진 사진은 보는 사람마다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어서 좋은 것 같다.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지 어떻게 해석하든지 자유롭다. 그 자유가 어떤 때는 너무 좋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