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옥한흠 목사
아이를 무릎에 앉혀 놓고 있으면 저절로 미소가 퍼지고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남의 아이일지라도 한번 안아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아무리 강퍅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도 아이를 안는 순간부터는 순수하고 온유한 사람이 되질 않는가.
아이의 장래는 아무도 알 수 없으므로, 끝이 보이는 나의 인생과 달리 아이의 미래에 대해 푸른 기대를 할 수 있다. ‘이 아이는 어떤 사람이 될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배인 손자를 껴안고서 아직 인생이 꽃피지 않은 아이의 앞날을 조심스레 내다본다. 아이를 안을 때마다 훌륭한 사람이 되길 기도한다.
가정에서 자라나는 귀여운 자녀를 볼 때마다 ‘지금은 비록 철없는 아이지만 사랑으로 바르게 키운다면 세상의 수많은 사람이 이 아이를 통해 축복을 받게 될 것이다’라는 믿음을 되새기면 그 자녀의 가치가 분명 달라 보일 것이다. 물론 우리 주변에는 낙관적인 일보다 비관적인 일이 더 많아, 자칫하면 내일을 아예 포기해 버리고 오늘을 살려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우리의 자녀들은 태어나서 15세까지 TV 뉴스를 통해 적어도 1만 5,000건 이상의 살인 사건을 접하는 험한 환경에서 자란다고 한다. 과학은 개인의 인격과 가치를 무참하게 짓밟고 말살한다. 이런 문명 속에서 자라는 자녀들을 바라볼 때마다 가슴에 북받치는 절망을 느낀다. 진달래를 꺾어들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논두렁을 쏘다니면서 쑥을 캐고 그 쑥 냄새가 몸에 배도록 뒹굴면서 자연을 사랑하던 나의 어린 시절과는 근본적으로 다름을 절감한다.
당신은 이제 막 인생의 꽃을 피우려고 준비하는 어린 자녀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바라보는가? 위대한 후예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확신에 찬 눈으로 바라보는가? 불행하게도 요즘 부모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자녀에게 아예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 같다. 그 꿈을 잃어버린 것 같다. 그저 잘 먹이고 잘 입혀서 자녀가 잘 크고 자기 능력만큼 살고 자기 능력대로 독립만 하면 된다는 동물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아우성친다. 먼 훗날 아름다운 지도자로 성장할 모습까지 내다보면서 어린 생명 하나를 양육하는 자세가 요즘 부모들에게는 부족한 것 같다.
앤 켐벨은 사랑하는 자녀에게 “너는 내가 해 보지 아니한 여행이며, 너는 내가 살 수 없는 진주 목걸이요, 너는 나의 푸른 이탈리아 호수요, 너는 내가 모르는 하늘의 한 모퉁이로다”라고 말했다. 자녀는 부모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하나의 비전이다. 어린 링컨을 옆에 두고 죽어 가면서 성경을 건네준 어머니의 눈이 자녀의 마음속에 심어 준 희망의 대가가 위대한 위인을 탄생시켰다. 가난 속에서도 19남매를 키우며 신앙 생활을 철저하게 가르친 어머니 수산나의 눈이 18세기에 영적으로, 도덕적으로 완전히 파멸해 위기에 처했던 영국을 살린 존 웨슬리를 탄생시켰다.
링컨과 존 웨슬리의 어머니가 미국과 영국의 모든 청소년을 교육시키지는 않았지만, 한 생명에게 기대를 걸고 그를 바로 키운 결과 미국과 영국을 살렸고 세계를 살렸다. 부모가 이와 같은 기대와 확신에 찬 믿음의 눈으로 자녀를 바라본다면 아무리 상황이 어둡고 암울해도 절망할 필요가 없다. 사랑하는 자녀를 그저 돈 잘 벌고 세상에서 성공하는 경제적인 동물로 보지 말라. 내 자녀를 통해서 위대한 후예들이 하늘의 별과 같이 번창하고, 아무리 악한 세상이라 할지라도 내 자녀를 통해서 악을 막는 의의 빛이 드러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 비전으로 내 아들, 내 딸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 마음의 눈을 항상 맑게 닦아 놓아야 한다.
아무리 자녀를 사랑한다 할지라도 그들의 장래를 부모가 보장할 수는 없다. 교육보험이나 생명보험 역시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없다. 자녀에게 일평생 부모가 곁에서 지켜 줄 것이란 착각을 심어 주어도 안 된다. 힘도 의지도 없는 자녀를 강하게 만드는 교육은 바로 생활에서 비롯된다. 이것은 부모가 실생활에서 행동으로 보여 주는 교육이다. 부모가 자녀 앞에서 행동 하나, 말 한 마디를 얼마나 주의해야 하는지는 설명하지 않겠다. 말로만 너무 떠들지 말고 바른 생활, 진실한 행동으로 자녀에게 다가가면 자녀는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나?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저절로 알게 된다. 부모의 중심에 무엇이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는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자녀는 다 알 수 있다. 따라서 위대한 부모 아래 위대한 영적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바른 신앙 교육으로 자녀를 키운 조나단 에드워즈의 후예들이 미국 역사를 주름잡고 있음을 보자.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00년이 넘었지만, 미국 역사에서 찬란한 별과 같은 무수한 후손들이 그에게서 쏟아져 나왔다. 1명의 부통령, 3명의 지사, 3명의 시장, 80여 명의 고급 공무원, 13명의 대학교 총장, 100명의 변호사, 65명의 교수, 30명의 판사, 36명의 의사, 그 외에도 수백 명의 목사, 선교사 등 미국 역사와 사회에 영향력을 끼친 수많은 지도자가 조나단 에드워즈의 후손들 속에서 탄생했다.
꿈을 가지고 자녀를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 부모가 먼저 진실하고 바른 행동으로 자녀 앞에 서야 한다. 또한 부모의 생활을 통해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자녀가 보고 느끼도록 가정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내일은 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처럼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영광스러운 후예들이 우리의 뒤를 이을 것이다.
아무리 불행한 어머니일지라도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순간만은 행복해 보인다. 어린아이를 안고 있을 때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따뜻한 풍만함을 느낀다. 고된 세상일지라도 처음 내 아이를 안을 때의 그 부푼 꿈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후대들을 키우고, 후대들을 위해 헌신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