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안소영
한 사람의 필요를 채워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해 성공 신화를 일궈낸 민들레영토(이하 민토)의 지승룡 대표. 지금의 민토 역시 말씀을 따른 열매라 말하는 그는 큐티를 이렇게 표현한다. 펄떡이는 생명이자 세상을 움직이는 힘, 그리고 모든 걸 뒤집는 혁명이라고. 24시간 말씀과 함께하는 그의 인생을 들여다보자.
큐티 생활의 시작이 궁금하다_ 어린 시절에 큐티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큐티를 해본 적은 없다. 몸이 많이 약해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혼자 생각을 많이 했다. 어머니가 부채를 주면 부채만 들고 가만히 있을 정도였으니. 모태신앙인 데다 다른 취미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아는 것이 하나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항상 말씀을 되씹고 곰씹는 일을 했던 것 같다. 한번 앉으면 한 시간가량을 생각했다. 그러니 성경을 자연스럽게 암송하게 되더라.
지금의 성향과는 많이 달라 보인다_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말도 없었다. 교회를 다니긴 했지만, 여자들을 대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어떤 여자를 대하면 그 여자만 생각하게 될까봐(웃음). 그래서 예배만 다녔는데, 집이 교회 근처다 보니 결국 친구들이 우리 집에서 모이게 되더라. 그때 신앙 토론을 했는데, 그간 생각했던 것이 술술 나오는 것이다. “어? 내가 말을 잘하네”라며 놀랬다. 그 뒤로 말문이 트였다.
삶의 전환점은 무엇이었나_ 연세대 신학과를 진학했는데, 한 교수님이 갑자기 수업 중에 막 우셨다. 그러더니 “신은 죽었습니다”라고 하시더라. 신대원 다닐 때도 하나님이 살아 계시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목회도 인위적인 쇼 같았다. 5공화국 시절이라 세상은 힘든데 기도하면 해결된다고 하더라. 그때 정말 회의가 생겼다. 그런데 성경을 파고들며 내 특기인 ‘생각’을 곰곰이 하는데, 순간 깨달았다. 하나님은 정말 살아 계시고, 누구보다 하나님이 이 땅에 정의를 이루고 싶어 하신다는 것을.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세상을 바라보시는 하나님…. 그 뒤로는 하나님이 살아 계심을 의심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때가 내 삶의 전환점이다.
망설임이 없어 보인다_ 난 단순하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부끄럽지 않다. 좋은 걸 표현하는데 뭐가 부끄럽나. 그저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리고 그 일이 좋은 것이라면 망설일 필요가 없다. 난 남의 눈은 신경 쓰지 않는다.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것은 자신감과 말씀 묵상과 지혜다.
큐티를 어떻게 하는가_ 큐티는 나에게 퀘스천(question) 타임이자 콰이어트(quiet) 타임, 퀄리티(quality) 타임이다. 왜냐고 묻고, 연구해야 한다. ‘조용히’라기보다 깊이 집중하고 성찰한다. 그리고 삶 속 현장에서 깨닫게 하시는 하나님을 기다린다.
큐티는 멋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저 큐티책을 들고 다니며 아침나절에만 잠깐 보는 게 아니다. 난 24시간 큐티를 하려 한다. 말씀 한 구절을 묵상하며 그 묵상이 꼬리에 꼬리를 이어 가기도 하고, 반대로 어떤 상황이나 책을 보면서 말씀을 생각하고 묵상하기도 한다. 이를 테면 『블루오션』을 읽다가 혁신적인 것 같은 그 원리가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말씀과 이어져 있음을 묵상하게 된다. 이처럼 세상의 흐름과 원리 속에서도 묵상하다 보면 성경 말씀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또 알게 된다. 말씀은 내 생명이다. 우리 직원들과도 월요일 아침마다 항상 큐티를 함께 나눈다. 비서실장은 나의 큐티 파트너이기도 하고.
말씀이 민토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_ 민들레영토도 말씀이 낳은 곳이다.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고”라는 말씀처럼 한 사람을 섬기기 위해 마련한 곳이다.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를 구하라”는 말씀을 붙들고 도대체 ‘그의 의’가 무엇일까 묵상했었다. 그의 의는 고객을 감동시키고, 직원들을 사랑하는 것이더라. 다른 곳이 아니라 이 가게에 그의 의가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산상보훈이 이곳에 다 있었다. 민토에서 사람들이 조근조근 하는 대화를 통해 그들의 삶을 듣고, 그 안에서 또 말씀의 원리를 찾아내게 된다. 교회에서 목회하고 설교하는 것만이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 보이는 건 아니다.
민토 고객들에게 어떤 소망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_ 민토에는 한 해 400만 명의 사람들이 다녀간다. 난 그들에게 말로 하는 설교가 아니라 떡과 라면 그리고 차를 팔면서 설교를 한다.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지금 당신은 사랑받고 있으며 소중한 존재임을 알려 주는 거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말을 전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느끼는 것이 영성인 것 같다. 영성 깊은 분들 보면 정말 그렇더라. 다른 게 영성이 아니다. 고객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 그것도 영성이다.
앞으로의 비전은_ 사업을 하는 것도 살아 있는 말씀을 전파하는 거다. 난 지식의 문화에만 젖어 있는 이 나라를 모세처럼 출애굽시키겠다는 비전이 있다. 요나가 니느웨에 갔을 때 그곳이 변한 것처럼, 고객들이 세계로 나갔을 때 한 사람의 감성을 채워 주고 섬기는 민토의 문화가 세계에 퍼지기를 기대한다. 또 탕자가 돌아왔을 때 아버지가 옷을 새로 입혀 주었던 장면에서 패션 사업을 생각하고, 반지를 끼워 주었던 모습에서 보석과 인테리어 사업을 떠올리며, 살찐 송아지를 잡았던 장면에서 외식업과 식품유통, 신발을 신겨 준 장면에서 부동산 사업을 그려 본다. 그런 아비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섬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