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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결혼했지만 사랑에 실패하는 남자들

과월호 보기 옥한흠 목사

  여자가 남자를 위해 헌신하거나 목숨을 바친 이야기는 흔하다. 옛 문헌이나 드라마에서, 그리고 실제로도 대개 여자가 남자를 위해 희생한다. 한 여자에게 신세를 지지 않으면서 사람답고 행복한 인생을 보낼 수 있는 남자는 거의 없다. 하지만 남자가 여자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이야기는 쉽게 들을 수 없다. 이탈리아 격언 중 “아내가 없는 자는 잎과 가지가 없는 나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남편에게 아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충분히 표현해 준다. 

 

  남편들은 아내의 고마움을 잘 잊어버린다. 진심으로 아내를 아끼고 사랑하는 일에 수없이 실패한다.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은 아내를 계속 변함없이 사랑하는 일이다.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인 아내의 실체를 사랑하는 일이 이렇게 힘든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아내를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결혼 서약은 “네”라는 한 마디로 쉽고 간단하게 끝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세월이 지나갈수록 그 열정이 점점 식으면서 깜짝 놀랄 정도로 새삼스럽게 아내의 존재를 느끼는 순간이 종종 있었다.
  아마 아직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는 새내기 부부들은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르겠다. 결혼 생활을 몇 년 하다 보면, 아내에 대한 깊은 애정이 식어 간다는 불안이 엄습할 때가 가끔 있다. 그러면 ‘내가 진정 아내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며 가책을 느끼기도 한다. 이것은 아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동안 아내 사랑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설교를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나 자신의 마음에도 한 가닥 가책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야 아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자신 있어서도 아니며, 온전히 실천하고 있어서도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이 나를 가르치기 위해서다.
남편 중에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 사랑의 수준이다. “그저 결혼했으니 사랑한다” 정도가 아니라 아내를 위해 생명도 바칠 수 있어야 한다. 남자는 여자에 비해 이기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죽은 아내의 슬픔은 대문간까지다”라는 말이 있다. 아내가 죽으면 남편은 슬퍼하긴 하지만, 관이 대문을 벗어나면 다 잊어버린다는 이야기다. 속담에 등장할 정도로 이기적인 근성을 가지고 있는 남자가 아내를 위해서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니, 먼 산 불구경 하는 것처럼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수준을 조금 낮추어 생각해 보자면, 남편들이 아내 사랑하기를 제 몸 사랑하는 것같이 하면 된다. 누구나 자기 몸에 대해서는 가장 순수하고 솔직한 사랑을 할 수 있으므로 내 몸 사랑하듯, 내 몸 아끼듯 아내를 사랑한다면 못 오를 산은 없다.
  그러므로 내 몸을 감싸듯이 아내를 감싸자. 누구나 자기 몸은 끔찍하게 사랑하기 때문에 약한 부분은 오히려 더 감싸고 보호하려는 본능이 있다. 남편도 아내에게 이와 같아야 한다. 아내는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더 사랑해야 하며,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더 사랑해야 한다. 실수가 많음에도 더 사랑하는 것이 바로 감싸 주는 사랑이다. 아내는 절대 완전한 존재가 아니다. 살다 보면 문제투성이인 아내가 마음에 안 들고, 그래서 실망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점 많고 부족한 아내를 내 몸 감싸듯 감싸 주어야 한다. 감싸 주는 것은 아내의 약한 점을 남편이 책임지라는 말이며, 감싸 주기 위해서는 오래 참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남편은 아내를 사랑할 수 있다.
  여러 해를 함께 살아오면서도, 사실 아내를 잘 모른다. 솔직히 여자라는 존재를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서 항상 남자 기준으로 아내를 대하기 때문에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고, 자주 실수를 하면서 사랑이 미움으로 바뀔 때가 많다. 그러나 지혜로운 남편이라면 자신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 자신감을 쉽게 잃어버릴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아내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남편이 친구의 아내를 칭찬했을 때, 아내는 겉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마음에 상처를 입고 자신감을 잃어버릴 수 있다. 정성껏 준비한 식탁 앞에서 남편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을 때, 아내는 금방 자신감을 잃어버린다. 특히 외모에 민감한 아내는 자신이 더 이상 매력적인 외모를 갖고 있지 않다고 판단하는 순간, 자신감을 잃게 된다. 이때 남편으로서 아내가 자신감을 잃어버리기 쉬운 약한 부분을 잘 감싸 주는 것이 사랑이다.
  남편이 아내만의 아름다움을 높이 평가하고 항상 자신감을 불러일으켜 주면서 아내를 감싸 준다면, 그 아내는 아마 여자로서 남자에게 받을 수 있는 최상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내가 자신감을 잃어버릴 수 있는 약한 부분을 남편이 알고 감싸 주는 것, 이것이 바로 아내를 내 몸 사랑하듯 사랑하는 것이다. 자기 몸을 극진히 아끼듯 아내를 위할 수만 있다면 그 가정은 하루아침에 천국으로 변할 것이다.
  그러므로 내 몸 아끼듯 아내를 아끼자. 하루 종일 동분서주하며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하는 것은 분명 남편으로서 감당해야 할 큰 희생이다. 그러나 아내를 위한 사랑은 굳이 이렇게 대단한 것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우리는 꼭 팔다리가 부러져야만 내 몸을 돌보는가? 불치병에 걸려야만 내 몸을 소중하게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진짜 자기 몸을 위하는 사람은 평소에 사소한 먹을거리부터 신경을 쓴다. 아내는 그렇게 위해야 한다. 남편이 사소한 것에 신경 써 줄 때 오히려 아내는 더 큰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집안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서 새가 새장을 벗어나려 하듯, 아내들은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훨훨 멀리 날고 싶은 유혹을 자주 받는가 보다. 늘 집안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인간관계도 원만하지 않고, 소외감이나 고독을 남자보다 훨씬 자주 느끼게 된다. 더욱이 경제 사정이 좋지 못해 빠듯하게 살림을 꾸려가야 하거나, 자녀 양육과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는 아내들의 긴장감은 대단하다. 이런 아내를 위한다면 대단한 이벤트를 생각해 내려고 안간힘 쓸 필요가 없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라도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여 주면 문제는 해결된다. 사소한 것까지 따뜻하게 위해 주려는 마음을 가질 때 비로소 그 남편은 아내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남편들은 좀 더 겸손한 마음으로 아내를 사랑하기 위해 반성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내 몸 격려하듯 아내를 격려하자. 누구든 자기 몸의 어느 부분이 특히 연약한지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자기 몸의 약한 부분을 놓고 실망한다든지 낙담하는 일은 드물다. 지금은 약하지만 조금만 운동하고 주의하면 건강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항상 자기 몸을 가꾼다.
  기대하는 눈으로 꿈을 가지고 아내를 바라본다면, 지금은 실망스럽더라도 나중에는 정말 멋진 아내로 서게 될 것이다. 나중에는 자랑할 만한 훌륭한 아내가 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아내를 바라보는 사람은 항상 아내를 격려할 것이다. 약한 부분이 있어도 격려할 것이며, 실수가 있어도 격려할 것이다. 내가 내 몸을 사랑하듯 아내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연약한 부분을 감싸 주어야 하고 아껴 주어야 하며 격려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실천할 수 있는 남편은 그 또한 아내로부터 진실하고 온전한 사랑을 받아야만 아내를 내 몸같이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다.
  남편이 아내를 진실로 사랑하면, 그것은 결국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아내를 진실로 아끼고 사랑하라는 것을 너무 무거운 짐이라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것은 결국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