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07년 11월

모두가 활짝 웃을 수 있는 것은

과월호 보기 옥한흠 목사

  가정은 가족이 생활할 수 있는 근거지이다. 가족은 가정을 떠났다가 다시 가정으로 모여든다. 가족은 제각기 문제를 가지고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서로 의지하고 논의하고 해결한다. 가족 한 사람의 괴로움이 곧 온 가족에게 영향을 주듯, 가족 한 사람의 기쁨은 온 가족을 즐겁게 만든다. 개개인이 품은 기대 또한 가정을 중심으로 더욱 커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는 모두 가정에서 나온 사람들이다. 가정이 없었다면 우리가 태어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는 가정이다. 우리의 생각은 항상 가정이라는 기본 단위에서부터 시작된다. 사회나 국가, 세계를 위한 생각을 하다가도 결국 가정이라는 종착역에 다다른다. 우리의 모든 생각과 느낌, 사상은 모두 가정을 중심으로 시작해서 끝을 맺는다.

 

  결혼을 한 사람이나 하지 않은 사람, 가족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을 막론하고 우리의 모든 사고는 가정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렇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가정이 요즈음 상당히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것은 가정 안에 절대 권위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권위의 부재가 현대 가정이 붕괴되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막강한 권위로 군림하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초등학교 아이들도 자기 생각과 다르면 부모의 말에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더욱이 가치관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면 부모와 자녀의 견해 차이가 굉장히 심하다는 것을 느낀다.

 

  어쩌다가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가정의 문제를 놓고 서로 의견을 내놓을라치면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생각이 제각각이다. 이것은 그들의 생각을 한데 모을 수 있는 절대적인 권위가 그 가정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들 사이에 사상의 혼란이 일어나고 가치관이 붕괴되는 것을 경험으로 알 수 있다. 부모는 무엇이 진리인지 자녀에게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남편은 아내에게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 자신 있게 내놓을 만한 어떠한 권위도 가지고 있지 않다. 권위를 상실한 가정은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가장 비참한 가정은 남편이 절대 권위가 되어서 아내를 정신적으로 핍박하고 자녀를 괴롭히는 가정이다. 아내가 절대 권위로 군림하는 가정도 있다. 한편, 자녀가 절대 권위로 등장하면 부모 가슴에 얼마나 못질을 하게 되는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권위자가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 권위자가 되었기 때문에 나머지 가족이 고통을 당하는 것이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제구실을 하지 못하면 비정상적인 가정이 되어 버린다. 이때 나머지 가족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다고 돈이나 건강, 사회적 명성과 지위가 가정의 절대 권위가 될 수도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경제적인 궁핍 속에 내몰린 가정은 생활 자체가 괴롭다. 경제적으로 위협을 받으면 아무리 단란하던 가정에도 먹구름이 덮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남편은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가족에게 무엇인가 좋은 소식을 전하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닌다. 하지만 별 소득 없이 맥 빠진 채 집으로 돌아오면, 아내는 수고한 남편을 위해서 상을 차려 놓고 기다렸다가 온 가족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남편은 말이 없고 몹시 초췌하고 피곤해 보인다. 그런 모습을 보는 아내의 마음도 굉장히 아플 것이다. 그래서 상을 치우고 남편과 아내가 마주 앉아 하루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럴 때 행복이 찾아오는 문이 열린다.

 

  가정의 진정한 행복을 결정하는 절대 권위자는 누구인가? 식사 때마다 보이지 않는 귀빈이며 소리 없이 모든 대화를 경청하는 존재, 절대 권위자가 가정의 머리 되어 부모와 부부, 자녀에게 행복의 지름길을 살짝살짝 가르쳐 준다면, 가족 구성원 어느 누구도 가정의 절대 권위로 군림하려고 발버둥 치거나 절대 권위에 맞서지 않을 것이다. 도리어 절대 권위에 복종하며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인생 최고의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집 거실 한쪽 벽에는 가족 모두가 활짝 웃고 있는 커다란 사진이 하나 걸려 있다. 우리 가족을 이렇게 활짝 웃을 수 있게 만든 절대 권위자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항상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말로 하지 않아도 모두가 안다. 생활 속에서 느끼기 때문이다. 지금은 자녀들이 장성하여 함께 살고 있지 않지만, 그 사진에 눈길이 닿을 때면 온 가족을 두루 살피며 하나로 이어 주는 절대 권위자의 사랑과 은혜에 감사 기도를 드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