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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천상의 목소리로 성경 읽어 주는 여인

과월호 보기 안소영

일명 최진실 목소리로 유명한 성우 권희덕 성도. 그는 요즘 소리 성경(국제제자훈련원에서 10월말 출시)을 만드는 데 푹 빠졌다. 녹음실에서 혼자 성경을 낭독하다가 성령의 감동으로 펑펑 울기도 하고, 성경에 줄을 긋기도 하며 말씀의 기쁨을 누리고 있단다. 하나님이 성경을 통해 수렁에서 건져 올리신 영혼. 그의 이야기가 여기 있다.

 

성경 녹음 중이라 들었다_ 이번이 두 번째 작업인데, 녹음실이 은혜의 자리다. 사실 성우는 주인공과 똑같은 마음으로 읽지 않으면 음성 연기를 100% 발휘할 수 없다. 성경도 ‘하나님의 대리’라는 마음으로 읽곤 하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 때는 강하게 몰입해서 하나님처럼 꾸짖기도 하고, 자제하기도 한다. ‘하나님이 이런 마음이셨겠구나’를 강하게 느끼게 되니 그 은혜가 얼마나 큰가. 

신앙생활을 한 지는 얼마나 되었는가_ 사실 5년 정도밖에 안 됐다. 아들이 캠브리지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러더라. 자기에게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하나님이라고. 나는 공부에 방해될까봐 아들에게 신학을 그냥 학문으로만 접하고 거기에 너무 빠지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그 아이가 “하나님이 아니었다면 난 지금 엄마 앞에 서 있지 못할 거예요”라고 말하는 거다. 어찌나 충격적이든지. 방학 때 아이가 왔는데, 참 많이 달라졌더라. 내가 밖에 나가 있으면 “엄마 피곤하시죠? 오시면 다리 주물러 드릴게요”라고 문자를 보내곤 했다. 일주일 하다 말겠지 생각했는데, 방학 석 달 동안 줄곧 주물러 주었다. 감동해서 우리 아들을 기쁘게 해주려고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 거다. 교회 나가겠다고 했을 때 아들의 웃음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교회에 처음 나갔을 때 어땠는가_ 첫날 기도를 하는데, 참 이상하게도 신기하고 감사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니 이전에 어떤 분 부탁으로 잠언과 시편을 카세트로 녹음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러면서 이런 기도가 튀어나오더라. “제 나이쯤이면 성경을 완독할 나이인데, 저에게 완독할 기회를 주십시오. 그러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동안 나는 연말 시상식에서 가수들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걸 볼 때 어떻게 부모보다 하나님이 먼저냐며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내 입에서 불쑥 하나님께 영광 돌리게 해달라는 기도가 나왔다. 내가 그런 기도를 했다고 하니까 다른 사람들이 신기해했다. 초신자가 하기 힘든 기도라고.

 

그 기도 응답으로 성경 녹음을 하게 되었나 보다_ 그런 것 같다. 그런데 그 기도를 잊고 살았다. 어느 날 한쪽 눈이 갑자기 안 보이면서 대인기피증도 생기고 교회도 안 나갔다. 그러다가 신통하게 잘 듣는다는 침을 맞으러 갔는데, 그분 책상 위에 성경책 십여 권이 놓여 있는 거다. 알고 보니 중국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님이셨다. 내가 예전에 간단하게 녹음한 테이프를 선물했더니 그분이 들으시고 참 은혜로웠다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눈을 고쳐 줄 테니 성경을 녹음해 달라고 하셨다. 그게 계기가 되어 눈도 잘 안 보이는 상황에서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성경을 처음 녹음할 때 어떤 마음이 들었는가_ 이렇게 읽다가 눈이 멀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10~12시간을 읽는데도 목소리가 변하지 않는 게 참 신기했다. 그렇게 첫 번째 시디가 나왔다. 이번에 두 번째 시디 작업을 할 때는 하나님이 지켜 주신다는 확신이 들더라. 설사 장님이 된다 하더라도 그건 하나님의 주권이니까. 특히 욥기를 읽으면서 어찌나 내가 욥 같던지. 하나님께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다.   

 

왜 자신이 욥 같다고 생각했는가_ 이번 작업 역시 하나님이 나를 구덩이에서 은혜 속으로 끌어 올리신 사건이었다. 내 시력도 안 좋아지고,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사고로 장애인이 되면서 장애인 전용 목욕탕 건립이라는 비전을 갖게 됐다. 그 첫 단추가 라는 장애인을 위한 뮤지컬이었다. 그런데 자금 사정 때문에 결국 중단하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돈을 수억 잃기도 했고. 그런데 그 자금의 어려움보다 모든 원망의 화살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 말해 놓고 지키지 못한 것이 속상하기도 했다. 남을 도와주려 하는 건데 왜 그러시냐며 하나님 원망도 많이 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소파에 누워 있기만 했다. 이때 국제제자훈련원에서 성경 녹음 제의가 들어온 거다. 욥기를 녹음하면서 전적인 하나님의 주권에 대해 많이 묵상했다. 욥 다음에 시편이지 않나. 시편을 읽다가 느낀 하나님의 사랑 때문에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아마 녹음을 들어 보면 좀 울먹거리는 것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성경 녹음을 통해 깨달은 바가 많은 것 같다_ 성경을 두 번 읽으면서 ‘하나님이 나를 정말 사랑하시는구나’를 많이 느꼈다. 사실 힘들 때는 왜 나에게 이런 훈련을 시키시나 했는데 이게 사랑임이 느껴진다. 나는 7년 동안 입이 네 번 돌아갔다. 대개 두 번 돌아가면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런데 나의 경우는 돌아왔을 뿐더러, 이 입으로 하나님이 두 번이나 성경을 읽게 하셨다. 얼마나 감사한가.
장애인 사역에 대한 비전도 새롭게 다지기 시작했다. 소리사냥(02-3445-5500)에서 ‘덕이 아줌마의 특별한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좋은 글을 낭송해 이메일로 발송하고 있다. 이 기금은 장애인 목욕탕 건립에 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