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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9월

행복한 인생

과월호 보기 옥한흠 목사

  행복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사람마다 대답이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중에서 나와 인생 최고의 가치가 되는 대상이 하나 되는 것, 그것이 행복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최고의 가치와 내가 하나 된다는 것은 곧 나를 잃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나를 잃는 정도에 차이가 생긴다.
  그 대상은 자연이 될 수도 있고, 예술이 될 수도 있고,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종교가 될 수도 있다. 다른 대상들과 하나 될 때는 열정의 상향 곡선과 하향 곡선이 가파르지만, 대상이 종교나 자연인 경우는 그 곡선이 상당히 완만하다.
  그렇다면 어떤 대상과 하나 되어야 행복하고 멋진 인생을 살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가장 깊고, 오래가고, 영원한 평안을 얻을 수 있는 대상과 하나 될 때, 그 대상을 닮아 갈 때 가장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게 아닌가 한다.

 

  행복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하루 평균 일하는 시간을 10시간으로 잡는다면 한 해 동안 거의 3,650시간을 가정이나 직장에서 고된 일을 하면서 보낸다. 그렇다고 낮에만 일하는 것이 아니다. 평생 근심하고 수고하면서 얻는 것이 슬픔인데, 그 마음 때문에 밤에도 쉬지 못한다. 근심의 짐을 벗지 못하고 꿈에서까지 시달리는 것을 보면, 너나없이 누구나 밤낮으로 중노동을 하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인생을 산다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이런 인생을 더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사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먹고 마시며 수고하는 가운데서 정신적 평안을 누리면서 선을 행할 때, 인생을 더 밝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신적 평안을 누리며 자기 일에 즐거워하고, 기쁨으로 선을 행하는 것이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시시때때로 깨닫게 된다.
  그저 육신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기본적인 것, 즉 먹고, 입고, 마시고, 일할 수 있는 조건만 있어도 불만을 표출할 일이 없다. 엄마 품속에 안겨서 젖을 먹다가 자는 아기와 같은 평안이 내 마음에 찾아온다. 더군다나 아무리 피곤하고 힘든, 쳇바퀴 도는 인생을 살아도 내 앞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의 길이 펼쳐져 있다고 생각하면 단조롭게 먹고 마시고 자는 인생을 살아도 그 속에서 감사하고 기뻐할 수 있는 이상한 힘이 생긴다.
  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되 일한 것만큼 또는 그 이상의 대가가 돌아온다면 그것만큼 행복하고 즐거운 인생은 없을 것이다. 음악을 천성적으로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억지로 의사로 앉혀 놓으면 평생 힘들게 인생을 살고 만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굶든 말든 음악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일생을 사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대부분 원하지는 않지만 부득불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에서 살기 때문에 인생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마감한다.
  주변을 살펴보면 일 자체를 즐기며, 그에 따른 적절한 대가를 받고 사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자기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적절한 대가를 받는 것은 필요조건이 될 수는 있겠지만, 절대조건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다행히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것을 즐기면서 바람직한 대가도 받는다. 그런 면에서 감히 나의 행복을 따라올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인생을 행복하고 멋있게 꾸려 나가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야 한다. 게으른 사람은 가난할 수밖에 없다. 일하지 않고 게으름 피우는 사람은 평생 동안 인생의 쓴 열매를 먹게 되어 있다. 부모가 공부하라고 다그치는데도 그 말을 듣지 않고 빈둥빈둥 살다가 결국 가난해진 자식은 어떠한 노력을 해도 그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든 하기 싫은 일이든, 내 직업을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그 일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이 나온다. 아무리 고된 일이라도 흥겨운 노랫가락을 흥얼거리고 휘파람을 불면서 할 수 있다. 심지어 노예 생활을 하더라도 그 일을 하나님이 내게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면, 주인 눈치를 보거나 억지로 일하지 않고, 고된 노동조차 기쁨으로 즐길 수 있게 된다.
  나무를 베거나, 대들보를 다듬거나, 말을 끌고 가거나, 벽을 칠하거나,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하거나, 마루를 닦거나, 그 모든 일을 하나님의 은총 가운데서 내가 해야 할 책임이라고 여긴다면 기도를 드리는 손이든, 구정물통을 든 여인의 손이든 모두 귀하다.

 

  왜 사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즐기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즐긴다는 말을 속된 의미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신앙을 갖는 것도 인생을 사는 데 하나의 즐거움으로 여길 수 있다. 행복의 다른 표현을 즐거움이라고 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먹고, 마시고, 일하는 단순한 삶 속에서도 만족을 얻고, 일 자체를 소중히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것을 즐기는 지혜, 즉 인생에서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지혜를 가지고, 세상 사람들에게 항상 밝은 얼굴을 보여 줄 수 있도록, 그들에게 더 기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도록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