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안소영
가정사역의 전문가라면 가정 안에서 묵상생활을 지켜 나가는 데도 뭔가 특별한 것이 있으리라. 이런 생각에 발맞추어 가정의 달 5월에 가정사역연구소 하이패밀리에서 15년간 뛰어 온 송길원 목사(이하 송)와 김향숙 사모(이하 김)를 만났다. 그 특별한 것은 다름 아닌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가정에서 묵상생활은 어떻게 하는지 가장 먼저 묻고 싶다.
송_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큐티가 어려우니까 우리만 큐티를 하고, 아이들에게는 이유식처럼 말씀을 줬다. 식탁기도를 많이 강조한 편이다. 사춘기 때는 틈나는 대로 아이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기도를 해 주었고, 대학에 들어간 후로는 같이 있을 시간이 별로 없어 절기 별로 꼬박꼬박 가정예배를 드린다. 우리 부부의 경우는 각자 묵상을 하고, 가끔 사역을 두고 성경을 보며 토론한다. 함께 기도하는 시간은 아침마다 갖는다. 지금, 기도하고 내려온 거다.
함께 성경 보고 기도하다 보면 부부 사이에도 은혜가 많을 텐데 조금 소개해 주길 바란다.
송_ 말씀을 통한 기쁨이 생기면 아내와 아이들에게 흥분해서 전하게 된다. 얼마 전 “남편들아 이와 같이 지식을 따라 너희 아내와 동거하고”라는 베드로전서 3장 7절을 묵상하면서, 우리가 달라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몰라서 싸우는 것임을 깨달았다. 배우자는 말 그대로 배워야 하기 때문에 배우자인 거다.
김_ 이전에는 ‘돕는 배필’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여자가 종도 아닌데 뭐가 부족해서 남자를 돕나 하며 불만스러웠다. 그런데 ‘돕는다’라는 단어 ‘에젤’은 하나님이 우리를 도우신다는 것을 나타낼 때도 쓰였다. 그것을 묵상하면서 하나님이 “내가 네 남편을 사용하려 하는데,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말씀하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하나님이 나를 그분 사역에 돕는 자로 초대하셨다는 거다! 사실 부부사역을 하고 있지만 사람이다 보니 종종 넘어질 때도 있지 않나. 게다가 난 내가 납득이 안 되면 절대 ‘예스’라 말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그런 부분이 남편을 힘들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점을 고치려 한다. (송_ 아멘!)
자녀들을 하나님의 말씀 속에 살도록 어떻게 교육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_ 가정사역은 곧 삶이다. 아이들에게 도식화된 큐티를 강요하기보다 삶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 가운데 하나님이 나를 지켜보고 계심을, 또한 내가 항상 하나님을 인식해야 함을 깨닫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둘째 아이가 정말 사랑하던 여자와 헤어지고 참 많이 힘들어했다. 그때 함께 아파하며, 끊어지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을 이야기했다. 아이가 나중에 혼자 성경을 읽고 이겨내더니 옆에 있는 하나님과 부모님의 사랑을 다시 깨달았다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 오더라.
송_ 아이들이 위기에 처하거나 사고를 쳤을 때 같이 아파한다. 그리고 ‘나는 죄를 미워하지만 너희는 사랑한다’고 말한다. 이게 하나님의 속성 아닌가. 애들과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속성을 반영하는 거다. 말씀을 보고 그냥 반사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말씀을 삶에 반영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이가 거짓말을 했을 때도 감정적으로 화를 내기보다는 가슴 아파하며 관련된 말씀을 필사하게 했다. 그러다 보니 큰애가 자신이 음란 사이트에 들어갔다는 것을 고백하며 회개할 정도로 속을 털어놓는 관계가 됐다. 자기가 실수했거나 연약함이 노출되었을 때, 하나님을 붙잡고 일어서는 것이 경건이지 않나. 아이들도 하나님을 붙잡도록 나는 그저 인도하는 것이다.
자녀에 대해 이러한 태도를 갖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데 계기가 있었나.
김_ 사실 나는 기독교교육을 전공했기 때문에 ‘이러저러하게 교육하면 이런 아이가 나오겠지’라는 도식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이를 키우면서 깨졌다. 어느 날 유치원 참관을 갔는데, 집에서는 활발한 큰애가 발표도 전혀 못하고 자기 의사도 전혀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또 작은아이도 유치원에 적응하지 못했다. 별일 아닌 것같이 보여도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그때가 터닝 포인트다. 삼손을 키우는 마노아를 묵상하면서 아이들이 내 자녀가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라는 걸 깨달았다. 하나님의 자녀이니, 하나님의 방식대로 키워야 할 것 아닌가.
가정사역을 하다 보면 부모들에게서 잘못된 교육방식을 많이 발견할 것 같다.
송_ 아이를 놓아줘야 할 때 못 놓아준다. 특히 직분자일수록 더 그렇다. 우리 큰아이도 고등학교 때 다른 교회를 다니고 싶다고 하더라. 내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해 사람들이 자기를 자꾸 새끼 목사로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기도한 끝에 그러라고 했다.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한다면 다른 교인들에게는 모범적인 가정으로 보이겠지만, 아이는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하나님을 찾아가는 고민의 시간은 분명 있고, 부모는 그것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김_ 한국 사회의 목표가 일류대학이라는 점도 있다. 크리스천들마저 ‘성적=성공’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자녀를 성공시키려 하면 자녀는 불행해지고, 자녀를 행복하게 하려 하면 자녀에게 있는 하나님의 달란트를 발견하고 인정하게 된다. 자녀에게 하나님의 인격을 키워 주어야 한다.
하이패밀리의 비전은 무엇인가.
송_ 지금까지 한국 교회에 가정사역을 정착하는 데 애써 왔다면, 이제는 선교가 따르는 가정사역을 비전으로 품고 있다. 우리 부부도 곧 순회 선교사로 파송될 예정이다. 해외 선교사 가정들의 아픔을 나누고 돕고자 한다. 또 이러한 가정사역 선교사들을 길러내는 것이 우리의 꿈이다. 그리고 통일을 대비해서 북한 가정사역연구소를 발족했다. 공산주의로 가정에 대한 인식 자체가 깨어진 그들에게 기독교적인 가치관을 세우려면 지금부터 연구해야 한다. 또한 점차 가정친화로 변화해 가는 기업체를 위해 그들을 수용할 수 있는 치유센터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