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08년 11월

가을의 쓸쓸함도 아름답다

과월호 보기 옥한흠 목사

가을의 설악雪嶽은 종종 애를 태운다. 어디 어디로 가면 단풍과 폭포가어우러진 절경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면서도 날이 새기 전에 출발하여 6시간 이상 높은 산을 올라야 하는 고된 길이어서 단념할 때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름을 달래느라 오색온천五色溫泉에 있는 낮은 골짜기에서 내가 좋아하는 소박한 소재를 찾아 돌아다니곤 했다.

 

언젠가 골짜기를 오르다가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 그랬더니 올라올때 볼 수 없었던 경관이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얼마 안 되는 단풍잎들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막 떠오른 햇살의 역광을 받아 신비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모양새가 서로 달랐고 아무렇게나 매달려 있는 듯 보였지만 그 나름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면서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었다. 거기에다 앙상한 나무들은 쓸쓸한 가을의 시정詩情을 마음껏 살려주고 있었고 멀찍이 우뚝 솟아 있는 산은 멋진 배경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이 정도면 내 솜씨로는 과분한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색감도 만족스럽고 콘트라스트대비가 만들어 내는 입체감도 잘 표현된 것 같다. 무엇보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가을의 정취에 흠뻑 빠지게 해주어서 좋다.

 

 

“그러므로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도다…” 벧전 1:2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