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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월호 보기 옥한흠 목사
고향에 있는 앞산 중턱에는 봄이 돌아올 때마다 화사한 분홍색 꽃이 무리지어 피는 몇 그루의 야생 복숭아 나무들이 서 있었다. 그 곁에는 커다란 바위가 앉아 있어서 그 위에 올라가 꽃을 바라볼 때면 노래가 절로 나오곤 했다.
그때 받은 강렬한 분홍빛 꽃 무리의 인상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어서인지 어느 봄날 느닷없이 복숭아 꽃이 피는 곳을 찾아가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서울 양평 근교로 나가면 복숭아 밭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말을 들으니 더 참을 수가 없었다.
나가 보니 마침 복숭아 꽃이 만개해 있었다. 그러나 여러 곳을 돌아다녀도 하얀색 꽃들뿐이었다. 실망스러워 돌아오려고 하는데 강 건너 멀리 분홍 꽃이 핀 과수원이 눈에 들어왔다.
달려가 보니 내가 고향에서 보고 수십 년 동안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바로 그 꽃들이 반겨 주는 것이 아닌가? 비록 몇 그루에 지나지 않았지만 하얀 꽃 무리를 배경으로 서 있는 자태가 유난히 예뻐 보였다.
마침 하늘에는 엷은 구름이 덮고 있었다. 예민한 꽃의 색상을 표현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분홍이나 붉은 색상은 노출에 신경을 쓸 필요가 별로 없다. 렌즈를 갖다 대고 누르기만 해도 아름다운 색이 재현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유난히 분홍을 좋아한다.
우리 주변에는 마음을 비우고 조금만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아름다운 자태를 가진 것들이 많이 있다. 하나님의 사랑하심과 인자하심을 물씬 느끼게 하는 그런 아름다움이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서면 나도 모르게 행복한 동심으로 돌아가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