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안소영
새마을운동의 모태로, 기독교의 대표적인 사회운동으로 유명한 가나안농군학교. 설립자이자 아버지인 고(故) 김용기 장로의 뒤를 이어 이곳에서 섬겨온 김범일 장로를 만났다. 자신은 ‘농사꾼’이라고 말하는 그에게서는 농사꾼의 뚝심과 함께 세계를 향한 선교사의 비전과 사람을 세우는 교육자의 모습이 물씬 풍겼다.
개인적으로 말씀과 기도 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_ 항상 새벽 5시에 직원들과 예배를 드린다. 그리고 산상기도를 간다. 요즘 구약은 시편, 신약은 로마서를 읽고 있다. 나의 경우 자연 속에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하나님을 더 만끽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는 것 같다. 태양만 보아도 나 같은 사람을 위해 태양까지 동원하시는 하나님을 느끼니 늘 새롭다. 그러면서 ‘이렇게 감사한데 그냥 있을 수 없지 않은가’ 생각하다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흙을 사랑하자고 결심하게 된다.
가나안농군학교는 ‘한 손에는 성경을, 한 손에는 괭이를’이라는 구호 아래 말씀과 함께 노동도 많이 강조한다. 그것도 그 같은 이유인가_ 말씀과 기도는 우리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말씀이 삶이 되고 예수님의 제자다운 사람으로 변화하려면 본인의 생활에서 부흥이 일어나야 한다. 우리는 노동을 통해 삶의 변화, 곧 생활 부흥을 추구한다. 이곳에서 예배를 드리면 교회가 되고 술을 먹으면 술집이 되지 않겠는가. 한 사람이 변하면 모든 것이 변한다.
가나안농군학교에서 삶을 자신의 비전으로 받아들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_ 아주 어렸을 때는 모든 사람이 다 나같이 사는 줄 알았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예배드리고, 일하고 다시 예배드리고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사춘기를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자식이 부모의 소유물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유학 가는 친구를 보며 비교의식도 많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훈련이었고 연단이었긴 하지만 말이다. 그때는 그것이 아버지의 비전이었을 뿐, 나에게는 그 비전이 안 보였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일, 안 되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 비전이 내 비전이 된 것은 아버지의 강의와 설교를 많이 들으면서다. 농군학교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확신도 생겼다. 직접 안에서 경험하다 보니 그 비전은 자연스레 내 것이 되었다.
가나안농군학교가 많은 나라에 진출했고, 선교도 활발하다고 들었다_ 인류의 최대 고민은 결국 빈곤이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단지 밥을 먹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할 수 있는 방법과 개척정신을 알려 주려 한다. 이 마음은 전 세계에 통한다. 게다가 우리는 그 안에서 가나안농군학교를 통해 직접 현장을 보여 주니까 더 효과적이다. 자연스레 우리가 어떻게 살 수 있는지 살피면서, 우리의 근본인 하나님을 알게 된다. 그렇게 믿게 된 사람이 꽤 많다. 최근에도 어느 중국인 교수가 그렇게 하나님을 영접했다. 확실한 선교 방법이라 생각한다. 특별한 것보다 보편적인 것이 더 무서운 법이다.
시대가 변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여전히 가나안농군학교를 찾는 사람이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_ 배가 부르면 생각이 깊어지기 때문일 거다. 사회가 혼잡하니까 앞으로의 길을 찾는 것도 더 고민스럽고. 노동을 하고 말씀을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초심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 같다.
말씀과 노동으로 매일을 살면서 본인도 삶이 많이 다듬어졌을 것 같다_ 상황에 기뻐하고 감사하면서 살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집도 차도 없다. 나 역시 잘 먹고 싶고, 더 편하게 살고 싶고, 극장도 자주 가보고 싶다. 정직하게 말해서 이 삶은 고되다. 그렇지만 매 순간 주님 한 분만으로 감사하며 삶을 즐거이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다듬고 싶은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_ 물론 여전히 다듬어져야 할 부분이 많다. 나이가 들고 가나안농군학교의 이름이 높아지면서, 사실 ‘나 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게다가 강의를 많이 하는데, 삶이 그렇게 따르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회개도 많이 한다. 앞으로도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신뢰가 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최근의 화두인 부흥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_ 기독교가 너무 대접을 받았다. 원래 학대와 고난이 있어야 부흥이 일어나는 법이다. 목회자는 늘어나는데 성도는 줄고, 교회는 커지는데 복음화율은 줄어들고 있다. 이제 부흥이 일어나야 할 때라 생각한다. 그런데 한 사람의 부흥이 나라를 바꾸고 세계를 바꾼다. 생활 속에서 부흥이 일어나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세상 사람과 달라야 하지 않나. 예수 믿으면 효자가 더 나와야 하고, 예수 믿으면 더 열렬한 애국자가 나와야 한다. 예수 믿으면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그것이 부흥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