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옥한흠 목사
나이가 들어가면서 세월의 속도감을 더 예민하게 느끼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만큼 치명적인 잘못은 없다고 생각한다. 돈을 낭비했다면 열심히 벌어서 다시 채울 수가 있다. 건강도 다시 회복되리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낭비해 버린 시간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으며 보상받을 수도 없다. 그러니 이것만큼 큰 손해도 없는 것이다.
쉴 새 없이 자꾸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짧은 인생을 길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시간을 연장하는 데 있지 않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덜 중요한 일에는 가급적이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으려 한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일을 최우선에 놓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그 다음 중요한 것은 그보다 좀 적은 시간을 계획한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에는 가급적이면 시간을 절약한다. 짧은 인생이기 때문에 이 인생을 최대한 잘 살아 보려고 시간 배당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텔레비전 시청 시간은 하루 평균 4시간이라고 한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6시간이나 텔레비전을 시청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머지않아 멀티미디어가 인간을 통제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온갖 네트워크가 세계를 단일 체제로 만들어 인간의 사상부터 생활 전반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통제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지금도 마구 쏟아지는 정보의 비를 피할 수가 없고, 수백 개의 텔레비전 채널 앞에서 정신없이 넋을 놓고 있는 시간이 적지 않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비를 안 맞을 수는 없지만, 어떤 정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고, 인생이 짧아지기도 하고 길어지기도 한다. 곧 하루에 텔레비전을 6시간 시청하는 시대가 올 텐데, 온통 그 앞에 멍하니 앉아서 하루를 다 보낸다면 그 인생은 어떻게 될까?
인생을 70년으로 보고, 24시간의 시계에 맞춰 보았다. 내 나이는 지금 몇 시에 와 있는가? 30세는 오후 1시 25분이다. 40세, 이제야 인생을 사는 기분도 나고 힘도 생기고 무언가 쌓아 놓은 발판이 있는 때는 시계 바늘이 벌써 4시 16분을 가리키고 있다. 45세는 5시 43분, 조금 있으면 저녁식사를 할 시간이다. 50세는 6시 50분, 55세는 8시 8분, 재미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하나 보면 끝나는 인생일지도 모른다. 60세는 10시 11분, 벌써 자리 깔고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경기가 좋지 않아 가정의 수입이 줄어들고 물가가 자꾸 오르면, 꼭 먹어야 되고 꼭 입어야 되는 것을 최우선에 두고, 조금 안 써도 될 만한 것은 그 다음에, 있으나마나 한 것은 마지막에 우선순위를 둔다. 인생의 시간표를 짤 때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우선순위에 따라 알뜰하게 짜 놓은 인생의 시간표 속에서 최고의 가치를 향해 날마다 새롭게 도전해야 한다. 구해서 안 되면 찾고, 찾아서 안 되면 두드린다. 문이 열릴 때까지 멈추지 않고 도전한다. 문을 두드리는 자에게 인생은 열리게 되어 있다는 신념을 갖고 말이다. “안 된다. 못해” 하면 문은 열리다가도 곧 닫혀 버린다. “늦었어. 내 나이에 뭘 해”라고 생각하면 인생의 문은 영원히 닫혀 버린다.
나는 죽을 때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칸트는 74세에 최고의 철학서를 세상에 내놓았다. 미켈란젤로는 87세에 그의 가장 위대한 작품 <천지창조>를 완성했다. 또 버나드 쇼는 69세에 노벨상을 받았다.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나이가 문제 되지 않는다. 안 된다고 탓하지 말고, 늦었다고 핑계대지 말고 매일매일 도전하는 것, 이것이 짧은 인생을 오래 사는 비결일 것이다.
물론 인생을 오래 사는 비결을 터득했다고 해서 그 인생이 영원한 것은 아니다. 젊음도 건강도 모두 한정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을 사는 데 있어서 균형을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인생은 한 번 살면 끝나는데, 인생이라는 수레가 굴러 가기 위해서는 튼튼한 바퀴 2개가 보조를 잘 맞춰 양쪽이 같이 돌아야 한다.
한쪽 바퀴는 나의 직장생활과 가정생활, 그리고 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시간이며, 다른 쪽 바퀴는 남을 위해서 사는 시간이다. 한쪽 바퀴는 빨리 돌고 한쪽 바퀴는 천천히 돌면, 그 인생은 항상 제자리만 맴돌다가 끝날 것이다. 또한 한쪽 바퀴가 부서져 버리든지 삐걱거려도 그 인생은 전진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나는 인생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나를 위해서 쓰는 시간과 남을 위해서 쓰는 시간의 균형을 항상 맞추려고 노력한다. 온통 내 자식, 내 가정, 내 직업, 내 사업에만 신경 쓰며 인생을 다 보내기보다 남을 위해 봉사하는 시간을 어느 정도 할애해 내 인생의 수레바퀴 양쪽이 제대로 굴러 가길 원한다.
이렇듯 짧지만 긴 인생을 살고 싶다면, 더 중요한 일에 시간을 바치고 날마다 도전하며, 나보다 남을 섬기는 일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다. 이것이 짧은 인생을 길게 살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