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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1606~1669)
“아직도 거리가 먼데 아버지가 그를 보고 측은히 여겨 달려가 목을 안고 입을 맞추니 아들이 이르되 아버지
내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사오니 지금부터는 아버지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감당하지 못하겠나이다”눅 15:20~21
17세기 네덜란드의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빛의 화가, 렘브란트(Rembrandt van Rijn). 어둠에서 극대화되는 빛의 효과를 통해 그림 속에 영혼의 깊이까지 표현한 거장으로 손꼽히는 그는 특별히 <탕자의 귀향>이라는 그림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렘브란트가 남긴 수많은 자화상과 종교화를 살펴보면 “하나님을 믿지 않고 렘브란트의 그림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는 반 고흐의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인생 시기별로 차이가 느껴지는 그림의 주제와 초점, 양식에는 그의 삶의 굴곡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릴 때부터 미술에 소질을 보인 렘브란트는 1632년 <튈프 교수의 해부학 강의>라는 집단 초상화로 호평을 받아 젊은 나이에 화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그 후 작품 주문이 몰려들면서 전 유럽에 명성을 떨치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다. 그러나 온갖 종류의 골동품과 호화로운 주택 구입 등 낭비벽으로 인해 점점 재정 상황이 악화되어 결국 파산에 이르고, 부모님과 자녀들, 아내가 죽는 고통이 연이어 찾아온다. 중년기에 접어든 그가 겨우 안정을 되찾고 막내아들을 통해 손녀를 본 기쁨을 누린 것도 잠시, 갑자기 막내아들마저 죽게 되면서 생애 마지막 10년간 그는 스스로를 고립시킨 채 그림 그리는 일에만 열중한다.
방황과 고통의 터널을 지나면서 그의 작품에는 힘과 과시에 대한 취향이 사라졌다. 대신에 그는 자신을 성찰하는 듯한 자화상들과 사랑, 참회, 용서와 같이 성경에 뿌리를 둔 본질적인 주제를 담은 수많은 종교화를 그렸다. 그가 마지막 유작으로 남긴 <탕자의 귀향>에는 영적 진리의 통찰과 감동이 그 어떤 작품보다 깊게 묻어난다.
성경 본문의 자구(字句)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포착한 작가로 평가받는 렘브란트. 이기심과 오만, 복수심에 사로잡혀 탕자처럼 살던 그가 생애 마지막에 발견해 그린 빛은 몇 세기가 흐른 지금도 여전히 방황과 고통 속에 살아가는 인생에게 감동을 전해 준다.
<박시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