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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6월

죽으면 죽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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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이숙 여사

 

“…이렇게 금식한 후에 규례를 어기고 왕에게 나아가리니 죽으면 죽이리이다 하니라”(에 4:16)

교회의 강대상에 일본 신의 우상이 설치되고, 복음이 아닌 시국 강연이 선포되며, 크리스천에게 신사 참배를 강요하던 일제 식민지 시절. 아이들을 가르치던 스물여섯 살의 교사 안이숙은 다니엘의 세 친구처럼 모든 이들이 보는 앞에서 신사 참배를 거부한다. 그 후 종교단체 법안을 심의하던 일본제국 회의장에서 기독교를 규탄하는 일본을 고발하는 글을 뿌리고, 6년간 감옥생활을 한 그녀. 돈 많은 상인의 딸로, 일본 전문학교를 졸업한 재원이었던 안이숙은 이러한 삶보다 감옥에서의 삶을 영광으로 여겼다.
‘은혜의 연단소’라는 그녀의 표현처럼 감옥 안에서는 수많은 이적이 일어났다. 다들 꺼려하던 만주인 살인범과 자원해 한 방에서 생활하며 섬긴 일은 유명한 사건이다. 남편을 독살했던 16세의 소녀 사형수가 변화하고, 괴롭히던 간수가 달라졌으며, 죄수들이 합심하여 기도해 ‘옴’도 치유되었다.
마치 사도행전이 고스란히 재현되는 듯한 이 은혜 뒤에는, “죽으면 죽으리라”라는 결심으로 언제나 엎드려 금식하며 기도했던 그녀의 순종이 있다. 나약한 자신의 모습에 힘들어하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은 죽고 그 안에 그리스도만이 살기를 소망했던 안이숙의 삶은 예수 그리스도를 품은 이가 세상보다 더 크다는 것을 보여 주는 아름다운 실례다.

 

 

<안소영 기자>